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 자재 대란,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가
[기자수첩] 건설 자재 대란,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가
  • 황순호
  • 승인 2021.06.2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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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기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설업계... 쌓이는 건 ‘한숨’ 뿐
중국산 철근 가격까지 폭등, 수입도 녹록치 않아
공사 중단 인한 공공 인프라 확충에도 차질, 늘어만 가는 공기
시련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이 필요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모처럼 전 세계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지금, 희망은커녕 절망으로 가득 찬 업계가 있다. 바로 건설업계다. 코로나19로 마비됐던 경제가 회복되면서 여기저기서 대규모 공사 발주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호황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어야 할 건설업체들이 왜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것인가.

바로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자재난 때문이다. 지금 건설현장에서는 철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철근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으며, 그나마도 전국의 현장에서 철근을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건자회와 레미콘 조종기사 간 단가협상이 결렬, 전국레미콘운송연합 등 레미콘 노조가 운송단가 9%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감행, 그 여파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전국의 공사 현장들이 말 그대로 ‘올 스톱’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게다가 2018년 연말부터 최적 생산 및 최적 판매 전략으로 선회, 공장 대보수 등의 이유로 각 제강사들이 전반적인 감산에 들어가면서 시중 유통량을 조절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철근 생산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도 또 하나의 악재가 되고 있다. 중국이 철강 제조 공정을 고로에서 전기로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생산량 및 품질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수입 가격 또한 급등, 이로 인해 자금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중소 건설업체들이 수급난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현실이다.

자재난으로 인해 공기가 연장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공공공사의 경우 작업에 차질이 생겨 공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들의 부담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프라 시설의 제공이 늦어짐에 대한 시민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지름길이다.

우선 건설업계 내 생산체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건설 자재의 물가변동에 대처하는 계약금액 조정은 계약예규에 포함된 공사계약 일반조건에서 총액에스컬레이션 및 단품슬라이딩을 적절히 활용해 각 현장에 맞는 방식으로 공사 금액을 조정, 합리적인 공기 설정 및 비용 재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최근처럼 중소기업의 생산 물량이 부족한 때 관급 자재가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공급되지 못할 경우, 발주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발주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관급 자재를 사급 자재로 변경하거나 사급 자재를 관급 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

자재의 수급 방법이 변경되면 발주기관은 그 승인을 통보한 시점의 가격을 적용한 대가를 기성금액 또는 준공금액에 합산에 지급하면 된다.

이를 적극 활용함과 더불어 최근 철근 등 철강 자재의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에 대한 대처 방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공사원가 산정시 주요 자재의 최근 현실 단가 반영 지침 및 기준 마련

올해처럼 자재비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원가 및 설계 가격과 시공 단가 간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최근 주요 자재가격의 변동을 원가 산정에 반영, 현실화된 최근 단가로 재설계할 수 있도록 적정 기준 및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개정

자재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총액계약으로 체결된 민간공사다. 이들의 경우 민간표준도급계약서의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해 시공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표준도급계약서 30조 2항에서 ‘도급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자재 공급이 지연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지체 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아 분쟁의 소지가 있다.

이에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이유를 명기하되, 제17조(공사기간의 연장) 3항에 의거 요청한 항목임을 명기하고, 원자재 수급 불균형에 대한 조건 및 품목을 구체화해 도급자와 수급자 간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철강 건설자재의 수급 문제는 공공 인프라 또는 시설물의 공급 지연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곧 공사 비용 상승 및 건설투자 회복의 지연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업과 건설자재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단계적인 대응을 펼쳐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기업에서도 리스크를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자재 수급 및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건설업계의 ‘체질’을 정비하고,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함으로써 단순히 이번 사태만을 무마하는 미봉책이 아닌, 앞으로 또 닥쳐올 수도 있는 비슷한 사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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