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녹지, 보다 ‘건강한 도시’로 나아가는 길
공원녹지, 보다 ‘건강한 도시’로 나아가는 길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1.12.0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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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녹지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 부재, 실질 활용률도 떨어져
탄소중립 시대, 앞으로 어떻게 공원녹지를 조성해야 하는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커져 가는 시민들의 피로감을 해소할 대안으로 도시 내 ‘공원녹지’가 주목받고 있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고 자연 공간을 만끽함으로써 주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나아가 삭막한 도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공원녹지이다.

또 공원녹지가 ‘탄소중립’이라는 범지구적 과제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해법으로 조명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도시 내 공원녹지를 확보하고 보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과 도시 경관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원녹지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 또한 도시 내 녹지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2년부터 시행되는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공원 및 녹지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도 공원녹지율을 27~35%까지 끌어올리는 등 주민들에게 녹색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현행 공원녹지 운영의 문제점

그러나 심도 있는 연구의 부재와 성급한 계획 수립 등으로 인해 도시 주민들이 공원녹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상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공원녹지율 자체는 상승했을지 몰라도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녹지의 비율은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기후변화 대응 및 압축도시 구현을 위한 공원녹지복합화 포럼’ 모습.
지난달 29일 열린 ‘기후변화 대응 및 압축도시 구현을 위한 공원녹지복합화 포럼’ 모습.

이범현 성결대학교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또한 지난달 29일 열린 ‘기후변화 대응 및 압축도시 구현을 위한 공원녹지복합화 포럼’에서 발표한 ‘압축도시 실현을 위한 수변공간의 활성화와 입체적 이용’에서 이를 지적했다. ‘한강’이라는 매력적인 자연 조건을 갖춘 서울이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워터프론트(Waterfront : 바다, 하천, 호수 등 도시의 수변공간 또는 수변에 접하는 육지에 인공적으로 개발된 공간)에 대한 몰이해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하천변 난개발로 인한 주변 생태계 파괴・수질오염・경관 부조화 등의 문제점을 낳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가하천 주변을 중심으로 수변 경관훼손이 심각한 상태이며, 수변공간의 활성화를 위한 환경친화적 도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친수구역 조성지침을 통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친수공간 계획, 공공공간 네트워크・생태환경 조성 및 관리・커뮤니티 공간 조성 등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 이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희선 한국환경연구원 환경계획연구실장은 “현재 도시공원법 및 공원녹지법은 지난 1980년대 제정된 이후 급변하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법령의 현대화 및 조성 기준・조건 등의 개편을 촉구했다. 또 “근본적으로 도시는 수목이 생장하기에 좋은 공간이 아니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의 생태조건에 맞는 식재 모델을 수립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알맞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윤은주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연구를 통해 다양한 조경 사업 모델 및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출하고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인프라가 그것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재를 지적했다. 

최재군 수원시 영통구 녹지공원과장은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친수공간은 단 4곳에 불과하며, 친수공간이 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사업성이 높은 지역들은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이며, 앞으로는 도로 사정에 맞는 가로수 조성 계획을 통해 상업성과 그린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 공원녹지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김현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교수는 그 대답으로 ‘생활밀착형 공원녹지 확대를 위한 가로수 띠녹지 구현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 ‘접근성’이라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에 주목하며 일본 도쿄도의 ‘새로운 도쿄’ 정책과 호주 멜버른의 ‘Urban Forest Strategy’ 등을 소개하는 한편, 무분별한 도시공원만으로는 공원녹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가로수 띠녹지’를 조성해 단절된 녹지들을 연결하고 도시의 자연성을 회복하며, 가로경관 향상 등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로수 띠녹지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 및 소음 완화 등의 환경적 효과와 더불어 보행 안전 만족도 제고, 관리 비용 및 포장시공비 절감 등의 사회적・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 김 교수는 일본 도쿄도 에도가와구, 독일 비스바덴, 창원시 및 제주시 등 국내외의 가로수 우수사례를 제시하며 향후 도시계획에 이를 적극 반영할 것과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현무 사이트랩 대표는 ‘입체복합화’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수직적 복합화를 통해 공간 이용의 효율을 높이고 입체적 도시공간의 구현으로 공간을 확보, 여기에 공원녹지를 조성해 토지의 낭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 김 대표는 왕숙신도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완충녹지 및 하천변 녹지확보 등으로 생활형 공원이 축소된 사실을 지적하며 ‘생활권’ 내의 녹지 조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녹지를 연결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그 기능을 보강하는 사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도보 10분 이내’에 공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수립한 미국 뉴욕, 모든 형태의 녹지공간 및 녹화된 건물을 도시녹지에 포함시킨 독일 바이에른주의 사례를 통해 공원녹지로 인정되지 않는 체감형 공원 또한 공원녹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탄소중립은 공원녹지뿐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할 목표”라며, “일상 생활 속에서 공원이 공존하는 도시, 내 집 앞, 거리, 생활권에서 자유롭게 공원을 즐기고 도시 전체가 탄소를 흡수하는 미래 도시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각지에서 바라본 남산 서측 기슭 용산공원.
삼각지에서 바라본 남산 서측 기슭 용산공원.

■ ‘용산공원’ 통해 바라보는 공원녹지의 미래

여기에 지난 2일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연합사 본부의 험프리스 기지(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기지) 내 이전 추진현황을 검토했다”고 발표하면서 용산공원의 개발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용산공원은 전체면적이 약 300만㎡에 달하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공원 부지로, 지난 2019년 용산공원 조성 계획이 가속되면서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953년 미군이 주둔한 이후로 ‘서울 속의 작은 미국’이라 불리며 미지의 땅,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곳이 드디어 서울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된 것이다.

용산공원을 설계한 네덜란드 WEST8의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는 용산공원의 테마를 ‘치유’로 삼으며 ▷대도시와 자연의 만남 ▷열섬 현상 해소 및 오폐수의 순환과 재활용 ▷공원 내 생태계 복원 및 다양성 확보 등을 통해 한국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연공원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열린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미래공원 비전포럼’ 모습.
지난 2일 열린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미래공원 비전포럼’ 모습.

그는 지난 2일 열린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미래공원 비전포럼’에서 “용산기지 건립으로 인해 훼손된 지형 조건 및 자연・문화적 경관의 ‘회복’에 주력했다”며, “미군 기지로서의 흔적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등 역사의 아픔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보존하는 한편,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함으로써 서울 시민들에게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용산공원을 통해 ▷공원 내 리사이클링 활성화 ▷관리 에너지 사용 저감 ▷공원시설의 친환경 건축 등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 녹지 면적 확대를 통한 탄소 흡수 ▷시민 대상 환경교육 ▷탄소중립 모니터링 전담반 신설 등 탄소중립의 기반을 마련할 방안 등을 제시하며, 이와 함께 시민들이 SNS 등을 통해 용산공원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하고 공유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배 교수는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시민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신 점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며, “용산공원은 미래 세대를 위한 여백이자 시민 참여의 과정이 곧 역사가 되는 곳이다. 앞으로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민들의 많은 참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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