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절기 비수기에도 계속되는 ‘시멘트 호황’
동절기 비수기에도 계속되는 ‘시멘트 호황’
  • 김덕수 기자
  • 승인 2022.01.10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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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실적 대비 ‘이례적’ 11월보다 12월 판매증가
지역 사일로 재고 부족, ‘시멘트 물량수급’ 빠듯

시멘트 비수기인 동절기가 무색하게 건설현장과 레미콘 공장에는 시멘트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수도권 레미콘 회사 담당자는 “12월 내내 주문량의 80% 수준으로 공급받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불안감에 여기 저기서 가수요가 붙어 수급이 더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으로 보면 지금도 극성수”라고 밝혔다. 

시멘트 업계는 하반기 최성수기인 지난해 11월 내수를 450만톤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12월에는 11월 대비 오히려 3~5% 내외 출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12월의 출하량이 11월의 80%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지난 10년간은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날씨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통상 시멘트 출하는 영하의 기온이 3일 이상 지속되면 30% 정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비수기로 접어든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시 품질 유지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2월에 주말에는 추워졌다가 주중에는 회복되는 경향이 반복돼 공사 현장에 영향이 거의 없었다. 

시멘트 회사들이 동계 대보수를 일찍 시작해 생산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수기 막바지였던 지난해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화물연대 파업이 예고돼, 시멘트 수송에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그대로 성수기가 끝날 것으로 예상한 시멘트 업계가 동계 정기 설비보수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이런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페어 라인(Spare line)을 풀 가동하고 있고 설비보수 전에 클링커(시멘트 주원료)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두기 때문에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 수 십 년간 해온 일”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수급 불안의 원인을 물류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멘트 물류를 담당하는 운송 회사의 대표는 “짐(시멘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생산공장에는 있지만 지역 사일로에 재고가 부족하다. 생산공장으로 이동하려면 장거리 수송을 해야하고, 공장에 차가 몰리니 대기 시간도 길어져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몹시 우려스럽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지역 출하 기지(저장 Silo)에 물량이 부족한 것은 철도 수송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시멘트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노후 화차(수송탱크)의 폐기가 진행되고 있다. 신차 교환은 2023년이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차 유입이 완료되더라도 철도 수송이 완전히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철도물류부문 적자 구조로 인해 한국철도공사가 수송 라인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 비해서도 10% 이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철도 물류 능력이 감소하면 수요가 육상 물류로 몰리게 되지만, 육송이 안고 있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BCT(시멘트 수송 트레일러)는 3,800대 정도로 추정되는데 타 업종으로의 차량 이탈이 늘어나면서 시멘트 운송을 전담하는 BCT는 3,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돈이 더 되는 일’로 차주들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운임제도(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거리에 따른 운임을 제도화) 시행 이후 ‘준법 수송’이 정착되면서 차량 당 수송량이 감소됐고, 차주의 소득이 일정해 짐에 따라 차량 운행률도 감소했다. 

“BCT도 줄어들었지만 같은 대수를 운영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대략 10% 정도 수송능력이 감소됐다. 최근 요소수 등의 문제로 차주들이 장거리 수송은 더더욱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운송 업계의 고민이다.

물류 여건의 구조적 악화로 시멘트 업계도 근심에 빠져있다. 장치산업으로서 최대 생산 최대 출하가 시멘트 산업의 수익구조이기 때문. 

익명의 시멘트 회사 고위 간부는 “물류 조건의 악화는 공장 가동률 저하로 직결된다. 생산을 많이 해도 출하를 충분히 할 수 없으니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온실가스 배출 이슈로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유연탄 가격이 2배, 3배 우습게 폭등하는 상황이라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물류 여건이 구조적으로 악화까지 겹치면서 해법을 찾기가 난감해졌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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