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자력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 세계를 선도할 새로운 힘
[인터뷰] 원자력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 세계를 선도할 새로운 힘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1.07.15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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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등 억지로 탈원전 정당화..."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

한국원자력학회는 1969년 원자력에 관한 학술 및 기술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원자력의 개발, 발전 및 안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됐으며, 학계, 연구계, 산업계, 유관학회 등 5,000여명의 회원들의 지원으로 대한민국 국내를 넘어 세계 유수의 학술단체로 성장했다.

또한 학회지인 NET(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는 2018년 6월, Nuclear Science and Technology 분야에서 세계 5위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9년에는 원자력계가 나아가야 할 ‘비전 2050’을 수립, ▷안전 ▷혁신 ▷융합 ▷소통‧신뢰 ▷교류‧협력 ▷인력양성 ▷지속성을 7대 핵심 가치로 지정, 각각의 추진방향을 설정 및 이행함으로써 한국 원자력계의 성장에 이바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탈핵이라는 정치적 동기, 국민안전이라는 허울 좋은 목적에서 출발하여 탈원전이라는 잘못된 수단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 하고 있어, 마치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와이셔츠와 같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오류를 인식하고 접근방식을 바로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를 보더라도 반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만 초청하고 원자력 전문가는 단 한 명도 포함하지 않았으며, 탄소중립 정부합동 TF에서도 원자력에 대해 소홀히 여기는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 

원자력이 탄소중립에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에너지문제를 과학이 아니라 이념과 정치의 개념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의 약 30배 규모의 산림이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훼손됐다고 하는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소위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처한 지리적‧경제적 상황을 감안했을 때 그 규모와 방법, 속도를 좀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를 범하니 반발에 직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나머지 30%인 평지에 논과 밭, 공장 그리고 사람이 몰려 있는 형국이다. 여의도 면적의 30배 산림 훼손은 이제 시작일 뿐, 지금처럼 태양광 발전의 무분별한 확대를 이어간다면 막대한 환경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중국의 마오쩌둥이 대약진 운동에서 추진했던 ‘토법고로(土法高爐)’와 다를 것이 없다. 조악한 용광로로 철강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양철 지붕과 멀쩡한 농기구까지 녹여가며 조악한 ‘똥철’만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탈원전을 부르짖으며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고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세계최고의 원자력기술을 사장시키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하재주 학회장이 사우디 알팔레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접견하는 모습.
하재주 학회장이 사우디 알팔레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접견하는 모습.

■ 한국의 에너지 생산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 형태는 석탄이 40%, 원자력이 30%, 가스가 25%, 나머지가 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준 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을 제외하면 절대다수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3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우리 경제를 버티게 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한 총액을 합친 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보면 2040년 필요한 수소 520만 톤의 70%를 수입한다고 하며, 또 탄소중립 정부합동 TF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의 원자력을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그린 수소와 전기를 수출까지 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위해서라면 에너지안보도 경제성도 탄소중립도 다 희생해도 된다는 주장을 어느 누가 쉽사리 납득할 수 있겠는가. 

■ 탈원전 및 탈석탄을 통해 얻는 것에서 득과 실 중 어느 쪽이 더 많은가.

모든 발전 방식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국토가 매우 좁으며, 부존 에너지 자원이 없다. 

신재생 에너지는 반드시 친환경적이다, 석탄 등 화력 발전은 더럽다, 원자력 발전은 무조건 위험하다 등 일차원적인 감성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탄소중립 문제는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의 장점을 두루 살리되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한국의 원전 기술 수준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인데, 정부는 왜 이를 외면하는 것인가.

사견이지만,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변함없이 진행한 정책을 그리 쉽게 바꾸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처럼 억지로라도 탈원전을 정당화해 왔으나, 이제 와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 탈원전 및 신재생확대 정책을 통해 얻는 이익집단들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그 어느 에너지보다도 안정성이 가장 높다.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적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증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일부 탈핵운동가들의 선동을 정부가 답습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아마노 IAEA 사무총장 방문 및 현장시찰 모습.
아마노 IAEA 사무총장 방문 및 현장시찰 모습.

■ 탈원전을 고집하면서도 미국에 원전수출 공동합의를 한 것은 모순이 아닌가.

미국과의 협력이 우리의 탈원전 정책에 모순이 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탈원전 정책이 국제협력에 모순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미국은 그 동안 대형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지 않아 자국의 원자력건설 기술력을 상실했으며. 웨스팅하우스사가 AP1000 설계를 가지고 있지만 단독으로 수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기술력 및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에 기기공급 등을 통한 공동 진출을 요청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유지,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하지만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공장이 돌아가려면 몇 년이 걸리는 일이므로. 한시라도 빨리 중단되어 있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 지금 전 세계에 SMR 기술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SMR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2012년에 SMART라는 100MW급 SMR을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받아 사우디에 건설을 추진하는 등 세계를 선도하고 있었으나, 여러 악재가 겹치며 사우디 건설이 주춤하는 사이 전 세계에 70여개의 SMR이 개발 중이며, 특히 미국의 NuScale 등이 우리의 기술력을 뛰어넘으면서 또다시 언더독이 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 및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인 만큼, 지금보다 많은 노력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SMR 역시 머지않아 다시금 세계 최고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향후 원자력의 전망 및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통의 원전 강국이던 미국‧프랑스‧일본 등이 각자의 사정으로 경쟁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APR1400을 UAE에 수출하고, 미국 NRC의 인허가까지 받으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세계의 원자력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면 이는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약 1000조원의 원자력 시장이 열릴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탈원전을 부르짖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지금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난제를 풀기 위해 모든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이야말로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우리는 원자력 인프라 확대에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재고 및 SMR과 같은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원자력을 단순한 전력생산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원전으로 생산한 친환경 그린수소와 열 에너지, 극지 및 격오지에 적합한 초소형 원자로,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동력원으로 대용할 수 있는 원자로, 앞으로 다가올 우주 시대의 개척까지, 원자력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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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hs 2021-07-17 16:36:08
폐기물처리 기술개발은 잘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