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울시 건설기술제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고찰
[특별기고] 서울시 건설기술제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고찰
  • 권완택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
  • 승인 2020.07.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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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직 공무원 직무역량 높이고, 현장과 제도간 간극 좁혀야
권완택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
권완택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

세계적 경제 불황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확산된 요즘 건설업 경기 또한 회복의 기미를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과 마찬가지로 중・소규모의 용역・시공사 등 건설업체들도 이러한 장기 불황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서울시는 도로・철도 분야 등 주요 SOC 사업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기반시설 확충 및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신규 사업 발굴 또한 힘쓰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부분과 더불어 공공분야에서도 수많은 건설 용역과 공사가 발주돼 낙찰,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우리 건설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항상 끝이 없는 것 같다.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은 그런 고민의 중심에 서서 건설기술관련 각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도로, 구조, 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 228명으로 구성된 지방 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연평균 약 200건(2017~ 2019)의 건설기술심의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용역 발주 전 타당성심사와 용역발주 심의를 통해 용역수행의 필요성과 대가 및 과업내용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부서의 설계 과정에서 설계의 경제성(VE) 검토 및 기본설계 심의, 공기 적정성 심의 등을 운영하며 내실 있는 설계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설계・시공 사후평가, 터널, 고가차도 등 시설물 정밀안전진단 심의를 통해 공사 준공 이후 유지관리까지 건설사업 일련의 과정에 참여해 성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설기술진흥법 및 그 하위 법령, 조례에 근거를 둔고 건설기술관련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위 법에서 다 담지 못한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항상 깊은 고민과 제도 보안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서울시는 설계 경제성(VE) 검토와 설계심의 업무가 원가심사 부서(계약심사과)와 기술심사담당관으로 이원화돼 있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왔다. 문제 해소를 위해 2020년 조례 개정을 통해 ‘설계 경제성 검토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술심사담당관으로 업무를 일원화시켜 설계의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4월 신설된 제도인 ‘공기 적정성 심의’는 대형공사의 불합리한 공사기간 산정을 예방하고 시설물 품질 향상 및 안전 확보, 발주자와 시공자 사이의 공정한 계약관행 정착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만의 자재・인력 수급 실태, 교통처리 등 실제 현장여건 및 시공방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형식적 심의 운영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기술심사담당관에서는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내부 방침을 수립했다. 본심의 개최 전 유사 공종의 우리시 대형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장소장, 공사・공무팀장, 감리원이 참여하는 실무검증위원회를 2회 개최해 심의의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서울시는 대형공사 일괄입찰,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 등 기술형 입찰 설계평가를 위해 엄격하고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쳐 내부 공무원과 외부전문가 70명으로 구성된 설계심의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 1년이다. 2020년 강동자원순환센터(3월), 동부간선(창동~상계간) 지하차도(7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토목, 12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건축, 2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4월)에 대한 설계평가가 예정돼 있다.

우리시는 과거 기술형 입찰이 지닌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 무관용을 3대 원칙으로 삼고 있다. 평가위원 선정시 서울시 감사실 입회, 심의위원 감찰활동 강화, 입찰업체 접촉 차단 등 공정성을 확보하고, 평가 시 감사옴부즈만 감시, 공동설명회 개최, 위원별 평가점수 공개 등 완벽하고 투명한 평가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정행위 및 비리행위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참가 제한 등 단호하고 엄격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그간 건설기술 제도들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개선의 노력을 해왔다. 건설기술자와 업체의 입장에서 최대한 고민을 함께 하려고 하며, 좋은 제안이 있으면 귀 담아 듣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사 착공 전까지는 수없이 많은 검토와 심의, 평가가 수반된다. 엔지니어링 용역사가 그 역할의 중심에서 많은 기관과 사람을 상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 못한 대가로 인해 업체의 수익성 악화, 기술 서비스 질 하락, 고급인력 유입 감소, 결국에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행히도 2019년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이 개정되고, 국토계획・교통 등 6개 분야에 대한 ‘엔지니어링 표준품셈’이 제정됨으로써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서울로7017.
서울로7017.

지난 6월 서울시에서도 용역비 과소로 인해 유찰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 도시재생 등 도시계획 분야의 용역대가를 현실을 반영해 상향 조정하도록 산출기준을 개선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발주처에서는 대가를 과소하게 주는 사례가 있어 적정 대가가 지급될 수 있도록 인식 전환 등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사 생애주기 중 초기 건설비용 만큼이나 보수비용,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됨에도  검토 과정에서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유지관리일 것이다. 특히, 설계공모의 경우 수주 목적으로 경관, 미관 등 디자인에만 치중한 나머지 통상적인 시설물 점검이 불가능한 설계안이 설계심의에 상정되곤 한다. 구조적 역할이 중요한 부재들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돼야 하나 외장재를 부착해 한계성을 드러낸 설계안에 대해선 개선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월드컵대교 공사현장.
월드컵대교 공사현장.

건설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직 공무원의 직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시는 역량 강화를 위한 직장내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연간 6회에 걸쳐 토목 및 건축직 직원을 대상으로 ‘공사관리실무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건설공사 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단계 업무 추진절차 및 안전・품질관리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토목시공, 건설안전 등 기술사 수준의 전문과정 수업도 개설하고 있다. 특히, 이 수업은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직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계약금액 조정 요령, 신기술 활용방안 등 업무수행에 도움을 주는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수백명의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VE 업무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심사담당관 전 직원이 건설 VE전문가 기본과정을 수료했다.

복잡한 사회 구조와 발 빠른 변화 속에서 건설기술도 신속한 적응과 대응이 필요하다. 건설기술 제도는 개선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으나, 아직도 실제 현장여건과 보이지 않는 괴리가 있으며, 한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건설기술 제도가 이러한 거리감과 인식차를 좁혀 나가고 통제나 제약이 아닌 건설업 발전을 위한 실용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때, 그 역할과 위상이 빛을 발할 것이다. 이 점이 필자를 포함한 우리 건설기술자들이 풀어야 할 향후 과제가 아닐까 싶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눌 때 분명 더 나은 건설기술의 성과물이 탄생할 것이고 시민의 삶의 질이 윤택해질 것이다. 코로나 종식과 건설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건설기술의 더 나은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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