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차기 정부에 바라는 조경정책에 관한 제언
[논단] 차기 정부에 바라는 조경정책에 관한 제언
  • 조경진 한국조경학회장
  • 승인 2021.1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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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 50주년, 이제는 미래지향적 생태문명이 필요하다
범정부 차원 그린인프라 계획으로 훼손된 국토 복원해야
조경진 한국조경학회장(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
조경진 한국조경학회장(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생활에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불필요한 모임과 이동을 자제하거나, 집과 동네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기 시작했으며, 집 주변의 숲과 공원을 자주 찾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자연이 주는 효용 가치를 새롭게 하는 계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팬데믹과 더불어 닥쳐오고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생태적 삶으로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조경 정책 측면에서 국토의 자연 인프라관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972년 한국조경학회가 설립되면서 조경이 제도화됐으며, 청와대 조경비서관이 신설되고 1973년에 각 대학에 조경학과가 신설되면서 공공조경을 위한 조경공사도 설립됐다. 
당시 내걸었던 ‘국토를 잘 보존하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국가 주도의 조경은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파괴되는 자연을 살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한국조경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자연의 가치와 효용은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의 생명줄인 국토의 산과 강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이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일이 되었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친 지난 시대에 국토의 회색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생태문명을 지향하는 시대를 맞이해 녹색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일 차례다.
50년간 전 국토의 공원녹지 정책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생태환경을 가꾸고 보존할 책무를 가지고 있으며, 도시공원법에도 국가정원 및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해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아직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국가도시공원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진기지로 회복탄력성을 고려한 공원개념과 기술이 구현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최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는데, 탄소흡수 효과를 늘이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에 ‘도시숲, 생활숲’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정부 부처 간 서로 다른 법을 운용하면서도 협력하는 매우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산과 하천이 자연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등 우리 국토의 특징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다. 
앞으로는 개발 시대를 거치면서 훼손된 산줄기와 강줄기를 복원하고 이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산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삶의 터전을 보전하며,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그린인프라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유기체적인 자연 인프라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산림, 하천, 도시, 농어촌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나, 정부의 각 부처들은 국토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각기 다른 관점과 공간 범위로 다루고 있다. 
이제는 국가 단위의 그린인프라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법제도적인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예컨대 ‘그린인프라기본법(가칭)’의 제정으로 관련법을 조정하는 수단을 만들고 통합 조정하는 위원회도 신설해야 한다.
국토환경의 보존과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정부 조직을 재편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린인프라의 근간인 산림과 하천, 도시공원과 자연공원, 도시숲과 정원, 농산어촌 등을 다루는 부서가 나뉘어져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우며, 유사한 관련법도 서로 다른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서 영역 분쟁과 갈등이 초래되거나 중복 사업 추진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로 전 인류가 신음하는 지금,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의 대전환이 요구가 필요하다. 
소극적이고 파편화된 대응으로는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생태문명으로 전환할 수 없다. 이것이 국가 그린인프라 통합관리를 위한 제도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조경이 이 땅에 뿌리내린 지 어언 50년,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다시 한 번 뛰어야 할 때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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