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코비드-19가 만들 공원
[조경칼럼] 코비드-19가 만들 공원
  • 김대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9.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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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대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3개월만 지나면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고 그 이전의 세상을 잊어버린다니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한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 시에서 발생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신종 코로나는 가공할 만한 전염력으로 세계로 전파됐고,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생활은 무척이나 변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으며, 대부분의 학교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다. 코로나 이후 사회 모습은 쉽게 이전의 모습으로 다가갈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 전 방송을 보다 코비드-19 이후에 나타날 사회의 모습을 흥미롭게 요약한 내용이 있었다.
“일상생활 속 안전이 최고, 개인주의 성향강화, 외식보다는 집밥, 대안시장 성장, 홈 교육의 부상, 비대면 문화 확산, 온라인 소비 확장, SNS 기능 확산, 재택 업무, 국내의 재발견”
비대면 문화, 온라인 활동, 위생 생활로 요약되는 코비드-19가 만들어낸 새로운 지구사회의 모습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오스트리아 건축회사 ‘프레히트’는 수도 빈에 조성될 공원 디자인 공모전에 최근 ‘거리두기 공원’ 계획을 제안했다. 좁다란 1인용 산책로 여러 개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나란히 배치했다. 600m 길이 각 산책로 사이에 산울타리를 두고 산책로 양끝에는 ‘사용 중’ 표지판을 달아서 이용자가 겹치지 않도록 했다. 
이 조감도를 보니 마치 중세 시대 미로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러한 동선 구조는 순천만 국가정원의 봉화언덕에서 볼 수 있는데, 입구로 들어간 사람이 일방통행을 거쳐 다른 사람과 만남이 없이 출구로 나오는 형태와 유사하다. 모두 사람 간 접촉을 피하기 위한 동선구조다. 
아무튼 코비드-19 사태는 우리의 사회생활과 더불어 기존의 공원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전개와 함께 사회 경제 전반에 많은 특이한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코비드-19는 공원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첫째, 약용 및 허브식물의 도입이 증대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체력단련 및 건강관련 시설 도입이 필수적일 것이다. 
둘째, 개인 간 사회적 격리가 심화돼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줄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려식물(pet plant)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이를 가꿀 수 있는 방법과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적 장소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개인 중심의 도시농업과 텃밭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즉 위생적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식의 향상과 더불어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직접 자급자족하려는 노력이 보편화될 것이다. 
넷째, 혼자만의 여유로운 공원이용에 적합한 공원조성과 운영이 요구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개장시간을 야간까지 운영한다든지, 편안하고 안전한 공원 이용을 위해 범죄예방 설계와 조명시설 그리고 CCTV 등 다양한 방범 시설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다섯째, 공원의 시설과 형태는 공동보다는 언택트 위주의 공간으로 구성될 것이다. 즉 소규모 혹은 가족단위 운동과 시설의 형태가 늘어날 것이며, 이를 위해 유기적이고 연결돼 있는 토지이용 및 동선 형태보다는 파편화되고 구분된 공간구성이 시도될 것이다.
우리는 코비드-19로 인해 정말로 기존 공원의 주요 기능인 계층 간 연결과 소통의 기능을 포기할 것일까? 심한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코비드-19는 이런 일련의 생각을 심각히 고려하라는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 공원의 변화와 공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 조경가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고민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진화될 새로운 공원의 모습과 새로운 서비스 향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홍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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