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조경산업계, 믿음 없는 시장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조경칼럼] 조경산업계, 믿음 없는 시장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 한용택 이노블록 대표이사
  • 승인 2020.08.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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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택 이노블록 대표이사.
한용택 이노블록 대표이사.

올해 초 돌발적으로 발생한 코로나 사태, 그 이전부터 계속된 국내 건설경기 부진 등 어찌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이 쌓여왔다. 당장 우리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을 제외하고 과연 우리 조경산업계가 미래에도 성장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조경자재나 토목자재 시장은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행태가 10년 전부터 만연해 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시장 및 트렌드를 구축한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오직 가격을 만족시키기 위한 저급품의 자재들만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에 몸담고 있는 발주처, 설계사, 감리 등 전문가 단체들의 방임 및 무시에서 기인함이다. 이 글이 우리 조경산업계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인 선진형 환경을 구축하는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

문제의 원인은 시장의 변화를 법과 제도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또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전문성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른 채 가격 정보에 의존해 물건을 구입한다. 이것은 자재 시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조경을 위해 자재를 선택할 때 사람들은 그 조경자재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제품을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격이 주는 정보 외에 품질에 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 인증제도다. 하지만 현재 자재시장은 KS, 환경, 신기술 등 제반 인증에 따른 기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대로 제조되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 

신호등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는 것처럼, 법과 제도의 산물인 인증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자재시장 참여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도로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서면 반드시 차량이 선다. 그렇기에 보행자가 안전하게 신호등만 믿고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재시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은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각국의 국가기준을 준수한다. 하지만 우리 자재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기준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공급된다. 그러다보니 당장에는 선택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되고, 나아가 그런 불신이 기 형성된 시장을 고사시키고, 다른 자재로 대체되는 결과로 나아가게 된다. 과거의 예를 보면 콘크리트 경계석이 동파 등 품질불량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고 석재 경계석으로 대체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불량제품을 걸러주는 인증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이다.

◼ 선진국과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태산은 한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무조건 다 받아들이기만 하면 크고 높아질 수 있다는 말로 자주 오용된다. 실제로는 전혀 다른 말이다. 선진국의 경우 법과 제도가 사람들이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구성된다. 인증도 마찬가지여서 이것이 일단 만들어지면 선진국의 기업들은 그것을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킨다. 그렇게 검증과정과 인증을 쌓아 올렸기에 선진국이 태산이 되고 황하가 된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은 인증제도를 통과만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증이 아니다. 그 인증의 신뢰가 중요한 것이다. 제도를 악용하고, 기준을 중시하지 않은 채 인증만 잔뜩 받아 그것을 영업으로 활용하는 지금, 소비자가 우리를 믿을 수 있는가? 믿음이 없는 시장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 높은 기준에 맞춰 멀리 봐야

현재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여론을 살펴보면 국민들은 이미 친환경자재, 기능성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큼 생태환경과 기능성 등에 대한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자재시장의 기준과 수준도 그런 눈높이를 따라 가야 하는데, 가격에만 집중하다보니 기술이나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고 눈속임과 요령만 난무하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인증제도를 손보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현재의 인증제도 중 일부 분야는 인증이 너무 많으니 제대로 검증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처음 인증을 통과하느냐 마느냐에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인증을 받는 회사들도 그 점을 악용해 1회성 통과에만 목을 매고 통과한 뒤에는 이전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187개의 법정인증제도와 민간인증제도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선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불필요하고 중복된 인증은 없애고 꼭 필요한 인증은 계속해서 검증을 받는 쪽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ISO인증이 왜 표준의 대명사가 되었는가. 1회성 표준이 아니라 계속해서 검증하고 재인증하고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시장의 인증이 된 것이고, 작동하는 신호등이 되는 것이다. 조경산업 관련 인증제도도 높은 기준으로 1회성 통과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는 인증제도를 중점으로 시장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비록 유한한 삶일지라도 무한한 세상에 보다 특별한 가치를 남기길 바란다. 그런 무한한 가치를 기업도 꿈꾸고, 국가도 꿈꾸고 심지어는 하루살이도 그런 꿈을 꾼다. 비록 나라는 한 사람은 죽을지 몰라도 그 뜻을 이어 세상을 보다 가치있게 할 사람이 계속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경산업계도 앞서 그런 꿈을 꾼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런 가치와 기술이 축적돼 시장이 형성돼 왔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조경산업계는 앞으로도 축적이 지속되어 시장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인가? 조경산업계도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선택받을 수 있고, 미래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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