[기자수첩] 코앞에 닥친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자수첩] 코앞에 닥친 중대재해처벌법 ‘1호’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1.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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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드디어 실시된다.

이로 인해 요즘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산업계 전체 사망사고의 과반수가 건설업에서 나오는 만큼 앞으로 건설업체들이 중대재해처벌법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중견업체 할 것 없이 부랴부랴 최고안전보건책임자(Chief Safety Officer, 이하 CSO)를 선임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안전, 또 안전’을 부르짖으며 안전수칙 준수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설 연휴를 맞아 아예 27일부터 공사현장을 멈출 계획이라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1호’ 피의자라는 타이틀을 피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유명한 업체라도 중대재해처벌법 1호 피의자가 되는 순간, 경영자에게 내려지는 법적 책임과 더불어 안전관리가 형편없다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품질, 특히 ‘안전’에 대한 신뢰가 생명인 건설업 특성 상 그 낙인은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1일 벌어진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현장 붕괴사고는 건설업계를 한 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지난해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대형 사고에 경악하면서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니까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특별법을 통해 안전관리에 무심한 사업주를 처벌해야 하는 거다”라는 여론을 형성했다.

급기야 사고가 일어난 그룹의 회장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죄하고 자진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여론에 떠밀려 중대재해처벌법보다 더 강력한 수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며 푸념했다.

연이어 터진 대형 사고들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법 내 처벌규정의 완화를 호소하기 어려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법에 규정된 형량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해 왔다. 

실제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은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이른 바 산업안전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사업주에게 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는 조항으로 인해 건설업계 전체가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산업현장 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그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현장 내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전국 수백, 수천 곳에 달하는 공사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차라리 산업재해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이었다면 지금처럼 업계 전체가 나서서 반대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서 이야기했듯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현장 내에서 실시할 수 있는 체계적인 안전 점검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풍조의 확립이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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