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격자명부와 등급제한입찰 활성화해야
유자격자명부와 등급제한입찰 활성화해야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12.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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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박사<br>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박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의 건설산업 환경을 보면, 그동안 건설업 면허 개방과 더불어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이 낮아지면서 건설업체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부적격자의 낙찰이 증가하면서 산업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건설투자가 정체 혹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수한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기술력과 경영 능력에 의한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건설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능력 있는 건설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계약제도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목적과 기능은 적정한 가격으로 우수한 품질의 공공 시설물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건설시장의 경쟁 심화 등에 대응하고, 건설 생산물의 품질 확보나 안전, 환경 보호 등의 질적 요구에 부합하려면, 해당 공사의 규모와 특성에 가장 적합한 기업 규모나 실적을 갖춘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페이퍼컴퍼니나 입찰용 회사 등 부적격자의 낙찰을 방지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입찰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 사례를 보면, 발주자별로 발주 공사의 유형에 따른 유자격자명부를 운용해 부적격자의 입찰 참여를 제어하고 있으며, 또한 입찰 건마다 공사 규모나 내용에 적합한 입찰참가자격을 정하여 부적격한 입찰자를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발주자는 2년에 1회 정도 정기적으로 경쟁참가자격 심사를 실시해 유자격자명부를 구성한 후, 공사 입찰마다 또다시 경쟁참가자격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자격자명부를 구성하는 ‘경쟁참가자격’ 심사는 객관적 점수와 주관적 점수를 합산해 평가하는데, 객관적 점수는 매년 실시하는 ‘경영사항심사’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관적 점수는 발주자가 판단해 평가한다. 예를 들면 공사종류별 실적 및 시공평가결과, 건설기계의 보유 상황, 안전관리, 노동 복지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공공공사 발주자는 경쟁참가자격 점수에 따라 유자격자를 등급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목적은 건설업자의 시공능력에 적합한 공사를 발주함으로써 적정한 시공 역량을 확보하고, 대기업에 편중되지 않고 중소업체에게도 공사물량을 적정하게 배분하려는 의도이다. 
일례로 국토교통성에서는 토목, 건축 이외에 강교상부, 조경, 전기설비, 유지수선, 냉난방위생설비, 아스팔트 등 21개 공사 유형으로 구분해 유자격자명부를 구성하고 있다. 
또, 유자격자명부를 정기적으로 갱신해 성실한 계약 이행을 유도하고, 부적격자를 배제하고 있다. 
유자격자는 경쟁참가자격 점수에 따라 3~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해당 등급별로 발주 기준이 되는 공사금액, 즉 발주표준을 정해두고 있다. 
이러한 발주표준과 더불어 등급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해당 공사 규모에 적합한 기업이 입찰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중소기업 보호와 적격업체의 선정에 기여한다.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국내에서도 발주자별로 도로, 하천, 상・하수도 등 주요 발주공사 유형별로 나눠 유자격자명부를 작성 및 운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조달청을 제외하고 유자격자명부를 구성해 운용하는 사례가 미흡하다. 또,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도 신규 등록에 큰 제한이 없고, 정기적인 스크리닝이나 사후 검증이 미흡해 유자격자명부로서 본연의 기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없다. 
유자격자명부는 발주기관별로 해당 공사에 적합한 건설업종 등록 및 시공실적과 시공평가결과, 신인도 등을 검증해 구축할 수 있다. 
또, 필요 시 지역 요건을 부여할 수 있고, 만약, 중대 사고를 유발한 경력이 있거나 부실시공을 한 자, 또는 계약 이행이 불성실했던 계약자 등은 해당 발주기관의 유자격자명부에서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공사 입찰 과정에서는 공사금액 등에 알맞게 입찰 참가 범위를 정하고, 공사의 난이도나 공사에 요구되는 시공기술을 고려해 적합한 평가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 보면, 발주 공사 규모에 적합한 기업 규모를 갖춘 건설업체가 해당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등급제한입찰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즉, 발주기관별로 발주 공사 유형과 기업 규모를 고려해 등급을 편성하고, 해당 등급 공사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등급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국가계약법」이나「지방계약법」에서 제한경쟁요건을 실적, 시공능력, 등급, 지역 등 4가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제한경쟁 시 중복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사실적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했다면, 등급 제한을 추가할 수 없다. 
이러한 제약 요인으로 인해 등급제한입찰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제한경쟁 요건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제한과 등급제한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부연하지만, 건설산업은 그동안 양적 성장 위주에서 벗어나 이제는 질적 성장이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도록 공사의 난이도나 시공기술을 고려해 해당 공사에서 요구하는 전문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현행 입찰제도를 혁신해 나가야 한다. 
또, 건설업체 규모나 공사금액 등에 알맞게 입찰참가범위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평가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대・중소업체의 상생과 더불어 기술력 있는 업체가 우대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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