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사업주체 조합으로 단일화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논단-사업주체 조합으로 단일화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 승인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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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부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근 건설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마치고 이제 국회의 의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21C 대비 노후/불량주택정비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7월의 당정회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마련된 동법(안)은 각계의 뜨거운 관심도를 반영하듯 다양한 입법의견들이 쏟아졌고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도 상당한 수정이 이루어졌다.

어쨌든 현행 '도시재개발법(재개발)'/'도시저소득주민의 주거환경개선에 관한 임시조치법(주거환경개선사업)'/'주택건설촉진법(재건축)'등 3개 법률을 통합하여 만들어진 동법(안)은 재건축과 관련하여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진일보한 법안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비리와 분쟁, 주민마찰의 온상이던 재개발/재건축 등 노후불량 주거단지 정비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새로운 주거단지 정비의 틀을 마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상당수 반영한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이러한 법안 내용 가운데 사업주체에 관한 부분이 특히 주목을 끈다. 현행 재건축에 관한 주택건설촉진법에는 조합으로 하여금 등록업자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의 공동주체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동법(안)은 사업주체와 관련하여 조합의 단독시행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어 향후 재건축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공동시행방식은 자본조달, 전문성 보완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시공사의 일방적인 사업추진 등 부작용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안)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시공사가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문제아'인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 동안의 재건축사업의 진행과정에서 발생되었던 많은 문제점이 시공사에게 기인하는 바 컸을까. 재건축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과 비리는 단순히 조합과 시공사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나친 개발이익이 발생하도록 조장한 정책당국의 잘못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파이(개발이익)를 앞에 두고 어떻게 나누어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공정한 룰이 없이 그냥 내버려 두다보니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전투구를 벌인 결과 지금과 같이 재건축이라고 하면 비리로 연결되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은 아닐까.
크고 작음이 있을지언정 문제를 야기한 잘못은 참여자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재건축을 둘러싼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시공사에게 면책을 주자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동법(안)과 같이 조합을 단독 사업주체로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시공사와 연결고리로 연상되는 많은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상당수의 재건축사업주체와 관련한 문제점은 단순히 전문성의 결여 하나만이 아니라 조합간부의 도덕적 해이현상이나 조합원들의 조합운영에 대한 무관심, 시공사의 과도한 이익추구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추진단계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시공사 선정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조달문제,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업주체의 변경만으로 현물출자에 의존하고 있는 재건축조합에게 사업추진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정책당국의 역할은 과도한 규제의 신설도 아니요 그렇다고 방관자적 자세만을 고집하는 것에 있지도 않을 것이다. 재건축사업과 같이 새로이 공익적 측면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필요한 최소한도의 정책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다. 다만 그 개입의 정도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만이 아니라 시장참여자 모두가 최종의 목표(완공)를 향해서 신의와 성실을 다하여 공정하게 노력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재건축사업의 주체에 대한 입법방향은 조합단독 혹은 시공사와의 공동주체 여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무엇이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합(원)이 진정 바라는 것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되 원만한 사업진행을 통하여 빠른 기간 내에 입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사업주체에 법률상 제한을 두기보다는 재건축현장의 특성에 맞게 조합(원)이 CM제도의 적극적 활용 등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정책당국은 표준도급계약서의 권장을 통하여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재건축시장에도 Project Financing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된다면 조합의 시공사에 대한 실질적 계약 협상력이 강화돼 진정한 사업주체로서의 자리 매김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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