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공시가격이 시세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이나, 이번 방안을 대입한 2020년 현실화율 전망치는 2019년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실화율을 확 끌어올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조세저항과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부동산의 특성을 꼽는다. 공시가격은 조세 등의 중요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현실화율을 높이면 국민의 조세부담이 커진다는 논리는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은 공동주택, 표준단독주택, 표준지의 현실화율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공시가격은 조세와도 관계가 있으나 형평성과도 연관이 있다.
국토부의 2020년 가격공시를 통한 부동산 유형별 현실화율 전망치는 공동주택은 69.1%, 표준단독주택은 53.6%, 표준지는 65.5%였다. 즉 현실화율만 놓고 보면 아파트 소유자가 토지주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고 내년에도 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 대부분은 부자들이나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아파트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대출을 끼고 있고 가정을 꾸려 나가기도 빠듯하다. 그런 사람들이 땅부자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형평성에 맞는가 묻고 싶다. 부자들에게 세금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현실을 되짚고 싶은 것이다.
‘형평성’ 얘기가 나오니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산정문제’다.
전국 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과 관련한 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국토부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국토부 산하 국가 공기업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 의해 새롭게 변형된 10년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산정방식이 등장했다.
‘JDC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A23블록 10년공공임대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보면 분양전환 가격은 ▷입주시점의 최초 감정평가금액에 입주개시일부터 분양전환일까지의 이자액을 가산한 금액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평가금액 중 적은 금액으로 분양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는 기존 10년 공공임대 입주자 모집 공고문 분양전환 가격 내용인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가금액’과 대비된다. 현재 살고 있는 입주민의 요구대로 분양전환 가격을 개선해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입주민들에게는 ‘형평성’을 내세워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공고문’을 통해 보듯 국토부가 마음만 먹으면 현재 입주민들의 분양전환 가격문제도 ‘법 개정’이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충분히 풀 수 있어 보인다.
공시가격과 관련해 국토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시세반영률의 산출근거나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의 요구에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 문제의 입장 또한 비슷한 자세다. 국토부의 이런 모습은 소위 ‘꼰대’문화를 연상케 한다.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신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것.” 올해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국토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고루 잘 살도록 정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2020년 새해에는 국토부가 그런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