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추모공원이 살아있는 자에게 의미하는 바는?4.16생명안전공원 전문가 포럼
이오주은 기자  |  yoje@conslove.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7.3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김소원 기자 = 안산시 단원구 4.16재단 회의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인데 이곳에서는 저녁 늦게까지 열띤 포럼이 진행 중이다. 깨끗하고 살기좋은 안산21 실천협의회와 4.16안산시민연대가 ‘4.16생명안전공원’의 실행을 위해 지역활동가들 역량 강화를 목표로 기획한 전문가포럼 시리즈. 그 첫 회는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장 문정석 빅바이스몰(Big by Small) 공동대표가 ‘세월호 참사가 남긴 의미실현, 4.16생명안전공원 공간디자인 방안 찾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건축가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인 문정석 대표는 시민참여 방식으로 진행된 도시 공간디자인 해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 이어 추모공원의 세 가지 해외사례를 통해 시민참여 디자인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세월호 활용방안이나 시민안전공원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각종 갈등으로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4.16생명안전공원은 여전히 안산 지역에서 핵심적인 이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정석 대표는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두고 지역의 각종 현안 및 가치,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도시 재생 및 공간에 관련된 논의가 필요한 때”라며, “생명안전공원 같은 쟁점 이슈를 추진 할 때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시민들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목표와 결과보다 ‘과정(process)’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공간디자인의 프로세스를 주목하기 위해 독일 쾰른에서 진행된 다이얼로그(Dialogue) 방식의 대규모 도시공원개발계획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도시실험실(리빙랩)로 잘 알려진 드 꺼블(de Ceuvel) 사례, 그리고 이날 소개된 추모공원 해외 프로젝트를 정리해 지면에 담았다.

<4.16생명안전공원 전문가 포럼>
추모공원이 살아있는 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 문정석 빅바이스몰 공동대표가 전문가포럼 시리즈의 첫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_4.16안산시민연대 사무국).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대한민국의 유례없는 역사
문정석 빅바이스몰 공동대표… ‘프로세스’에 주목한 공간디자인


◼ 독일 쾰른, 다이얼로그(Dialogue) 방식의 대규모 도시공원 개발계획
- 마지막 완성 단계까지 시민 의견 꼼꼼히 반영

쾰른에는 과거 성이 있던 흔적이 원의 형태로 남아 있다. 이 원형의 자리에 도로를 만들고 주변을 공원으로 만드는 게 프로젝트 목표였다.
구역을 나눠 각각 테마를 설정했는데, 이 중 남부 구간을 시민과 어떻게 조성했는지 진행 과정을 소개한다.
초기 기본 계획은 양쪽에 건물을 두고 가운데 녹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전문가가 개입했고, 다음부터는 시민들이 계획하게 됐다.
시민들이 최종 마스터플랜이 완성되는 마지막 단계까지 관여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심지어 계획안이 완성된 다음인 시공 단계에서도 시민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대상지를 걸으며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교류했다. 좋고 나쁨을 종이에 기록하고 전시회도 열었다. 그다음 본격적인 토론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대형 공원 지도를 만들어 그사이를 직접 오가며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적었고, 모형을 움직였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짜 돈으로 파는 아이디어 마켓을 열고, 모형화 작업을 하는 등 입체적인 방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민, 전문가, 행정가, 정치가가 모두 모여 토론을 했다.
2014년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의미 있는 공간이나 건물, 없애지 말았으면 하는 요소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시민들이 많이 제안해줬다. 이렇게 자세한 부분까지는 전문가들이 알 수 없었기에 시민들의 의견은 중요하게 다뤄졌고 존중받았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시사점은, 어떤 내용을 새롭게 넣고, 무엇을 남기고 없앨지에 대한 모든 것을 시민 토론으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이 참여해서 계획하면 반드시 제일 좋은 안이 나올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는 물론 시민 역시 본인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만 이야기한다는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4.16생명안전공원에 새로운 가치와 혁신이란 소금이 가미되기 위해서는 시민과 전문가가 같이 하는 것 외에도 활동가, 플레이어, 놀새들(날라리) 등의 여러 존재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 이유는 두 번째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리빙랩 ‘드 꺼블de Ceuvel’ (출처: http://deceuvel.nl).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리빙랩 ‘드 꺼블(de Ceuvel)’
-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혁신하는 도시실험

전문가들은 무언가를 계획해서 만들려면 회의를 해야 한다.
한 달, 두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사회는 변한다. 그래서 요즘은 탁상공론이 아닌 간단한 ‘아이디어’부터,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일단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꾸자는 식의 공간 실험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리빙랩이라고 한다.
바로 두 번째 사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었던 도시실험실의 이야기다.
옛 조선소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남겨진 자투리땅이 있었다. 중금속 오염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기에 남겨뒀던 1천250㎡ 면적의 땅을 두고 암스테르담 시는 7년을 고민하다가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이 과정에서 한 건축가그룹이 시의 지원으로 땅을 인수해 정화 식물을 심어 오염도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사람들은 시내의 작은 어선을 타고 노를 저어 이곳에 들어갔다.
배를 땅 위에 올려놓고 먹고 자며 캠핑을 했다. 캠핑을 하면서 길도 조금씩 내고, 정화하는 활동을 했다. 그렇게 정화 작업을 끝내면 다시 노를 저어 이곳을 떠났다.
사람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하는 데는 단돈 1유로면 충분했다.
특히 이 지역 월세가 일반적인 암스테르담 월세보다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래서 주로 모여든 이들은 동네 청년들이었다. 직업이 없는 청년들에겐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리빙랩 ‘드 꺼블(de Ceuvel)’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실험을 했는가’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단 모여서 당장 하나하나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흙 한 톨, 물 한 방울, 빛 한 줌도 버려지지 않고 모두 재활용됐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지혜 수준에서 실험은 계속됐다. 물고기를 키워 물을 정화시키고 시내 곳곳에 버려진 가구, 폐자재를 모아 재생시켰다. 현재는 지역 내에 태양열 전기판을 설치해 남는 에너지를 가상화폐로 전환하고 거래할 수 있는 거대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서 나온 사례처럼 이뤄지고 있는 작업들이 있다. 다만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조금 떨어진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람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 임시 주거지에 살았다. 이 지역이 정화되는 데까지 10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임시로 마련된 주거지는 영구거주지가 됐다.
문 대표는 이 주거 만들기에 참여한 일본 건축가에게 “사람들 사이에 어떤 갈등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싸움이 있었다”였다.
독일에서도 일본에서도 시민 참여 과정에서는 싸움이 일어난다. 유독 한국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만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 추모공원 사례로 본 4.16생명안전공원
-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메시지는?

문정석 대표는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과 박물관’,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 추모공원’, 그리고 미국 오클라호마의 ▷‘오클라호마 국립 박물관과 추모공원’까지 세 개의 사례를 더 보여주었다.
어둡고 엄정한 분위기의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광장과 달리 9.11 사태 이후 만든 ‘펜타곤 추모공원’에는 벤치가 놓여있다. 당시 쌍둥이 빌딩으로 충돌한 비행기 궤적을 따라 벤치 방향이 나 있고, 벤치마다 희생자 이름이 새겨졌다.
벤치 조성으로 시민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일상에서 잠시 비켜난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됐다. 우리의 현충원처럼 딱딱하고 권위적인 추모공간과는 다른 느낌이다.
연방정부청사 폭탄 테러 이후 조성된 ‘오클라호마 추모공원’은 무너진 청사 건물 자리에 조성됐다.
여기에는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 구조에 참여한 사람들, 남겨진 가족들, 테러가 일상화된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어린이들, 이 모든 이들을 의미하는 데이터가 만들어졌다.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만의 프레임이 아닌 사건에 얽힌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에 포함됐다.
문정석 대표는 생명안전공원의 모습이 이들 사례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에 조성된 이곳들은 그 당시의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안전을 경시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참사들, 혹은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들은 해외 사례에서 참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조건이다. 우리는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메시지를 생명안전공원에서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타워크레인이 무너지고, 크고 작은 선박사고가 일어난다. 이때 가해자와 피해자만 덜렁 남게 되는 모습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추모공원, 생명안전공원을 정부가 주도해서 그들의 입맛대로 만드는 게 아니고, 당사자, 희생자 유가족, 지역 주민, 시민사회에서 자발적, 자생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가며 극복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잠재력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을 스스로 알아서 하나씩 실천해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 시스템상 주민 간의 첨예한 갈등을 극복하고 4.16생명안전공원을 건립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함께 만들어 간다면 그 과정이 대한민국의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고, 이는 유례없는 역사를 남기게 될 것이다.
 

   
 

4.16생명안전공원 전문가 포럼은 7월 17일부터 31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공원설계, 명소화 마케팅, 장소성 기억, 운영관리, 도시재생까지 총 다섯 개 주제로 4.16생명안전공원의 가치를 찾는 포럼이 계속된다.

지금까지 ▷문정석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장의 ‘세월호 참사가 남긴 의미 실현, 4.16생명안전공원 공간디자인 방안 찾기’(7월 17일) ▷정란수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 수 대표 및 한양대학교 관광대학 겸임교수의 ‘공간브랜딩과 다크투어리즘 그리고 4.16생명안전공원’(7월 19일) ▷민유기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의 ‘도시는 기억이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안산을 위한 제언’(7월 24일) ▷조경민 서울산책 대표의 ‘시민이 도시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7월 26일), 네 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7월 31일(화) 이현선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이 ‘4.16생명안전공원 일대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전략제안’에 대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한국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오주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이용안내찾아오시는길기사제보구독신청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한국건설신문  /  (04520) 서울시 중구 무교로 휘닉스빌딩 6층  /  전화 02)757-1114  /  팩스 02)777-4774
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다6716  /  등록연월일: 1999년 7월 01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474  /  등록일 2017년 4월 20일
발행·편집인 : 양기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기방  /  발행처 : 한국건설신문사 Copyright 2001~2004 ConsLov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