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산법 개정안 ‘부실폭탄’ 우려 논란 확대
엔산법 개정안 ‘부실폭탄’ 우려 논란 확대
  • 김덕수
  • 승인 2021.04.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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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 전문, 기계설비, 건설용역공제 등 대혼란 ‘강력 반발’
국토부 “엔산법 개정안 문제, 보증시장 붕괴될 수 있어”
수년간 엔공의 불법 영업, 7만3천여 중소건설사 피해 예상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개정 법률안으로 인해 건설보증 관련 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건설공제조합(이사장 최영묵)은 지난 8일 특정 공제조합(엔지니어링공제조합, 이하 엔공)에 대한 특혜를 주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이하 엔산법) 개정에 전면 반대하고 총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신정훈 의원실을 최근 방문해 본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전문건설공제조합·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등 건설 관련 3개 공제조합이 연명으로 마련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엔공이 엔지니어링 활동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된 제작·설치·공사 및 감리나 건축사가 수행하는 설계에 대해서도 보증, 공제 등의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엔산법의 개정안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야기시킬뿐 아니라 영세 중소 건설업체들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며, 엔산법 개정시 엔지니어링공제조합만 특혜로 이어져 건설 전문 설비는 물론 골재・전기・정보통신 등 22개 보증기관의 업역마저 모두 하겠다는 것으로 대혼란 및 부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을 포함한 건설 관련 공제조합 3사와 건설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엔공의 사업 범위만을 일방적으로 확대시키는 특혜이며, 개정안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된 불법 영업 논란에 대한 합법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엔산법 개정을 통한 건설사의 금융기관 선택권 확대는 표면적인 명분일 뿐, 결국 목적은 특정 기관의 수익추구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엔산법 개정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 입각해 중소 건설업체 육성과 보호를 주된 사명이자 존재이유로 삼는 건설 관련 공제조합과 그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 및 건설업계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건설금융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한 관계자는 “엔공이 수년간 불법 영업을 통해서 건전한 건설보증 시장이 매우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향후 영세 중소건설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줘야 부실 폭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 지난해 10월경부터 국토지방관리청 등에 엔공의 보증은 불법이라고 공문을 보내고 LH 등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입찰공고문에 명확히 엔공의 보증은 효력이 없다고 공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공이 불법 보증을 이제 합법화하기 위해 엔산법 개정을 시도하고 무리하게 영역을 확대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부실폭탄으로 경제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7만3,000여 중소중견건설사 피해 우려

엔공은 건설사업자 중 극히 일부의 우량업체 물량만을 선별적으로 인수하고 있으며, 금번 개정안으로 사업 범위가 합법화·확대될 경우 그 극심한 편식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그 결과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필연적이며,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대다수의 힘없는 중소・중견건설사에 대한 보증인수 거부 또는 수수료 인상 등 부담전가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과 엔지니어링을 겸업하지 않는 대다수 중소업체에게는 수수료 인하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개정안으로 촉발될 공제조합 간 출혈 경쟁은 필연적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높은 수수료와 저조한 배당 등은 결국 중소업체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 보증기관 부실화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 우려

건설업계에서는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보증기관이 저위험 상품(설계, 감리분야)만 취급하다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고위험, 고액 상품(건설공사 분야)을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건설경기 침체시 과거 서울보증이나 HUG 사례와 같은 보증기관의 대형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기관의 보증요율만 놓고 보면 그 차이를 여실히 알 수 있어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편, 엔공이 건설보증을 편법적으로 취급한 이후 손해율이 급증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본격적으로 엔공이 건설보증을 취급하게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또한 건설경기 침체 시 엔공이 과연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고 있다.

◼ 산자부의 엔공 감독부실 논란

산자부는 지난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안(2016.12.18. 의안번호 제4236호) 추진 당시 건설기술용역공제조합의 사업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공제조합 과당경쟁에 의한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해 개정안을 무산시킨 바 있으나, 본인들이 관리·감독해야 할 엔공의 순수 시공분야에 대한 불법 보증영업에 대해서는 수년간 방치하고 있고, 국토부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엔공 불법논란 보증서 수령에 대한 행정지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률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그토록 반대하던 타 산업 공제조합 사업범위 확대와 달리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동조하고 있으니 감독부실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엔공, 보증사업 관련 감독기준 조차 없어

또한 국토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들은 산업별 법령에 따른 공제조합들의 재무건전성, 수수료 산정 등을 감독하기 위해 고시를 통해 감독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산자부가 감독하는 엔공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감독기준도 마련돼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공제조합의 사업범위만 더욱 폭넓게 넓히는 것은 산업별·상품별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부실 공제조합을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 시장질서 교란하는 특혜 입법,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25개 이상의 산업별·업역별 공제조합이 존재하며, 각각의 카테고리 안에서 산업별 균형발전 및 중소 사업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공제조합 측은 “유독 엔공에 대해서만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보증을 허용한다면 이는 시장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본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7만3,000여 중소건설사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각 공제조합들의 타 산업 분야에 대한 포괄적 사업허용을 요구하는 법 개정안이 쇄도할 것”이라면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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