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조경 진흥? 왜, 무엇을 해야 할까
[조경칼럼] 조경 진흥? 왜, 무엇을 해야 할까
  • 최정민 순천대학교 교수
  • 승인 2021.12.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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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공간의 진흥은 국토와 국민으로부터의 시대적 요구
조경은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 탄소 중립을 실현케 하는 유일한 건설 분야
최정민 순천대학교 교수.
최정민 순천대학교 교수.

많은 이들이 “조경 진흥”을 “조경(산)업 진흥”으로 얘기한다. “적정한 설계 대가”, “조경사 자격 도입”, “매출 증가”, “기술자 복지”, 조경수 재배나 자재생산을 위한 “조경진흥단지 조성”, “조경진흥시설 지정” 등이 주요 숙원 사업이라고 한다. 좀 더 나은 대우와 보수, 사업적 성공을 바라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국가가 왜 특정 ‘업(조경)’을 진흥해야 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토목진흥, 설비진흥, 도배진흥 같이 거의 모든 직종을 진흥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그들의 도발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조경(업) 진흥의 당위성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조경(업) 진흥이 조경 진흥”이라는 등식은 개연성 있다. 임업 분야는 정원, 가로수, 휴양림, 도시숲 등을 법제화하고, 산림복지진흥원, 임업진흥원, 산림조합 등을 통해 업을 진흥하고 있다. 임업이라는 동종 집단이 입법 능력 있는 강력한 정부조직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누가 조경을 위해 이런 역할을 해줄까. 
조경업 진흥이 조경 진흥이라면, “부흥한 조경업이 조경을 진흥시켰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성공한 조경가와 흥한 조경업은 많은데, 왜 젊은 조경인들이 떠나고, 학생들은 전공 분야 취업을 꺼릴까. “조경업 (진흥) 없이 조경은 불가능한가?”라는 반문도 가능하다. 
비닐하우스, 묘목장, 중개상(나까마) 같은 ‘업’은 이 땅에 조경이라는 용어가 정착되기 훨씬 전부터 영위해오던 유사 조경 행위들이다. “내가 (조경) 제일 잘해”라는 사람들 심심치 않게 많다. 그들은 조경업 (진흥) 없이, 얼마든지 조경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조경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지만, 조경은 “대상(토지, 공간)”과 “행위(계획ㆍ설계ㆍ시공ㆍ관리 등)”라는 두 축을 근간으로 정의된다. 조경 공간은 조경 행위(업)의 대상이자 목적이다. 조경업은 대상이 있을 때 필요하고, 대상을 통해서 성장하고 진흥된다. 
그 결과물인 조경 공간이 공익에 기여할 때, 조경 진흥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당위성을 획득한다. 조경은 그런 능력이 있다. 
기후변화 시대의 조경은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건설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원 녹지의 확충이나 리모델링, 조경 복지 공간의 조성, 국가 품격을 높이는 조경 같은 “조경 (공간) 진흥”은 국토 환경과 국민을 위한 시대적 요구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 정책이 필요하고, 수준 있는 조경 행위(업)가 요구된다. 
시대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조경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경 진흥은 좋은 디자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현실 조경 행위(업)는 하도급자로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적정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작품에 대한 크레딧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평생을 하도급자로 살고 싶은 이들이 어디 있을까. 박봉과 야근은 참을 수 있어도, 자기 작품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은 참기 어려울 것이다. 젊은 조경인들이 떠나고, 학생들은 전공 분야로 취업을 꺼리는 이유 아닐까. 
열정과 디자인만으로 좋은 조경을 하기 어렵다. 좋은 조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디자인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칭 조경 제일 잘하는 사람’과 다른 질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문) 조경업의 존재 이유이고, “조경 진흥”의 당위성일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조경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 그것이 “조경 진흥의 길”이 아닐까.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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