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장기화되는 건설 자재난, 단계적 대응 시급하다
[이슈 포커스] 장기화되는 건설 자재난, 단계적 대응 시급하다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1.06.2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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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철근 대란과 다른 장기화 전망, 중소사에 피해 집중될 듯
자재난 장기화 대비,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中 ‘전기로 중심 생산체제 본격화’ 철스크랩・철근가격 상승 압력
주요 자재 현실단가 반영한 합리적 공사원가 산정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 시공사 피해 최소화해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이 심상치 않다.

그 결과 원자재 혹은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건설 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입물가지수(2015=100) 총지수(원화 기준)가 8.4% 증가한 반면, 건설 자재와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인 고철(49.3%), 원유(47.6%), 석탄코크스(45.0%), 강화 목재(41.8%), 철광석(19.7%), 일반 합판(17.9%), 원목(10.7%) 등은 이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건축자재 관련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상기 기간 동안 건축용 금속공작물(42.2%), 아스팔트(39.1%), 중유(35.8%), 콘크리트 파일(29.2%), 건축용 판금제품(28.8%), 엔지니어링플라스틱(26.1%), 보통 철선(18.2%), 각재(15.9%), 형강(15.2%), 고장력 철근(6.8%), 일반철근(6.3%), 봉강(5.5%) 등 주요 건축자재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 총지수의 상승률(4.3%)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3월과 5월에 대한건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재 수급 동향에 대한 조사를 실행한 결과,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다수의 중소 건설업체가 자재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3일 대한건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공사 차질 현황(2020.11월~2021.1월)’ 결과에 의하면, 62개 현장이 철근과 형강, 콘크리트 파일 수급 불안으로 작업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5월에는 3~4월 동안 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공사 차질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9개 현장에서 평균 20일 정도 자재 수급 문제로 공사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에서 자재가격의 상승은 필연적으로 수급난 및 공사비 상승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키며, 특히 지난 2018년 7월부터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올 초부터 철근 부족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제강사 감산 전략에 따른 생산설비 가동률 저하, 철근 가격 상승에 따른 유통 물량 잠김 등 공급측 요인과 소규모 현장의 증가 등 수요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춘 대형사는 철강 수급 문제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유통업체를 통해 물량을 후순위로 공급받는 중소 건설업체는 철강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우리는 본 기사를 통해 자재의 가격 동향 및 그 상승 요인을 살피고, 향후 전망 및 시사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건설공사에서 가장 많이 투입된 자재는 12.1조원의 건축용 금속제품으로, 자재 중 11.%의 비중을 차지한다.

두 번째는 11.0%으로 11.4조원이 투입된 레미콘이며, 세 번째는 6.8%으로 7조원을 차지한 철근 및 봉강으로 나타났다.

건설공사비지수 및  건설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증감률은 생산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과 유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생산자물가지수의 증감률에 비해 더 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 3월 건설업공사비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는데, 이는 2009년 4월에 6.7% 증가한 이후 최대 상승폭으로, 통계청의 경기동향조사 항목인 건설기성의 디플레이터 값인 건설물가지수 또한 2021년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해 지난 2011년 3월의 7.3% 증가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한 건자재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속류 제품들의 상승폭이 두드러지면서 공사비 역시 함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와 건설기성이 연초까지 감소세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은 공급 쪽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13개 주요 철강 자재 중 철근의 연간 생산량은 강관의 생산량과 함께 3년 연속 감소, 2020년 철근 생산량은 2017년 대비 80% 수준으로 강관에 이어 가장 많이 위축됐다.

특히 2018년 연말부터 최적 생산 및 최적 판매 전략으로 선회, 공장 대보수 등의 이유로 각 제강사들이 전반적인 감산에 들어가면서 시중 유통량을 조절한 바 있다.

둘째, 철근 제조사가 대형 건설사에게 물량을 우선 공급, 중견 및 중소 건설사가 국내 생산량 및 해외 수입 감소로 인해 철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억제정책으로 제강사의 가동률이 제한되면서 중국산 철근의 생산량이 감소, 이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산 철근의 물량 확보 또한 어려워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통상이 향후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시장에 대한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수급 불균형이 심화, 이것이 다시 가격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견 및 중소 건설사는 지역 소형 유통업체를 통해 소매 위주로 납품을 받는데, 즉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수요의 급변 등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어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요 측면의 경우, 정부의 주택안정화 대책 발표로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피하고자 많은 민간 주택들이 공사일정을 앞당기면서 2020년 하반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실시한 경기 부양책의 펜트 업 효과로 각국의 철강 수요 역시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철근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수입산 철근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철강 제조 공정을 고로에서 전기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이 전기로 중심의 철강 생산 체제를 본격화하면서 전기로 조업의 원료인 철스크랩(고철)의 가격 또한 급등, 이는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근, 형강, 봉강 등의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지난 5월부터 철강 수출을 통제, 원재료인 철광석뿐만 아니라 고철, 슬래브, 빌릿 등 주요 자재들의 국내 및 수입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슬래브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6.%, 고철과 빌릿은 각각 74.8%, 37.1% 상승했다. 철광석 또한 30.7% 상승 전체 수입물가 상승률 25.8%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년 5월 t당 65만원이었던 철근 가격이 지난 5월 12일 93만원을 기록, 1년 새 43%나 상승했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산과 국내산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할 여력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건설 관련 물가지수의 추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유사하다. 당시 건설공사비와 건설물가지수가 7~8월에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8~19% 정도 상승,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한 바 있다.

또한 연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가격이 급락, 당시 건설투자의 감소로 자재가격의 급등이 1년만에 종료됐다.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경제 구조 및 그 분포를 크게 바꾸고 있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며, 건설업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철강 제품을 포함해 건설 자재의 안정적인 수급 담보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급등하는 철강 자재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위축돼 있는 국내 생산량을 증량, 중국의 수출 통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로를 이용한 조강 설비를 10% 이상 확대, 90만~100만톤 적어도 60만톤 이상의 철근을 추가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에 따른 철스크랩(고철) 수요 증가에 따른 안정적인 공급 방안을 재차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건설업계 내 생산체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건설 자재의 물가변동에 대처하는 계약금액 조정은 계약예규에 포함된 공사계약 일반조건에서 총액에스컬레이션 및 단품슬라이딩을 적절히 활용해 각 현장에 맞는 방식으로 공사 금액을 조정, 합리적인 공기 설정 및 비용 재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최근처럼 중소기업의 생산 물량이 부족한 때 관급 자재가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공급되지 못할 경우, 발주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발주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관급 자재를 사급 자재로 변경하거나 사급 자재를 관급 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

자재의 수급 방법이 변경되면 발주기관은 그 승인을 통보한 시점의 가격을 적용한 대가를 기성금액 또는 준공금액에 합산에 지급하면 된다.

이를 적극 활용함과 더불어 최근 철근 등 철강 자재의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에 대한 대처 방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공사원가 산정시 주요 자재의 최근 현실 단가 반영 지침 및 기준 마련

올해처럼 자재비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원가 및 설계 가격과 시공 단가 간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최근 주요 자재가격의 변동을 원가 산정에 반영, 현실화된 최근 단가로 재설계할 수 있도록 적정 기준 및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개정

자재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총액계약으로 체결된 민간공사다. 이들의 경우 민간표준도급계약서의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해 시공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표준도급계약서 30조 2항에서 ‘도급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자재 공급이 지연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지체 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아 분쟁의 소지가 있다.

이에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이유를 명기하되, 제17조(공사기간의 연장) 3항에 의거 요청한 항목임을 명기하고, 원자재 수급 불균형에 대한 조건 및 품목을 구체화해 도급자와 수급자 간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철강 건설자재의 수급 문제는 공공 인프라 또는 시설물의 공급 지연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곧 공사 비용 상승 및 건설투자 회복의 지연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업과 건설자재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단계적인 대응을 펼쳐 나가야 한다.

또한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코로나19 종식 기대에 따른 전 세계적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 조절이 원인임을 감안, 향후 다른 주요 건설자재에도 가격 상승이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기업에서도 리스크를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자재 수급 및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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