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새롭게 열리는 중국의 인프라 시장을 개척하자
[특별기고] 새롭게 열리는 중국의 인프라 시장을 개척하자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 승인 2020.07.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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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극복 위해 중국판 뉴딜 ‘兩新一重’ 정책
신형 도시화 건설과 중대형 토목공사 동시 추진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지구촌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원인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한국경제도 코로나 19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수출이 곤두박질치는 등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5월 21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됐다. 매년 3월 초에서 중순까지 열리는 양회는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두 달여 늦게 개최되고 회의 기간도 단축됐다. 정부업무보고서 분량도 절반 정도(33페이지)로 축소돼 리커창 총리가 낭독한 시간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1994년 이래 매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제시됐던 경제경성장률(GDP)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양회는 ‘6대 보장’과 ‘6대 안정’이 강조됐다. 취업, 기본민생, 시장주체, 산업·공급망, 식량·에너지 안보, 기층행정조직의 효율성 등 6대 보장과 고용, 금융, 무역, 외국인투자, 투자, 시장기대 등 6대 안정을 통해 경제성장의 불확실성을 줄여 안정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용안정이 강조돼 정부업무보고서에 취업 등 ‘고용’에 관한 말이 39회나 등장했다.  

적극적 재정투자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재정적자 확대(2019년 2.8%에 비해 2020년은 3.6% 이상), 특별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채권 발행규모 확대, 감세 및 비용절감 등 4대 조치를 통한 대응규모는 11.01조위안으로 2019년 계획대비 4.01조위안이 증액됐다. 
그 목적은 고용확대와 내수확대이며, 소비와 투자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민생중심, 내수성장, 질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이 중국판 뉴딜 전략이라 불리는 ‘양신일중(兩新一重)’ 정책이다. 이것은 신형 인프라 건설(新型基礎施設建設), 신형 도시화 건설(新型城鎭化建設)과 중대형토목공사(重大工程建設)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신형 인프라와 전통 인프라 투자 동반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책정된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3조7,500억위안(지난해대비 1조6,000억위안 증가)과 특별국채 1조위안 대부분이 인프라 건설에 투입될 전망이다. 

신형 도시화 건설은 도시화 속도를 높여 내수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으로 2014년부터 ‘국가 신형 도시화 계획’이 추진돼 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유효수요 창출도 고려해 도시의 노후단지 재개발, 판자촌 재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정부업무보고에서 3만9,000개의 중소형 단지 리모델링 방침이 발표됐다. 

중대형 토목공사는 철도·도로 등 교통망과 수리시설 등 전통적인 인프라 확충 계획이다. 정부업무보고서에 올해 철도투자 1,000억위안 증액이 명시됐다. 

‘양신일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신형 인프라 건설’ 투자이다. 중국은 기존 도로·철도 등 ‘구 인프라’에 대비해 5G 이동통신망·빅데이터·인공지능(AI)·신에너지 등을 신 인프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번 정부업무보고에서 5G, 데이터센터(IDC), 인공지능(AI), 궤도열차, 특고압설비, 전기차 충전설비, 산업인터넷 등 7대 신형 인프라 중점 추진 분야가 제시됐다. 

중국 초고압 선로.
중국 초고압 선로.

예상되는 신형 인프라 세부산업을 살펴보면, 5G 세부산업은 5G 기지국 및 네트워크 장비, 5G 응용플랫폼, 통신모듈, 광섬유 등이다. IDC 세부산업은 송수신기, 데이터교환센터, 데이터센터 인프라, 자동차・위성 데이터 통신 등이다. AI 세부산업은 센서, 식별기술, 인공지능 컴퓨터, 핵심기술 연구・실험센터 등이다. 산업인터넷 세부산업은 산업인터넷 네트워크, 플랫폼 로봇, 클라우드 등이다. 특고압설비 세부산업은 변전소 및 변압기, 전기장비 제조, 송전설비 등이다. 전기차 충전설비 세부산업은 충전커넥터, 충전소 인프라 등이며, 궤도열차 세부산업은 철도건설, 철도장비, 기관차, 전동기(모터)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양책 실시 과정에서 미래 신산업 기반이 되는 신형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디지털 경제의 제도적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신형 인프라 투자는 비대면 경제에 적합한 조치로서, 경기 부양은 물론 전반적인 산업 능력 제고와 4차 산업혁명 선도까지 염두에 둔 방안이다. 아울러, “질적 성장, 내수부양, 공급측 개혁”을 위한 종합적인 해결책으로 미중 경쟁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IT 기업의 양대 산맥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신형 인프라 건설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IDC 등 신형 인프라 투자에 각각 5,000억위안, 2,000억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올해 ‘신형 인프라’ 투자규모는 1.7조위안(약 289조원)에 이르고, 향후 5년간 7대 영역에 걸쳐 연평균 15~20%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직접투자가 10조위안(1,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발투자효과는 17조위안(약 2,890조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양신일중’ 정책이 표방됨에 따라 중국의 지방 각지에서 개발 붐이 조성돼 이에 따른 새로운 건설 수요가 창출되고 굴삭기 등 중장비 수요의 붐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장 많은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있는 곳은 서부대개발 정책과 일대일로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서부(충칭, 쓰촨), 서남 지역(윈난, 티벳) 및 서북 지역(깐수, 산시, 칭하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닝샤회족자치구)이다. 이 지역은 다양한 중대형 공사와 신형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거나 계획되고 있어 건설 설비 수요가 많다. 예를 들어 서부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핵심 산업기지이자 인구밀집 지역인 동부 지역으로 효율적으로 송전하는 ‘서전동송 (西電東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특고압설비 수요가 많다. 

중국내 투자 여건이 변화하고 미중 갈등이 패권경쟁 양상을 띠면서 ‘공급체인(supply chain) 전환’ 문제로 확대돼 중국에 공장을 건설해 진출하는 방식은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탈동조화가 가속화돼 한·중·일 분업생산을 통한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과 같은 기존의 통상네트워크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중국은 방대한 시장으로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내수 주도 성장이 가속화돼 중국의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이 제고되면서 조만간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중국에 대한 투자보다는 시장을 개척한다는 개념으로 가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양회 때 표방된 ‘양신일중’ 정책으로 새롭게 열리는 인프라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인프라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개척하는 데 있어서 코트라,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요긴할 수 있다. 코트라는 중국 각지 주요 도시에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어 네트워크가 탄탄하며 정보력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중국의 많은 도시들과 자매결연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도시에 대표사무소나 경제진흥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는 대사관을 비롯해 8개의 총영사관이 주재하고 있다. 공관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경제통상 외교이고, 경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이다. 인프라 건설 정보 파악과 기업 진출을 위해 외교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공관들을 독려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중국판 뉴딜로 일컬어지는 ‘양신일중’과 한국판 뉴딜과의 연계협력과 한·중 디지털 경제 협력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침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시진핑 주석 방한은 신형 인프라 건설관련 협력을 위한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기업 활동이 부진하고 수출이 격감한 가운데 서게 되는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장터를 한국경제의 위기 탈출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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