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슬로우 재생이 지속가능 도시로 가는 빠른길이다
[조경칼럼] 슬로우 재생이 지속가능 도시로 가는 빠른길이다
  • 최희숙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장
  • 승인 2020.12.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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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숙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장.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최희숙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장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길이 정원이다’ 프로젝트는 LH 본사의 진주이전으로 지역주민과의 소통, 친밀감 강화를 위해 부서가 가진 업무 특성을 살린 생활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함께 시행됐다.

그 첫 번째는 진주 옥봉동 골목길 개선사업으로 마을중심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삼국시대 옥봉고분군을 중심으로 산기슭에 형성된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이었다. 

고불고불한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은 이제 폐가와 공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그 곳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서울, 수도권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분명한 것은 이 마을에 오랫동안 생활해온 주민들은 새롭고 넓은 집과 도로 건설 등이 주는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자기 생활의 많은 공간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고 최소한의 편의 시설과 집 가까이 한켠에 가꾸는 반려식물의 공간이 자리하기를 원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중소 지방도시의 특성에 맞춰 약 4개월여 기간을 거쳐 프로젝트는 완료됐고, 모두가 그 공간의 작은 새로움에 축하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진주 가좌천 문화의 거리 활성화 사업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호응에 힘입어 진주 경상대 인근 주민과 지자체가 협업해 줄 것을 LH에 요청, 참여한 사례이다. 

진주시의 인구구성은 대체로 노령층과 대학가 중심의 청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좌천 문화의 거리 사업은 젊은이가 주 이용자가 되고, 노래하고 시를 읊고 잔잔한 흥을 즐기는 진주라는 도시의 문화를 이 공간에 담기를 원하는 사업이었다. 

학교를 따라 길게 형성된 녹지와 보행로에 음악과 전시, 커뮤니티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공간들을 제공하기 위해 거리의 명칭공모(가좌천문화의 거리→볼래로)에서부터 설계, 공사 준공에 이르기까지 시민, 지자체와 함께 공감, 소통했다.

두 차례의 ‘길이 정원이다’ 사업의 짧은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이 가장 원하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껏 우리나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속도전이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점이 적지 않았다.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뉴딜사업 등은 분명 다르게 진행돼야 하며, 그 또한 각 지역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요구 사항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조금은 느리게 가는 사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지방도시 소멸화에 대한 우려의 대책을 수도권의 틀에 박힌 도시처럼 만들거나 잠깐 시선을 끄는 행사로 비슷한 도시를 재생산하는 제안은 맞지 않는 옷을 입히거나 일회성 흥행의 인기몰이에 영합한 근시안적인 사업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역사성, 장소성이라는 식상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지역 주민이 가장 편하게 생활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장소를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도시가 가능해지는 방안일 것이다. 그런 도시, 마을 속의 한 켠에 자연이 있고, 또 그들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주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도시와 마을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임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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