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30년, 건설 엔지니어링의 미래’
[특별기고] ‘2030년, 건설 엔지니어링의 미래’
  • 성유경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 승인 2020.07.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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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위한 ‘정책 및 기술의 가치’ 재점검해야
글로벌 시장서 국내 엔지니어링사 2006년 1.6%→ 2018년 0.8% 하락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 산업 경쟁력의 하락은 필연적
성유경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성유경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 최고의 비밀』이란 TED의 강의에서 마이클 존슨은 ‘건설의 황금기(The golden age of construction)’란 용어를 사용했다. 
BIM을 통해 변화할 건설산업을 이른 말이다. 지금 건설산업에는 BIM뿐만 아니라 모듈화와 조립식, 3D프린팅, VR, 웨어러블, 드론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건설의 황금기란 말은 앞으로 나타날 건설산업의 변화를 지칭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건설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목전에 있다. 첨단 기술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건설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중심에는 엔지니어링이 있다. 
위키백과는 ‘엔지니어링’을 과학적, 경제학적, 사회적 원리와 실용적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 도구 등을 만드는 것 또는 만드는 것에 관한 학문으로 소개하고 있다. 
즉, 실용적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더하는 것이 엔지니어링의 특징이다. 

◼ 첨단 기술의 도입

선진 기업들은 이미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보스톤컨설팅 그룹은 건설 분야의 파괴적인 10대 기술-사전제작 및 모듈러 건설, 진보된 건축자재, 3D프린팅, 자율(autonomous) 건설, 가상·증강 현실, 빅데이터 및 예측분석, 무선 모니터링과 연결 장비, 클라우드와 실시간 협력, 3D 스캐닝과 포토그래메트리, BIM-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가 2018년 8월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향후 5년 9개월간 총 1,970억원이 투입되는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이 R&D 사업은 건설 전 과정에서 생산되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건설장비 자동화, 건설 단계별 분절 해소 기술 등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첨단 건설기술에 관한 내용에는 데이터, 디지털 정보, 디지털 플랫폼이 빈번히 등장한다. 건설 과정에서 생산되는 무수한 데이터가 중심인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엔지니어링을 위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건설 사업은 철저한 계획을 기반으로 진행될 것이다. 엔지니어링은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며, 건설 방식을 바꾸고, 나아가 건설 비즈니스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건설 비즈니스의 혁신

건설산업은 그동안 제조업과 수없이 비교되며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더디다고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더디었던 만큼 앞으로의 도약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수의 연구기관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건설산업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한다.
일례로 ERP 시스템을 공급하는 글로벌사 IFS는 ‘2020년 엔지니어링, 건설, 인프라에 대한 전망’에서 타 산업에 비해 크게 뒤처진 건설산업의 생산성이 공기 단축, 공사비 변동 감소를 통해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앞으로 5년간 첨단 기술 적용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20% 이상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물론 새로운 기술의 적용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4D 계획을 수립하고, 가상현실, 3D프린팅, 로봇공학, 드론 등 첨단 기술을 건설 과정에 접목해봐야 한다. BIM의 사용은 기본이다.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열쇠 중 하나는 바로 조립식, 모듈화, 공장생산, 사전제작 등으로 일컬어지는 현장 밖의 건설, 즉 ‘Off-Site Construction(OSC)’이다. IFS는 Off-Site 건설을 향후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 불렀다. 
IFS는 2023년까지 Off-Site 건설 관련 시장이 50% 성장하고, 5년 안에는 건설사업의 50%가 Off-Site 건설, 모듈화, 3D프린팅의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Off-Site 건설은 주로 전후 복구 혹은 경제 부흥에 따라 대규모 주택이 필요했던 시기에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1988년 200만호 주택 건설 계획 발표에 따라 급격히 보급된 바 있지만, 품질이 낮아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밖에서 부재를 제작하는 Off-Site 건설은 다시 유행할 것이다.
기존 시공방식보다 공기가 단축되고, 일정 변경이 적으며, 품질도 좋은 장점이 나타나고 있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작업이 동시 진행되며 생산성은 향상된다.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맥킨지가 모듈화를 통해 시공 속도를 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공기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 사업의 예측성 증가 등과 같은 강력한 이점을 얻기 위해 건설 비즈니스는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프로젝트 전반을 이끄는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 건설 엔지니어링시장의 글로벌화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비즈니스 혁신을 이룬 엔지니어링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20년 전, 밀레니엄을 여는 2000년의 메가트렌드였던 ‘글로벌화’는 지금도 유효하다. 
차이가 있다면 20년 전의 글로벌화를 소수의 기업이 주도했다면, 현재는 상위 기업의 점유율이 줄고 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3대 환경 변화로 글로벌 경쟁 심화, 산업구조 재편, 일자리의 변화를 꼽았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업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 직면하고 있으며,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그 산업과 기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됨을 역설했다. 
특히, 내수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인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건설 잡지인 ENR(Engineering News-Record)은 매년 세계적인 기업들의 매출을 조사해 발표한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에 대한 한정된 자료이지만, 건설시장의 규모와 동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자국 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구분하고, 건설사(Contractor)와 설계/엔지니어링사(Design Firms)를 구분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건설 엔지니어링시장의 글로벌화 동향을 살펴보기에 좋다. 
ENR 순위에 오른 설계/엔지니어링사를 건설사와 비교하면 해외 매출액 규모는 많이 적다. 하지만 매출의 해외 비중은 커서 글로벌화의 진척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건설사도 엔지니어링사도 오히려 글로벌화가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설계/엔지니어링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2년에 최고점을 보이고 현재는 소폭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신보호주의 영향으로 이해된다. 
건설사에서는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2008년 이후 해외 매출이 정체된 데 반해 자국 내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설계/엔지니어링사는 건설사보다 신보호주의의 충격을 적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시장은 여러 자원의 이동을 수반하는 시공보다 글로벌화가 쉽다. 
앞으로도 건설산업의 글로벌화에는 첨단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갖춘 엔지니어링이 중심에 설 것이다. 

ENR 조사 건설사의 매출액과 해외 매출 비중.
ENR 조사 건설사의 매출액과 해외 매출 비중.
ENR 조사 설계/엔지니어링사의 매출액과 해외 매출 비중.
ENR 조사 설계/엔지니어링사의 매출액과 해외 매출 비중.

한편, ENR의 순위에 오른 설계/엔지니어링사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미국, 캐나다, 영국 국적의 기업이 225대 기업 매출의 약 5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은 글로벌 기준을 전파하고 있는 룰 메이커들이며, 엔지니어링시장은 그동안 이들의 장벽을 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과 호주 국적 기업의 매출이 의미 있는 성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비해 안타깝게도 국내 엔지니어링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06년 1.6%에서 2018년 0.8%로 하락했다. 
우리 주력 시장인 중동 플랜트시장의 규모 축소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봐도 경쟁력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2020년, 미래를 결정하는 시간 

셀계/엔지니어링사의 해외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국내 엔지니어링시장의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 
‘엔지니어링산업 발전 방안’(지식경제부)과 ‘제2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국토해양부)이 발표된 지 10여년이 지났다.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위한 여러 정책이 마련돼 왔으나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국내 엔지니어링시장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기술 가치의 감소이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에서 기술자에 대한 처우는 점차 낮아져 왔다. 
2009년에서 2019년까지 지난 10여 년간 건설 및 기타 기술 분야의 엔지니어링 기술자 노임 단가를 살펴보자. 기술사(1.4%)와 특급기술자(0.9%)의 연평균 증가율은 건설업 일반 직종(6.9%)에 비해 크게 낮다. 
노임 단가 증가율의 격차는 기술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건설산업의 실태를 보여준다.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에서 산업 경쟁력의 하락은 필연적이다.

현재 건설산업에서 나타나는 기술력 저하, 필요 인재의 부족, 청년층의 진입 감소 등은 일차적으로 기술 가치의 감소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건설산업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비전을 세웠다. 
하지만, 이를 달성시킬 유능한 인재들은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기술의 가치, 기술을 보유한 인재에 대한 가치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첨단 기술의 적용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은 점점 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작년부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도입, 사업 대가 기준 현실화 등을 포함하여 건설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기술에 대한 적정한 가치를 인정하고, 기술로 경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맥킨지는 300명의 건설 리더들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경쟁자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응답자의 46%는 기술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거대 기업을 경쟁자로 응답했고, 37%는 신생 기업, 23%는 중국과 신흥시장의 경쟁자라고 답했다. 
이들 중 단 19%만이 기존의 경쟁자를 꼽았다. 
앞으로 10년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갖춘 경쟁자가 등장할 것이다. 
2030년 건설산업의 황금기에서 활약할 새로운 경쟁자들이 바로 우리나라의 건설 엔지니어링사이기를 기대한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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