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건설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시급’
잇따르는 건설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시급’
  • 황순호
  • 승인 2022.01.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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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학회 ‘도심지 대형건축물 안전확보 위한 간담회’ 개최
현행법상 건축구조기술자에 부실설계・시공 제재할 권리 없어
지반침하 및 함몰도 빈번… 대형참사 우려 ‘산재’
'도심지 다중이용 대형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도심지 다중이용 대형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안전 시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광주 학동 재개발 붕괴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되풀이된 이번 사고로 인해 건설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또한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지형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로 인해 지반이 침수되면서 ‘땅꺼짐’ 사고까지 잇달아 발생하는 등 이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건축물 부근에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매몰된 피해자들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근 건물들의 연쇄 붕괴로 인해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건축학회가 지난 13일 도심지 내 대형 건축물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빈발하는 안전사고와 고양 마두역 싱크홀 붕괴사고 등 땅꺼짐 현상 등의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기 위함이다.

강부성 대한건축학회장이 13일 열린 '도심지 다중이용 대형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강부성 대한건축학회장이 13일 열린 '도심지 다중이용 대형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학회

강부성 대한건축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빈발하고 있는 건축물 구조사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2022년 한 해 동안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심경을 드러냈다.

먼저 정광량 CNP동양 대표가 최근 구조안전제도의 현실 및 문제점에 대해 기조발표를 했다.

정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현행법상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만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건축사 이외의 건축구조기술자는 직접적인 건축관계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부실설계 및 시공을 적발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축허가 및 시공 과정에서 구조안전에 건축구조기술사가 참여할 수 없을 뿐더러 30층 미만 건축물에 대해서는 구조감리가 필수가 아니라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지난 1962년 처음 제정됐을 당시의 구조안전제도를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한 탓에 그동안 수없이 바뀌어 온 건축 기조 및 안전관리 풍조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정 대표는 건축허가 및 구조안전 확인 과정에서 QP(Qualified Person, 건축 설계도 작성 및 구조의 인・허가 진행)와 AC(Accredited Checker, QP가 작성한 설계내용을 독립적으로 해석하고 검증)의 상호 검증을 통해 안전을 철저히 책임지는 싱가포르, 건축신청 시 구조1급건축사가 현행법에 적합한지 반드시 확인하고 규정위반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일본, 인・허가 과정에서 기술사 이상의 전문가를 고용해 건물의 설계 내용을 검수하고 검토하는 미국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건설안전’ 선진국으로 통하는 주요 국가들의 모범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주장이다.

이어 “관계전문기술자로 격하돼 있는 건축구조기술자의 위상을 끌어올려 구조설계 과정에 정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며, 필요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설계에 전문성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지난 2014년 2월 있었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에서 시공 및 자재 사용이 설계도서와 다르게 진행된 사실을 지적하며 지금의 프로세스가 이어지는 한 유사 사례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더불어 2020년 5월 개정된 건축물 관리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사후 처벌에 치우쳐 있는 점을 들며, 각 전문분야 기술자들의 역할・책임・의무를 규정하고 시대・기술의 변화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는 법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땅꺼짐 걱정 없는 도심지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최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8월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붕괴사고 및 수도권 일대에서 종종 일어나는 땅꺼짐 문제가 도심지 과밀화 및 지나친 지하 공간 개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 굴착공사로 지반 교란이 발생하면서 토사가 유실되거나 모래질 지반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면서 수위 저하로 인한 지반 침하의 발생으로 땅꺼짐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지하 지반 근처에 지하철, 대형 지하상가 등 다수가 이용하는 대형 시설물이 위치해 있는 탓에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일산시의 경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서구의 지하수가 남쪽의 한강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수도권지하철 3호선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해당 지반의 침하와 함몰이 빈번한 실정이다.

최 연구위원은 “비록 지난 2018년 지하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공용중 매설관 구조 문제, 주변 땅꺼짐 등 여러 유형의 땅꺼짐 사고가 다발하고 있다”며, 지자체별로 인프라 및 건축물 현황을 파악해 이를 반영한 지하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수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수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주영규 대한건축학회 총무이사를 좌장으로 기조발표를 한 2명과 더불어 ▷이종섭 고려대 초융합건설 포렌식연구센터장 ▷최병정 대한건축학회 건축기준위원장 ▷권순욱 대한건축학회 대외협력담당이사 등이 참여했다.

먼저 이종섭 연구센터장은 “토사유출 등 ‘보이는 사고’는 지반사정 및 난개발 등 ‘보이지 않는 결과’로부터 시작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발생한 건설업계 사고들의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건축・토목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1기 신도시의 연식이 30년가량 지나면서 노후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지금, 상・하수도 문제를 중심으로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병정 위원장은 ‘시스템’에 주목했다.

“앞으로는 구조안전제도의 대대적인 개정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통해 어떻게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의 대형 참사들 모두 사전에 ‘안전’에 대해 좀 더 주의하고 경각심을 가졌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탄식하는 한편, “1980년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겪으면서 건설업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가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건설업계 내 안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욱 이사는 현재 성장 중인 4차 산업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활용함으로써 다방면으로 정보를 수집, 이를 현장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이사는 “지금은 시공・해체・설계・폐기물 처리 등 각 분야에서 ‘안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이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이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또 공법 적용에 있어서도 현장 내 지형 및 주변 인프라를 사전에 숙지하고, 위험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배제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을 원천 봉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광량 대표는 “건설업은 ‘프로세스’의 산업이다. 각 단계를 거치며 철저한 안전 확인이 필수”라며, “모든 건물에는 라이플 사이클이 있다. 건축구조기술자 등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문제점 발견 시 즉각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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