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획일적인 중앙조달방식 문제있다
<논단>...획일적인 중앙조달방식 문제있다
  • 승인 2001.11.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선임연구위원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경우는 추정가격 기준으로 30억원이상의 건설공사, 지자체의 경우는 PQ대상공사, 대안입찰, 턴키입찰 대상 공사는 의무적으로 계약업무를 조달청에 의뢰하도록 되어 있다. 조달청은 이 법을 들어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발주하는 공사를 모두 조달청에 위탁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주자의 능력 유무나 경제성 등의 이유로 발주기관에서 위탁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법률적으로 제한시켜 놓고 있다.
중앙조달을 주장하는 조달청과 감사원 등에서는 부정부패 방지와 설계가격 재 사정을 통해 예정가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들어 중앙조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중앙조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많은 지자체들은 건설공사의 특성과 사업장이 위치하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체발주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하는 쪽의 시각에서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조달 방식이 야기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분석이나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다.

▷발주자의 핵심적인 기능과 역할은 발주시스템 가동에 있다 =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발주자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능과 역할은 입낙찰을 포함한 계약 및 계약 사후관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공공사의 경우는 이를 제도적으로 발주시스템의 일부를 분리해 놓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발주자에게서 발주기능을 때어 놓는다는 것은 그 만큼 발주자의 책임이나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 된다. 물론 중앙 조달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건설공사의 성격은 비반복 비복제라는 특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건설공사는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특성이 있다. 즉 전형적인 비 규격품인 셈이다. 중앙조달이 유리한 경우는 기성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에 한한다. 그러나 건설공사는 철저한 주문 상품이다. 발주자의 요구사항을 철저하게 마무리 해 주는데 대한 대가가 지급되는 거래시스템이다. 이런 특성을 이해한다면 중앙조달을 의무화 해 놓은 법률은 당연히 개정이 되어야 한다.

▷중앙조달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 건설공사가 중앙조달을 통해 발주가 이뤄지는 경우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학교 건물과 같이 획일적인 모양을 갖고 있으면서 반복시행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미국에서 학교건물이나 우체국 등 표준화된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는 중앙조달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중앙조달을 권장하는 국내의 경우와는 기본 개념이 다르다. 또한 학교 등 상시적으로 건설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발주자가 건설을 위한 별도 조직이나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주시스템의 일부를 아웃소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아웃소싱 방법과 범위를 결정하는 권한은 발주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중앙조달 방식은 발주자의 핵심 역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 건설공사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발주자에게 있다. 발주자의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 능력있는 계약자를 찾아내는데 실패 할 뿐만아니라 공기 지연이나 사업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발주자가 자신의 역량이 모자라는 경우 자신의 역할을 제3자를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 및 호주 등지에서 CM발주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조달의 확산이나 의무화 규정은 국내공공 발주자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주시스템에서 입낙찰과 계약이 분리되어 있는 관계로 인해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 발주기관, 계약담당공무원, 공사감독관 등의 책임과 역할에 상당한 혼선이 발생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공공공사에서 클레임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원래 클레임은 계약조항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클레임 제기는 계약을 한 당사자가 아닌 발주자에게 집중되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공사계약일반조건의 조문을 정의한 당사자는 클레임에서 빠져 있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문서 구성이 국제적인 규격과 차이가 나는 것도 이런 모순이 원인이 되고 있다.

▷중앙조달은 점차적으로 줄여야 한다 = 중앙조달 방식에 익숙해 있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게 갑자기 중앙조달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한 모순과 발주자의 역량을 높이는 게 건설공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유리하다면 중앙조달방식을 줄여 가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방법으로는 우선 대상 공사의 범위를 줄이고 대상 규모도 줄여 가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도입되어 있는 CM방식을 택하므로서 발주자가 모자라는 전문성을 보충할 수 있는 길도 확대시켜야 한다. 제도만 있고 제대로 활성화가 되어 있지 못한 CM방식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중앙조달의 범위 축소는 발주자의 역량을 높여 준다 = 중앙조달이 줄어들면 발주자는 당연히 스스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국내에서 증가하는 클레임에서 발주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중요성과 이를 관리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의 경우 해당 지역에 위치한 업체들을 감안한 발주패키지를 만들게 되어 지역업체들에게는 입찰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지는 효과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