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정원이 있는 미술관’ 탈바꿈
녹사평역 ‘정원이 있는 미술관’ 탈바꿈
  • 선태규 기자
  • 승인 2019.03.2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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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프로젝트’ 완료… 14일 개장식

한국건설신문 선태규 기자 = 지하철 ‘녹사평역’이 공공미술과 자연의 빛,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이 있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당초 지하 2층에 있던 개찰구를 지하 4층으로 내려 승강장을 제외한 역사 전체 공간이 시민에게 완전 개방됐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1년여간의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완료, 14일 개장식을 갖고 새롭게 변신한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을 첫 공개했다고 밝혔다. 남산과 미래 용산공원을 잇고 이태원, 해방촌, 경리단길을 연결하는 ‘녹사평역’이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관이 되는 ‘지하예술정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 

개장식에는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안규철 공공미술위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공공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제작과정을 소개하고, 프로젝트 전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전이 열렸다. 

녹사평역에 진입해 승강장이 있는 지하 5층까지 층층이 내려가다 보면 녹사평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기존 구조를 적극 활용해 곳곳에 설치된 예술작품과 지하정원을 만날 수 있다. 

2000년 문을 연 녹사평역은 정중앙 천장에 큰 유리 돔과 지하 4층까지 자연광이 내려쬐는 35m 깊이의 아름다운 중정이 있고, 그 안을 긴 에스컬레이터가 가로질러 내려가는 구조로 건설됐다. 당시 서울시청 이전계획에 따라 환승역으로 계획돼 다른 지하철역에 비해 대규모로 지어졌다. 개통 당시엔 결혼식이나 영화・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였지만 시청 이전계획이 무산되고 특별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일반 교통시설로 이용돼 왔다. 

녹사평역의 트레이드마크인 깊이 35m의 대형 중정 안쪽 벽면 전체에는 얇은 메탈 커튼을 걸어 정중앙 천장 유리돔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 역사 내부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담아내는 거대한 캔버스로 만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빛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다른 공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넓은 면적에도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방치됐던 대합실에는 ‘숲’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기다린다. 천장에는 뜨개질로 완성한 알루미늄 와이어가 녹색식물 터널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한 켠에는 마치 남산 소나무 숲길을 걷는 것 같은 설치예술작품이 눈길을 끈다. 가장 깊은 공간인 승강장(지하 5층)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연필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미술작품이 딱딱한 플랫폼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전환했다. 

텅 비어있던 지하 4층 원형홀은 600여개 식물이 자라는 ‘식물정원’이 됐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힐링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정원사들이 상주하면서 화분을 가꾸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정원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의 공간은 ▷세계적인 작가와 국내 중견・신진 작가 총 7명의 공공 미술작품 ▷지하 식물정원 ▷시민 이용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공공 미술작품은 지하 1층에서 5층으로 내려가는 과정을 ‘빛-숲-땅’이라는 층별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숲을 지나 땅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7명의 작가가 녹사평역만을 위한 총 6개 작품을 선보였다. 

지하 식물정원은 일반건물 기준 지하 11층 깊이에 조성됐다. 낮에는 천장의 유리 돔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이 이곳 풍경에 특별함을 더한다. 

녹사평역은 시가 양성하는 시민정원사들이 상주하며 600여 개 화분식물을 가꾸고 실내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시 조경과가 주관하는 식물 관련 프로그램의 거점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갤러리와 세미나실도 새롭게 조성돼 전시나 예술프로그램, 강연회, 발표회 등 장소로 활용된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녹사평역은 일상적인 공간인 지하철역을 시민들이 공공미술을 접하고 머물고 싶은 장소로 바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새로운 시도”라며 “신진예술가와 청년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 예술로 가득한 새로운 장소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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