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바람도 소리도 조경이다
[조경칼럼] 바람도 소리도 조경이다
  • 이종석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4.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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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있는 도시

이종석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종석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요즈음처럼 공기 질이 열악하고 미세먼지로 아우성인 도시환경속에서 조경분야에서는 어떤 일을 생각해 볼 수가 있을까?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발생이 계절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 때문이다. 이는 인위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자연적인 문제다. 
하지만 도심에서 미세한 바람의 흐름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해법은 도심의 미세환경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도심을 흐르는 개천이나 하천 그리고 강은 공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요인이자 곧 도시의 바람길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도시내부를 통과하는 숲길 또한 바람길이다. 따라서 계절적 요인을 고려한 도시의 바람길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가능한 한 바람길을 많이 만들어 주고 막혔던 바람길은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길 앞에 나무를 심어 흐름을 차단시킨다거나 숲을 만들어 분지(盆地)가 형성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자칫 오염된 공기를 침체시키거나 미세먼지 포켓을 만들어 주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조경은 수목의 식재수량이나 종류, 디자인에만 집중할 일이 아니라 미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바람길 조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람에 관한 한 가정의 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정원은 식물들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 통풍이 잘 된다는 것은 곧 주거 환경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소리로 만드는 정원
계절에 따른 각종 새소리, 물소리, 풍경소리, 바람소리 등 여러가지 소리들을 조경소재로 도입한다면 근사한 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향기가 좋은 방향성(芳香性) 식물들만을 모아서 만든 향기정원(香氣庭園)은 가끔씩 본적이 있지만 소리를 정원에 도입해 만든 소리정원은 아직 경험한 바가 없다. 자연이 그리운 도시인들에게는 정서적으로 필요한 소재가 아닌가? 소리와 관련해 음악을 상징하는 오선지나 높은음자리표, 샵(#) 모양 등을 본뜬 정원디자인에 수양버들처럼 바람결에 흔들림이 있거나 소리가 있는 소재들을 배치해 음악정원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조경에서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서 달리 소리를 내는 풍경(風憬)이나 크기와 형태가 다른 방울, 윈드차임(wind chime), 윈드실로폰(wind xylophone) 등 각종 기구들을 재료로 이용해 조성하는 소리정원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선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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