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도시숲법 제정에 대한 소고
[조경칼럼] 도시숲법 제정에 대한 소고
  • 선태규
  • 승인 2020.03.20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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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윤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김경윤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김경윤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2011년 김효석의원이 대표 입법발의한 ‘도시숲법’은 기존 도시공원법과의 중복, 수의계약에 따른 산림법인 독점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조경계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의 강력한 반발을 사서 결국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시 2013년 2월 개최된 ‘제5차 산림기본계획(변경) 공청회’에서 ‘도시숲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여의치 않았고, 2018년 3월 산림청 주최로 조경계 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김재현 산림청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숲법과 관련해 “조경계가 주도해서 만들어가는 것도 좋다”며 조경계를 유인하여 같은 해 7월 (가칭)도시숲관리법 제정 추진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했으나, 2018년 8월에 산림기술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산림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 식구 밥 그릇 챙기기에만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8년 11월 6차 회의에서도 도시숲 정의에 도시공원을 제외해야 된다는 조경계의 지속적인 입장표명이 있었으나 2019년 1월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주요정책을 발표하면서 도시숲은 도시공원 녹지도 포함된다고 정의하며 도시공원 관리권한을 국토부에서 산림청으로 이관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같은 해 3월 산림청장은 산림청 정책의 주요 방향을 소개하면서 산림청에서는 산에서 도시로 내려가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고, 그 후 조경계와 산림청이 협의를 하던 과정에서 7월말 급기야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김현권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일방적으로 발의됐다. 당초 산림청장이 조경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입법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에 반하는 조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산림청에서는 조경계와 충분한 협의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산림청 주장대로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조경계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2019년 11월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강석진 의원의 “조경계의 반대의견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도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산림청장은 “충분히 더 설득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이런 전제하에 도시숲법안은 법안심사소위와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로 이첩되어 현재 미상정된 상태로 계류 중에 있다.

현재 법사위에 미상정 계류 중에 있는 이유는 법안이 조경계와의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의되었기 때문이고, 법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산림청이 조경계와 충분한 협의를 마쳐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

따라서 2020년 2월 24일 국토부 회의실에서 국토부, 산림청, 조경계 및 산림계가 만나 4자협상을 했다. 회의 석상에서 산림청에서는 도시숲법에 설계․감리에 관한 규정 추가는 산림기술법과 배치되기 때문에 할 수 없으니, 우선 도시숲법이 통과되도록 협조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이에 조경계에서는 산림기술법에 배치되기 때문에 도시숲법안에 규정을 추가할 수 없다면 산림기술법령을 먼저 개정한 후에 도시숲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냐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산림기술법에 대한 개정안을 작성하여 3월 11일 조경계와 협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날 산림청에서 제시한 내용은 산림기술법 제15조 제1항 제1호 다항에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도시림․생활림․가로수(이하 “도시림 등”이라 한다) 사업을 하려는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분야 기술사사무소를 등록한 기술사 또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따른 조경전문분야 엔지니어링사업자.’라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개정안 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림 등 산림사업(시공 관리 포함)을 조경기술용역업체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듯이 불합리하게 작성이 된 것이다. 둘째 산림기술법의 규정만 개정해서는 기술용역업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법령구성 상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관련 규정을 한 세트로 개정해야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산림기술법 시행령 별표5에 따르면 기술용역업이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공사비 10억원이 초과되는 사업의 설계용역일 경우에는 특급기술자만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사들만이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용역업 등록을 했더라도 기술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설계를 할 수 없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시공분야도 불합리한 규정이 많다. 결론적으로 산림청의 개정안은 조경계에서 수용하기 곤란하므로 조경계에서는 관련 법안들의 구체적인 개정 요청안을 산림청에 제시하였고 산림청은 조경계의 요청안을 검토한 후에 재협상에 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협상 과정에서 2월 25일 산림청은 조경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바람길숲․미세먼지 저감숲사업의 설계․시공․감리의 입찰자격에 조경계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문을 광역지자체에 하달했다. 이날은 앞서 설명한 국토부 4자회의 다음날이었다. 국토부 4자회의에서 산림청 국장은 도시숲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조경계와 상생토록 하려는 진정성을 이해해 달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회의 다음날 광역지자체에 하달한 공문을 보면 그들의 저의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상의 불공정한 처사와 관련하여 조경계는 산림청의 행정처분에 대한 위법행위와 직권남용에 대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재의 대치 상황을 설계나 시공분야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조경학이라는 학문과 설계, 시공․감리 및 관리는 일심동체이다. 시공이 사라지면 설계할 필요도 없고 종합과학으로서의 조경학도 존재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조경계에서 10년 이상 종사해온 조경인이라면 이제 조경의 미래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을 절감해야 한다. 모든 조경인들이 넓게 보고 멀리 보는 안목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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