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조경 1세대, 새판 짜는 데 앞장서야
[조경칼럼] 조경 1세대, 새판 짜는 데 앞장서야
  • 홍광표 동국대 교수
  • 승인 2019.05.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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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폭은 송나라에서 일본으로 온 임제종 스님인 난케이 도류가 창안한 폭포석조 형식이다. 그것을 일본 최고의 석립승인 무소 소세키가 배워서 자신이 만든 정원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나는 일본정원에 조성된 많은 폭포의 리어석 가운데에서 로쿠온킨카쿠지의 폭포에 세운 리어석을 일등으로 친다. 정말 잉어 한 마리가 힘차게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등용문에 얽힌 고사를 보면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세차게 흐르는 급류에 몸을 던져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는 사실은 동서고금 많은 인물들의 고사에서 입증이 된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서 자기를 던진 사람들도 많다. 물론 변화에 무턱대고 맞서는 것이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잘 파악하고 그것에 적절하게 대처해야만 변화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그 요건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와 정도 그리고 속도이다. 

변화의 내용을 모르고 그것에 대응하는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적정한 시기의 선택은 변화를 이겨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조경을 도입해 새로운 건설의 시대를 맞이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의 변화를 꾀할 것인가 역시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변화에 부분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조경이 가진 구조적인 틀을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의 엄청난 도전에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떠한 속도로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했던 50년 조경의 역사는 이제 그것과 비교도 안 되는 시간에 성취할 수 있게 됐다. 건설시장의 구조가 송두리째 바뀌고, 학문이나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타협의 상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경분야도 시급하게 새판을 짜야 한다. 학교의 커리큘럼부터, 관에 대응하는 자세부터, 다른 영역과의 소통부터 그리고 조경의 본질적인 성격부터 모든 것을 새로운 틀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조경 1세대가 무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73학번 교수들이 정년을 하기 시작했고 산업일선에서도 그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들에게 배운 조경 2세대 역시 나이가 들기 시작했으니 분명히 변화가 우리 눈앞에 온 것이다. 
건설시장도 달라졌다. 건설공사 생산체계 개편 방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건설분야의 경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인다. 인구절벽에 부딪혀 몇 년 내로 지방의 조경학과가 존속된다는 보장도 없어졌다. 

지금 우리 조경계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리 모두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와 정도 그리고 속도를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는 누가 주도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우리 조경인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조경분야에서 40년 이상 몸을 담고 많은 혜택을 누린 1세대 조경인들이 이제 새판을 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하여 조경이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시장에 나올 때 조경분야는 향후 100년의 경쟁력을 다시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마리의 잉어가 되어 용문폭을 뛰어 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살을 뚫고 힘차게 솟구쳐야 한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선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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