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네” 몆 년 전 인기를 끌었던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새로운 대체 행성을 찾고 있던 브랜드박사가 주인공 쿠퍼에게 한 대사이다.
2067년의 지구는 20세기에 범한 잘못으로 건조한 모래 먼지로 뒤덮이고 곡식은 옥수수 외는 더 이상 재배가 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으로 묘사 되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호주 산불은 무려 10억마리에 달하는 야생동물이 산불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28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꺼질 줄 모르던 산불은 해를 넘긴 올해 2월에야 숲 1,860만ha를 불태운 뒤 모습을 감췄다.
이는 한반도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에 긴 장마와 태풍이 연일 계속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장기 52일 동안(6월 10일~9월 12일) 폭우와 장마로 올 여름철 강우량(6~8월)이 1,207.9mm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제일 많았다.
미국의 경우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 서부연안을 따라 산불이 번져서 서울의 20배를 태웠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또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에 일어나고 있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앞에 두고 우리 인간은 너무 무기력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자식들이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물론 여러 방면에서 노력이 진행되고는 있다. 1992년 6월 기후변화협약 서명,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 그리고 2015년 12월 파리협약 승인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에 있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없으면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로 지키기 쉽지 않다는 것은 최근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1년 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고 통보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 미국의 2020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후보는 기후변화를 지구의 가장 긴급한 위기라고 지칭하고 대통령 당선되면 곧바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은 있지만 인류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에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고 구조적 대전환을 기하고자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그리고 안전망강화라는 3가지 섹터로 구분되는 데 이중에서 그린뉴딜은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의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기업들도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업,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티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 지면서 금융기관이 ESG 지표(Environment_환경, Social_사회적책임, Governance_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의 가치평가 요소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범세계적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 조경에서는 어떠한 대응 방법이 있을까! 기후변화의 주 원인이 인간의 자연에 대한 과도한 개발과 화석원료의 사용으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역으로 개발 이전의 단계로 돌려놓거나 최소한 이와 유사하게 하는 것에서 조경의 역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노력이 최근 10년 동안 저영향개발이라는 용어로 환경부 등 여러 기관 및 민간에서 이루어졌다.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은 인간이 개발로 초래한 물순환 수지를 개발 이전의 자연상태로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동시에 개발시에는 자연의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법이다.
이런 저영향개발은 기존의 조경설계 철학 및 기법과 맥을 같이 하므로 다른 어떤 분야 보다 조경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조경분야에서 다양한 시도와 결과를 통해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내 몇몇 조경 업체에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조경인으로 큰 역할을 위해 특히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수지에 대한 공학적 이해와 더불어 아름다운 경관보다는 지속가능한 경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변화가 요구되며, 사후 유지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6억 년 전 태양계 탄생과 더불어 지구가 태어나고 천우신조로 태양계 내에서 유일하게 에코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지구, 복 받은 이곳을 후손들에게 안정된 시스템으로 물려주는 게 현 지구인의 의무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저영향개발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임성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