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SOC 투자 방향’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 고려해야
‘바람직한 SOC 투자 방향’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 고려해야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승인 2019.07.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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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의 핵심 기능은 ‘성장잠재력의 핵심’ 펀더멘탈, 중요한 사실 간과…
‘토건국가(土建國家)’ 싫어 SOC 투자 경시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 SOC 투자의 의미와 현황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란 경제주체들의 생산, 소비 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 자본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필수 생산요소이며 만약 이것이 부족하면 아무리 생산능력이 높고 인력이 풍부해도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SOC 투자는 워낙 규모가 크고 현실적인 수익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이기 때문에 민간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다. 
최근 과거 개발연대의 경험이나 이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SOC 투자가 경기부양책의 수단인 양 폄하되고 있지만, SOC의 핵심 기능은 성장잠재력의 핵심 펀더멘탈이라는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최근 정부 예산 편성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면 복지 부문의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바로 SOC 예산은 천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본예산 기준으로 SOC 예산 규모는 2015년 24.8조원에서 2019년 19.8조원으로 4년 동안 5조원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SOC 예산이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6%, 2015년 6.6%에서 2019년에는 4.2%에 불과한 상황이다. 
2019년 본예산 기준으로 12대 분야 중 농림수산 분야를 제외하고 SOC 분야가 가장 낮은 예산증가율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향후에도 이러한 SOC 투자 축소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SOC 예산/총예산 비중은 2018년 4.4%에서 2022년 3.1%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SOC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에 1%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과연 SOC 투자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을 때 큰 문제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SOC 투자의 기능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지만 SOC 투자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손쉬운 경기 부양 수단이라는 점이다. 
경제가 나쁠 때 SOC 투자를 늘릴 경우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바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유효수요에 바탕을 둔 경제 정책이며, 과거 대공황시절 미국의 ‘뉴딜(New Deal)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 경기 역행적인 경기 안정화 또는 경기 부양 기능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근 SOC 투자는 이러한 기능이 소멸됐다. 기간을 나눠 볼 때 2011년 이전에는 비교적 SOC 투자의 경기조절 기능이 작동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후에는 경제성장률과 SOC 투자 간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2018년 한 해만 놓고 본다면 당시 SOC 예산은 추경 기준으로 19.1조원으로 전년도 대비 3.1조원이 감소했다. 
이에 대해 건설투자 축소라는 직접 효과와 민간소비 감소라는 간접 효과를 모두 고려할 경우 2018년 경제성장률의 0.2%p 하락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SOC 산업의 특성상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인데, 2018년 SOC 투자 위축으로 사업서비스, 비금속제품, 장비・기계, 금속제품, 철강 등 타 산업에도 3.1조원의 생산 감소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건설업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으로 고용창출력이 높아 투자 위축 시 고용시장에 큰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2018년 건설업 취업자 규모는 당시까지의 사상 유례없는 건설 경기 호황의 영향으로 200만명이 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과거의 통계로 확인해 보면 아무리 건설 경기가 호황이라 하더라도 180만명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향후 건설 경기의 위축으로 최소 10만~30만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이 이러한 데 건설업의 중요한 축인 SOC 투자를 줄여나간다면 고용시장 전반이 냉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생산 사슬과 마찬가지로 건설업 자체의 고용 위축은 다른 산업으로 파급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한 해 동안 약 SOC 투자가 전년대비 1조원 감소할 경우 경제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약 1만2천500만개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이 중에서 건설업 자체의 소멸분은 7천100개이고 타 산업도 5천400개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내용은 단기적인 효과, 즉 SOC 투자의 경기 안정화 기능에 대한 것이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 훼손 문제이다.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가 넘었던 경제성장률이 이제는 평균 2%대 중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 후에는 미국의 성장률 수준보다 낮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제성장 속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제의 효율성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그러한 저효율 문제는 기술진보의 지체와 같은 요인도 있으나 금융위기 이후 정체된 인프라 투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물류경쟁력지수를 보면 한국의 순위는 2007년 24위에서 2012년 21위까지 높아졌으나 2018년 25위로 다시 하락했다. 
또,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출퇴근 소요시간이 가장 긴 국가가 한국이라는 오명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줄 충분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SOC 예산 계획 규모로는 경제성장률 1%대가 필연적으로 곧 도래할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5년 동안 현재의 정부 ‘중기재정운용계획’상 SOC 예산 규모에서 최소 총 30조원 이상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바람직한 SOC 투자의 방향 

첫째, SOC 자본 스톡의 양과 질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현재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주장들은 그 근거가 명확하지가 않다. 도로연장이나 철도연장만을 놓고 보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유의 지형적 여건, 개인의 공간적 경제활동 범위, 인구밀집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체감도이다. 
우리 인프라의 양과 수준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 자본의 적정 수준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요구 및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SOC 투자 발굴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주장하는 생활형 SOC는 새로운 SOC 투자처가 아니다. SOC의 개념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잘못된 접근이다.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넓힐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어야 한다. 
환경 인프라, 새로운 통신 인프라, 신 교통망 등이 미래사회 변화에 부응되는 새로운 인프라인 것이다. 
셋째,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SOC 투자 규모 및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SOC의 핵심 기능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본스톡 축적 및 효율성 제고를 통한 중장기 성장잠재력의 확충에 있다. 
‘토건국가(土建國家)’라는 말이 싫어 SOC 투자를 경시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무작정 투자 규모를 줄이는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 규모는 커지기 때문에 그에 맞는 투자 규모를 늘려나가야 한다. 
넷째, 인구와 산업시설을 고려한 SOC 투자의 지역적 불균형 배분이 요구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그동안 수도권에 대한 투자는 정체된 반면 지방의 인프라 투자는 빠르게 확충됐다. 
그러나 투자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 새로운 인프라 투자가 집중돼야만 한다. SOC 투자 목표를 경제 효율성 확보가 아닌 균형 발전으로 설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체계성 확보 및 효과 극대화를 위한 SOC 투자의 중앙집권화가 필요하다. 과거에 비해 지자체의 권한이 커짐에 따라 SOC 투자의 중앙정부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토목 부문의 핵심 발주처인 공공 부문 수주 비중이 2016년 이후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공 부문 중 중앙정부 수주는 전체 토목 수주의 6%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대로 말하면 지방정부 SOC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인데, 겉으로는 지방분권화라는 대의에 맞는 추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방 SOC 투자의 포퓰리즘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민항기가 한 대도 내리지 않아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데에 사용했다는‘고추공항’의 사례가 있었다. 
또한, 지금도 14개의 국내 공항 중 적자공항이 10개 내외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또 공항을 짓겠다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러한 무계획적인 지자체의 투자 행태는 결국 낭비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뿐이다. 
전 국토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고 현재와 미래의 인프라 수요를 조망할 수 있는 SOC 투자의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SOC 예산 및 권한을 보다 확대하고 지방정부 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끝으로 SOC 투자가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고 지금의 SOC 투자의 정책 기조가 혹시 우리 미래세대에 부담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자세가 절실해 보인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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