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미국 테러사태와 건설산업
논단-미국 테러사태와 건설산업
  • 승인 200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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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기 부연구위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국 테러사태가 발생한 지 약 1개월이 지났다. 바로 이웃나라 또는 이웃 지역에서 발생한 것처럼 생생한 TV뉴스를 보면서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결정을 이 테러사태와 관련하여 생각한지가 1개월이 된 셈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아프카니스탄 보복전쟁, 생화학 테러 우려 등 시시각각 변화도 많았다. 다행히도 세계경제의 상황판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은 테러사태 직후의 혼돈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또한 테러사태 직후 폭등한 국제유가는 세계경제의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감소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 OPEC이 가격안정을 위해 석유감산을 논의하는 상황으로 반전되기도 했다.

이러한 최근 가격변수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 주도하의 테러전쟁 상황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재 아프카니스탄 지역에 대한 보복공격이 군사시설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언제 어떤 변수에 의해서 전쟁이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근 미국 테러사태의 흐름은 국내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우리 건설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으로는 해외건설부문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동지역에 대한 정치적 불안이 매우 심각해 질 경우 이지역에서의 해외건설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 정도에 따라서 중동지역의 건설 발주물량 감소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에서도 우리 업체들이 철수해야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러전쟁이 중동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을 경우에는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세계경제 부진과 국내경기 부진에 따른 간접적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에 이번 테러전쟁이 마무리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미국경제 회복이 어느 정도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경제 뿐만 아니라,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경제와 경기둔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유럽경제도 이번 테러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세계경제의 부진은 국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소비 및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국내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경기에 민감한 건축수주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를 국내경기 저점으로 볼 때, 건축수주는 상반기까지는 감소세를 지속한 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상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둔화 현상을 지속하던 중 미국테러사태로 경기부진의 폭이 커지고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상황과 유사한 80년의 제2차 석유파동 이후나, 98년의 IMF 외환위기에서의 건축수주도 경기저점을 지난 후에야 증가세로 반전됐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 경기부진이 심화될 경우, 전망의 불투명으로 경제주체들이 보수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장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경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SOC 등 토목부문의 건설수주나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는 제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도 SOC 예산안을 증액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 편성 논의나 내년도 SOC 예산안 증액 논의 등을 고려해 볼 때 SOC 투자 확대가 대규모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부동산경기에도 미국 테러사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경기부진으로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식시장도 부진할 경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가지 않겠는가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경기 부진으로 기업의 경우 최근 현금확보 등 유동성 확보에 노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당장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쉽게 주택구입으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다. 최근 일부 주택분양에서 청약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 부동산 시장이 테러사태에도 불구하고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실수요자 증대라기보다 오히려 유동성 증대와 맞물린 투기적인 수요 증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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