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오래된 조경의 미래
[조경칼럼] 오래된 조경의 미래
  • 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1.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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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원장
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원장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어 세계인의 일상생활이 제한되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며, 사망자가 2020년 일 년 동안 거의 200만명에 이르는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홍수, 대형 산불, 저지대 침수 같은  전 지구적 재난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급한 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조경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패러다임이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조경분야 도입 초기 70~80년대에는 고속도로, 공단건설 등 국토개발로 초래된 절개지 사면과 같은 훼손지의 미관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를 녹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이 시대를 소위 코스메틱(cosmetic) 조경시대라 할 수 있겠다.

90년대에 이르러서는 공장, 축산농장 등의 폐수로 인한 하천 수질 및 토양 오염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생태적 관점에서 환경을 보전할 필요성이 높아져 자연환경보전이 조경의 중심과제였다고 할 수 있으며,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난개발로 인한 경관훼손이 문제로 등장하면서 국토경관보전에도 관심이 높아져, 21세기 전후 시기는 자연환경 및 경관보전을 중요시하는 자연보전조경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택지공급을 위한 1기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생태적 디자인을 지향하는 아파트조경이 조경분야를 이끄는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했다.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자연환경의 보전에 그치지 않고 각종 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 및 재생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단절된 백두대간의 복원, 생태다리 조성, 자연형하천 조성사업 등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시에서는 재개발 혹은 뉴타운보다는 낙후된 기존 도시조직을 복원해 재생시킴으로써 원주민들이 보다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서민복지를 고려한 도시재생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복원 및 재생에서 조경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며, 이를 복원 및 재생조경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정원박람회가 단순히 작가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여주는 박람회를 넘어 골목길 재생과 접목해 열악한 환경의 골목길에 정원을 만들고 녹화하여 골목길 환경 재생 및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재생조경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더불어 예기치 못한 팬데믹 사태가 발생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 물리적 재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재난에도 대비해야 되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지구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힘을 모아 준비해야 하지만, 자연보전과 함께 환경친화적 생활환경 건설을 주된 목표로 하는 조경분야는 재난극복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 조경분야는 재난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역할, 즉 재난극복 조경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될 것이다.

작금의 지구적 재난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비위생적 대량 가축 생산 등 자연과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즉 인간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과다한 화석연로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이 온실효과를 초래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조경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한 숲 조성 및 도시녹화를 적극 추진해야 하고, 탄소발자국 줄이기 일환으로 식재료 운반거리 최소화를 위한 텃밭 조성 등 다양한 대처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주거지에 인접한 공원녹지를 많이 만들어 홍수, 산불, 지진 등 재난 시에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분산시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팬데믹 대비를 위해서는 공원 등 오픈스페이스를 더욱 많이 만들고, 공원의 구성에서도 사회적 거리유지가 가능하면서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원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물리적 측면의 대응과 더불어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즉 ‘사람이 먼저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다’와 같은 인간 우선주의 혹은 인간 우월주의가 환경재앙을 초래하는 원흉임을 깨닫고 인간과 지구상의 동식물 등 생명체는 모두 평등하며, 지구상에서 동등한 거주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더 나아가서 흙, 물, 공기 등 무생물도 생명체와 평등하고 동등한 거주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지구상의 모든 구성요소는 상호의존적이므로 어떤 한 요소가 고통을 겪을 경우 이는 지구 전체의 고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명주의로, 더 나아가서 무생물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의미의 신(新)자연주의로 나아가야 지구 재난의 근본적 해결방안이 비로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연주의는 극도로 인공화된 도시를 본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도시의 인공물들을 일시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으로서 기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개조하고 녹화해 도시 속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하는 녹색이상도시, 즉 그린유토피아(GREEN UTOPIA)를 만드는 것이다.

그린유토피아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사용, 저영향개발(LID)로 일컬어지는 빗물재활용, 그리고 녹시율 100%를 지향한다. 녹시율 100%는 도시 내 모든 구조물을 녹화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특히 건물의 지붕, 벽면, 실내, 지하공간까지 모든 곳을 녹화해야 한다. 최근의 녹화기술 발달로 지상은 물론 빛이 차단된 지하공간까지 녹화가 가능하게 되어 실내외에서 녹시율 100% 달성이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지구적 재난시대에 조경분야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안전한 도시, 건강한 도시, 쾌적한 도시, 행복한 도시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줄 것이다.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산업화 이전 본래의 생태적 자연으로 회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공기, 물, 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린유토피아(GREEN UTOPIA)가 답이다. 조경가들이 주도적으로 바이러스,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신(新)자연주의 조경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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