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다채로운 도시를 만드는 길, 서울 ‘도시재생’
[특별기고] 다채로운 도시를 만드는 길, 서울 ‘도시재생’
  • 양용택 서울시 도시재생실 재생정책기획관
  • 승인 2020.08.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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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숭인・세운상가・서울로7017, 지역주민 주도 발굴이 주축
도시재생의 최우선 가치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

◼ 사람 중심 서울 도시재생

양용택 서울시 도시재생실 재생정책기획관.
양용택 서울시 도시재생실 재생정책기획관.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한 서울은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을 대표하는 도시다. 한국은 1950년대 전후 복구기를 거친 뒤 1960 ~80년대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서울은 그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동네에 담장을 마주한 골목길과 야트막한 주택이 존재했고, 또 한편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도심 내에 각종 제조업 공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 동네마다 오랫동안 간직한 역사가 존재했다. 서울은 그 많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했고 다채로웠다.
그랬던 서울이 언젠가부터 다채로움을 잃어갔다. 낡았다는 이유로 오래된 주택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허물고 다시 세우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역사가 사라졌고, 사람들의 흔적이 지워졌다. 
성장은 필연적으로 쇠퇴를 부른다. 생이 있으면 멸이 있듯,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듯, 도시는 성장만을 반복하지는 못한다. 도시는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의 쓰임이 변하고, 이곳이 흥하면 저곳이 쇠퇴하는 그런 순환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이뤄져 왔다. 그 와중에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사람이 밀려나고, 자연환경이 파괴되기도 한다. 이럴 때 도시를 새롭게 살리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세계적인 추세다. 저물가, 저출산, 저고용 등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의 도시들은 양적팽창보다는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솔루션이 도시재생이었다. 쇠퇴한 산업유산을 재활용해 탄생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버려진 항만을 도시재생으로 지속가능하게 바꾼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등 한때 쇠퇴했던 도시들은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서울 역시 2000년대 초부터 북촌, 난지도, 청계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등 쇠퇴 위기에 처한 지역을 도시재생으로 탈바꿈시켜왔다. 그리고 2012년부터 대규모 재개발사업이었던 뉴타운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게 된다.

 

장위동 감나무골목 가꿈주택사업.
장위동 감나무골목 가꿈주택사업.

◼ 도시를 살리는 변화의 물결, 도시재생

도시재생은 기존의 뉴타운 재개발 사업과 같은 전면 재개발 사업을 지양한다. 또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와해되고 있던 지역 공동체를 살려 주민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방식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일례로 전면 재개발사업은 그 지역이 갖고 있던 역사와 생활의 흔적을 지운다. 또 재개발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공동체도 와해된다. 몇 십 년 동안 살아왔던 동네가 사라지는 획일적인 재개발사업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움을 앗아간다. 
이에 비해 서울 도시재생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뤄진다. 부수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살리는 일에 집중한다. 일례로 재개발 찬반으로 나뉘어 주민 간 갈등이 심했던 ‘창신숭인’ 지역은 도시재생으로 지역공동체가 살아났고, 국내 최초로 도시재생기업을 운영하게 됐다. 한때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국내 도심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세운상가’ 역시 철거될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세운 프로젝트’로 서울의 명소로 다시 부각됐다. 마찬가지로 철거 예정이었던 고가도로를 사람길로 바꾼 ‘서울로7017’은 동서로 단절됐던 서울역 일대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축이 됐다. 이 모든 게 주민의 의견을 듣고 서로 조율하면서 만들어낸 도시재생의 성과다.
이처럼 서울 도시재생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 자산을 발굴해, 지역을 살리는 일이다. 주민모임과 주민설명회가 각 도시재생지역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들 모임에서 주민들은 어떻게 하면 각 지역의 문화, 생활, 경제를 살리는 일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이들은 스스로 지역 축제를 선보이고, 지역에 마련된 공동시설을 함께 운영한다. 그 예로 상도4동에 마련된 ‘상도어울마당’은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많은 지역 특징을 반영해 육아공간과 공동작업장 등 생활밀착형 SOC시설을 조성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으며, 지역 주민 스스로가 ‘상4랑’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시설을 직접 관리운영하고 있다.
한편으로 서울 도시재생은 지역의 역사・문화・산업 자산을 특화시키는 방향으로도 이뤄진다.
장안평은 자동차산업, 홍릉은 바이오산업, 창신숭인은 봉제산업, 행촌마을은 도시농업 등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자산을 도시재생과 연계한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역사문화자산이 풍부한 정동, 과거 산업유산이 남아 있는 영등포 지역, 청년창업 혁신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 용산전자상가 등도 고유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재생사업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노후한 골목길을 정비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서울가꿈주택사업’, 저층주거지에 부족한 도서관, 체육・문화시설 등 생활SOC 시설을 확충하는 사업, 도심 내 빈집을 청년을 위한 주거공간이자 커뮤니티 시설로 이용하는 ‘빈집재생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이처럼 서울은 도시재생으로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

 

상도4동에 마련된 ‘상도어울마당.’
상도4동에 마련된 ‘상도어울마당.’

◼ 다채로운 빛깔을 가진 서울시로…

서울시의 도시재생은 서울이라는 도시만큼이나 다채롭게 이뤄지고 있다. 1㎞ 내외의 골목길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살리고 골목길을 정비하는 소규모 ‘골목길 재생’부터 새로운 경제거점을 조성하는 대단위 ‘경제기반 도시재생’까지 도시재생의 스팩트럼은 무한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도시재생은 이뤄질 것이다. 
도시재생은 성장과 쇠퇴만 반복되던 도시에 재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도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펼쳐놓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도시재생은 소규모 지역 기반 로컬 순환경제(마을, 골목단위) 체계를 통해 보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서울 도시재생의 최우선 가치는 사람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 서울을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서울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서울 시민 누구나 행복한 도시, 누구나 살고 싶고 오고 싶은 도시,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도시를 만드는 길. 그 길에 서울 도시재생이 앞장서고 있다.  

 

세운 메이커스 큐브.
세운 메이커스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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