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공사입찰 vs 턴키 및 민자사업 입찰방식
논단-공사입찰 vs 턴키 및 민자사업 입찰방식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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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선임연구위원
금년에도 최저가낙찰제도의 확대여부를 놓고 입찰제도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천억 원이상 PQ 대상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5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는 저가투찰과 부실시공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도의 확대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입찰제도라는 해묶은 과제가 또다시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입찰의 목적은 입찰에 수반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가격과 품질이라는 입찰편익을 최대화하는 하나의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정부의 입찰정책은 이 목적함수에 적합한 입찰방식을 찾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입찰방식에 따라 입찰비용이 달리 나타나는데 합리적인 입찰방식이라 함은 입찰비용이 입찰을 통하여 얻게 되는 가격 또는 품질의 편익에 상응하는 적정 수준으로 지출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수식을 풀어보도록 하자. 작고 단순한 공사의 입찰에서는 품질보다는 가격이 입찰의 편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저렴한 가격을 얻는데 주력해야 한다. 유찰 또는 부실시공 등에 따른 입찰실패의 비용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입찰에 수반되는 비용이 낮은 입찰방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순수한 의미의 최저가낙찰제에 가까운 형태의 입찰방식을 의미한다. 하나의 수단으로 전자입찰방식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크고 복잡한 공사의 입찰에서는 적정한 품질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입찰의 실패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입찰방식이 합리화될 수 있다.
발주자는 정교한 입찰서류와 철저한 보증을 요구하여야 하며 품질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가능한 입찰방식이 필요하다. 기술적 평가를 우선하여 이를 통과한 입찰자에 한하여 가격제안서를 비교하는 변형된 형태의 최저가낙찰제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도 낙찰자와 계약할 때 공사이행에 대한 보증을 요구하고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엄격한 감리감독이 필요하다.
현행의 입찰방식은 사전자격심사가 필요할 정도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1천억원 이상의 대형공사에 가격만을 중시하는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함으로써 저가투찰, 부실시공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품질과 가격에 대한 발주자의 평가는 애초부터 포기하였다. 우리 나라의 입찰제도는 객관적인 숫자로 또는 공식에 의해 명백하게 우월성이 입증될 수 있는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결국 품질에 대한 평가를 도입하지 않고는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러한 해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사회의식이 기술, 품질, 성능에 대한 주관적 평가와 발주자 재량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주관적 평가의 도입 가능성을 턴키공사와 민간투자사업의 낙찰자 선정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턴키공사에서는 기본설계를 평가하고 가격점수와 합산하여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에서는 더 나아가 출자자 구성 및 재무능력, 공사계획, 사업계획, 이용료 수준 및 국가지원 사항 등을 종합평가하여 사업자를 가리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일까봐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하고 있다. 물론 턴키공사나 민간투자사업의 입찰방식에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제도가 아직까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관적 평가의 정착 가능성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상의 논리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은 입찰제도의 장기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공공부문의 입찰제도는 민간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적정한 업체가 가격경쟁을 통하여 낙찰자로 선정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입찰제도의 기조를 최저가낙찰로 가져가더라도 작고 단순한 공사일수록 순수한 의미의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에 의한 평가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형공사의 입찰에서는 가격 이외에 기술, 경험, 기업 신뢰도 등에 대한 다단계의 검증과 공사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요구하여야 한다.
공사입찰이 아닌 경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가격경쟁 요소가 부족한 턴키입찰이나 한꺼번에 너무 많을 요소를 종합평가하려는 민간투자 사업자 선정방식에 있어서도 기술적 제안을 일차 평가하고 이를 통과한 업체중 최저가 제안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대형공사 입찰방식으로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가장 강력한 건설산업정책이 입찰제도이다. 공사의 규모와 성격에 맞는 입찰방식을 일관성있게 펼쳐 나가야만 건설산업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최저가 기조의 입찰제도 하에서 입찰, 즉 시장의 시험에서 실패하는 업체는 반드시 퇴출되도록 하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가격과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건설업체가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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