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정확하고 통일된 나무 이름 사용해야
[조경칼럼] 정확하고 통일된 나무 이름 사용해야
  • 강철기(경상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 승인 2019.04.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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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나무와 숲은 대단히 중요하다. 잿빛의 콘크리트 문명에 찌든 요즘 도시들은 한결같이 ‘숲 속의 도시’, ‘도시 속의 숲’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공간 주변의 나무와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주변의 나무와 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나무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른 ‘학명(學名)’, 국가가 표준으로 정한 나무 이름인 ‘국명(國名)’, 영명·일본명·중국명처럼 국가별로 자신의 언어나 문자로 표기하는 ‘외국명(外國名)’, 일부 사람이나 특정 지방에서 부르는 ‘별명(別名)’이나 ‘향명(鄕名)’,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반명(一般名)’이 그것이다. 일반명은 ‘보통명(普通名)’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배롱나무’를 ‘백일홍나무’나 ‘목백일홍’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배롱나무’는

우리나라가 표준으로 정한 ‘국명’에 해당하고, ‘백일홍나무’나 ‘목백일홍’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통용되는 ‘일반명’에 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학명’은 ‘Lagerstroemia indica Linnaeus’다. 영명은 ‘Crape Myrtle’, 일본명은 ‘サルスベリ’, 중국명은 ‘紫薇花’다. 일부 사람이나 특정 지방에서 흔히 부르는 ‘간지럼나무’는 ‘별명’이나 ‘향명’에 해당한다.
국명, 외국명, 별명, 향명, 그리고 일반명으로는 전 세계의 모든 나무들을 일대일로 대응해 지칭할 수 없다. 국명·외국명·향명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고, 세계 공통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일반명이나 별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나무들의 통일된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다. 1867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식물학회에서 세계 공통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 ‘국제식물명명규약’을 만들었다. 이 국제식물명명규약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학명’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통일된 나무 이름이다. 나무는 각 국가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갖지만, 통일된 학명이 있으므로 세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제화 시대에 학명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학명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만든 ‘이명법(二名法)’에 기초해,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 단 두 가지로 모든 나무를 표기할 수 있다. 하나의 학명은 오직 하나의 종(種)을 가리키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생물 종의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이름이다.
한 나라에서 같은 나무를 여러 이름으로 다양하게 부르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여러 이름이 갖는 뜻이나 함축된 의미를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언어에 있어 사투리의 역할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감있고 맛깔스런 사투리도 있어야 하지만, 국어 사용에 있어 혼란을 방지키 위해서는, 공용어는 마땅히 표준어가 돼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경우 표준어를 우선해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가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나무 이름을 표준으로 정한 ‘국명(國名)’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다루는 조경수는 현재 국명, 일반명, 별명, 향명이 서로 혼용된 채로 불리고 있어 혼란스런 경우가 대단히 많다. 같은 나무를 사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나무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백목련(Magnolia denudata)을 목련(Magnolia kobus)으로 알고 있어 백목련을 목련으로 부르고, 정작 목련은 산목련(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타세쿼이아, 메타세콰이아, 메타세코이어 등과 같이 다르게 불러도, 이 정도는 사소한 일에 해당하는 것일까. 나무 이름은 정확하고 통일된 국명으로 부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선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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