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항공박물관은 항공강국임을 당당히 자랑하는 공간”
“국립 항공박물관은 항공강국임을 당당히 자랑하는 공간”
  • 선태규 기자
  • 승인 2019.07.22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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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개관… 법인으로 운영”
항공역사관, 산업관, 미래생활관 구성
“상설전시관 무료… 체험관, 예약제・유료”
국립항공박물관 건설 현장.
국립항공박물관 건설 현장.

한국건설신문 선태규 기자 = 오늘날 박물관은 조사, 연구, 전시, 교육, 체험, 공연 등의 다양한 기능들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지만 근대적 개념의 박물관이 처음 등장하게 되는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박물관의 주된 목적은 ‘자랑하는 곳’이었다. 쉽게 말해 가장 귀한 것, 가장 오래된 것, 가장 비싼 것 등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서구에서 처음 박물관이 등장한 배경을 보면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한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 세상의 진귀한 것을 사 모으기 시작한 것(스미소니언박물관),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국가들로부터 착취한 전리품들을 자랑(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하기 위해 만들었던 공간이 바로 박물관의 시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산업화에 뒤쳐졌거나, 식민지를 겪었던 국가들은 독립이후 약소국 이미지를 떨쳐내는 것이 주요한 목표였기에 민족적 자긍심과 국가적 정체성을 대내외에 자랑하기 위해 ‘역사박물관’ 건립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물관의 설립목표와 전시가치들은 대부분 ‘근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식민지를 겪었지만 “우리는 뛰어난 민족이며,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를 주 내용으로 한 ‘역사박물관’ 건립에 집중하게 된다. 

◼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것 보여주고자 건립 추진

국립항공박물관의 설립배경은 기존의 박물관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국립항공박물관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한 역사적 자긍심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 항공산업의 수준과 첨단기술력, 그리고 그에 따른 미래생활의 변화까지, 즉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은 항공운송 분야에서 물동량 세계 5위이며, 공항서비스 12년 연속(2018년 말 기준) 세계 1위다.

항공기제작 분야에서는 세계 12번째로 초음속 제트기를 자체 제작했으며, 해외에 수출까지 성공해 세계 6번째 제트기 수출국이 됐다.

이처럼 항공박물관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앞서나가고 있는 것, 세계가 부러워하는 것을 자랑하는 내용으로 전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마치 서구의 초기 박물관의 설립배경과 유사한 맥락이다. 세계를 향해 대한민국이 항공강국임을 당당히 자랑하는 공간이 바로 국립항공박물관인 것이다.  

박물관에서 중요한 것은 박물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물과 연출, 설명을 통해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기록이나 자료의 보관이 없어 100여 년의 짧은 시간임에도 그 사실을 정리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

항공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단편적 사실 일부가 남아 있을 뿐 항공역사 전체가 시간 순으로 정리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국립항공박물관을 건립하면서 항공분야에 대한 연대기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국민들에게 알리게 되었다는 것에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있다.

◼ 상설전시관 무료 운영

국립항공박물관 전체 이용공간 중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상설전시관은 무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항공역사관(1층), 항공산업관(2층), 항공미래생활관(3층)으로 구성돼 있어서 각각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과거-현재-미래의 콘셉트를 띄고 있다.  

1층 항공역사관 조감도.
1층 항공역사관 조감도.

상설전시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항공역사관 내 ‘대한민국관’으로 항공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을 다룬 ‘구국’, 공군의 창군과 한국전쟁 활약을 다룬 ‘호국’, 초기민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시기의 ‘부국’,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항공산업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강국’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공간에는 임시정부 비행학교의 훈련기, 한국전쟁의 영웅 무스탕, 대한민국 최초의 여객기, 세계 최강 초음속훈련기 T-50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실물항공기 13대가 전시돼 우리나라 항공역사의 변화와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 건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볼거리인 유물의 충분한 확보다. 

그 다음이 그 유물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충분한 설명이 돼야 하는 전시이고, 마지막으로 유물의 안전과 편안한 관람을 제공해 주는 건축이다. 

이는 마치 사람의 발과 양말과 신발의 관계와 같아서 주인공이 되는 발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이인지 어른인지, 등산객인지 운동선수인지에 따라 그 발을 감싸는 양말과 그 발을 보호해야 하는 신발이 달라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전시는 유물의 특성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해 각기 다른 연출방법으로 해당 유물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특히 국립항공박물관의 주제인 항공분야는 그 역사가 오래지 않기에(1903년 라이트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지 올해로 114년이 됨) 보여줘야 하는 유물보다는 과학, 기술, 직업 등의 체험요소를 중요한 콘텐츠로 생각하고 있다.

◼ 체험관, 예약제・유료 운영

국립항공박물관은 관람객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체험요소들도 두루 갖추고 있다.

2층에는 보잉747 조종시뮬레이터와 인천국제공항 관제시뮬레이터,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 VR탑승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비행훈련센터’, 여객기 내 안전교육 및 승무원체험을 할 수 있는 ‘안전훈련센터’가 있다.

3층에는 5~8세 유아들이 공항의 기능과 역할을 재밌는 놀이로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공항체험관’과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항공레져스포츠를 VR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항공레포츠체험관’이 있다. 

이러한 체험관들은 좀 더 수준 높고, 체계적인 교육과 체험을 위해 예약제 및 유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와 체험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시설도 마련돼 있다.

정적인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항공도서관’, 만들기·그리기 등을 위한 ‘문화교실’, 매주 수준 높은 강좌를 개설할 ‘강의실’, 다양한 공연과 영상이 상영되는 ‘대강당’ 등 문화공간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 밖에도 관람객의 휴식과 편의를 위해서는 기내식 전문 레스토랑을 비롯해 카페와 편의점, 피크닉룸, 옥상정원, 전망대 등이 마련돼 있다.

항공기 개발과 과학.
항공기 개발과 과학.

◼ 내년 상반기 개관… 법인으로 운영

국립항공박물관의 대지면적은 1만5천㎡, 건축연면적은 1만8천593㎡로 지상 4층, 지하 1층으로 김포공항 화물청사 전면 배후단지에 건설된다. 

사업비는 949억원, 사업기간은 2015년~2020년까지로 내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은 법인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관련 법이 국회 제정을 앞두고 있다. 조직은 1관장, 2본부, 6실, 14개 팀으로 구성되고 정원은 130명이다. 

국토부 국립항공박물관 추진팀 관계자는 “항공박물관이 건설되면 서울 강서지역 대표 복합문화시설이 될 것”이라며 “현재 건축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어 올 연말에는 준공할 예정이고, 기계장비의 시운전과 전시체험시설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시범운영,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의 환기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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