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디지털 대동여지도
[전문가칼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디지털 대동여지도
  • 손학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 승인 2018.11.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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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기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일찍이 공자는 옛것을 읽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러한 자세는 세상이 디지털화가 돼가는 현재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주변에서 옛것을 읽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이다. 대동여지도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 제작한 한반도의 지도이다.
이 지도는 산줄기와 물줄기가 표시되고, 그 위에 도읍과 주요 도로를 표시해 도읍간 거리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즉 현대 지형도가 도로나 건물 등 인공구조물을 중심으로 도시를 표현하고 있다면, 대동여지도는 산줄기와 물줄기의 자연경계로 도읍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훌륭한 고지도가 전시의 대상이나 책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은 매우 아쉽다.
대동여지도의 자연경계를 중심에 두고 도읍을 표시하는 거시적 시각이 필요한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현대 사회가 나누고 분해해서 정교화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반대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결되는 문제가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산지의 보전과 이용을 정하는 것이 산지구분이다. 산지구분은 해당 필지의 경사도와 임목밀도를 이용해 보전과 이용을 구분한다. 이러한 이유로 산정상부 또는 능선부에 완만한 지역이 개발이 가능한 준보전산지가 되고, 오히려 산자락 하단부가 보전산지가 되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부분만 보고 전체를 못 보는 맥락적 이해가 부족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맥락적 이해를 한 상태에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줄 수단이 없으면 실제 적용할 수가 없다. 만약 대동여지도가 산지구분에 사용됐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동여지도는 조선시대의 고지도로, 현대적인 측량에 기반을 두지 않고 제작돼 현재의 산줄기ㆍ물줄기와 불일치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대동여지도는 실생활에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용이나 교과서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한반도의 산줄기ㆍ물줄기를 체계적으로 재조명하는 기초 연구가 산림청 R&D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 연구를 통해서 한반도의 기초적인 산수체계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산줄기 표준화 및 명명 등의 후속 연구를 통해서 조선시대의 대동여지도를 21세기의 디지털 대동여지도가 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디지털 대동여지도가 제작되면 실제 공간계획 단계에서 하나의 필지와 사면을 뛰어넘어 산, 집수구, 유역, 한반도 등의 거시적 공간스케일에서 맥락적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산지관리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북한의 지속가능한 개발에도 거시적 통찰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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