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이현수 제38대 대한건축학회 회장
[특별인터뷰] 이현수 제38대 대한건축학회 회장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8.07.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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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미래… ‘경계를 넘어서는 지혜’ 요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지난 2월 회원직선제로 실시된 제38대 대한건축학회 회장 선거에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이현수 교수가 선출됐다. 건축학회 전통에 따라 정기총회에서 취임식을 가진 이현수 신임 회장은 5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8년 전 제34대 총무부회장을 역임한 그는 당시부터 ‘학회 본연의 학술활동에 충실한 건축학회’, ‘메가트렌드를 선도하는 건축학회’라는 비전을 제시해왔다. 본지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건축분야 종합학술단체인 대한건축학회 이현수 회장을 만나, 정치ㆍ경제ㆍ사회ㆍ외교ㆍ환경ㆍ기술 모든 측면에서 격변하는 글로컬제이션 시대에 건축학회의 역할과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 대한건축학회장 취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

제38대 건축학회장에 취임하게 돼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올해 창립 73주년을 맞은 우리 학회는 꾸준한 학술연구 활동을 통해 건축문화의 창달과 건축산업의 발전에 공헌해 왔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학술단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 오신 역대 회장님들과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제 38대 건축학회의 청사진과 로드맵은?

건축산업의 나침반으로써 지속성장하기 위한 대한건축학회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학술단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학술활동에 치중하는 것입니다. 이에 제38대 학회는 학술발표대회의 수준을 높이고 학술논문집의 국제화를 위해 ‘스코퍼스(SCOPUS: 네덜란드 엘스비어 출판사가 2004년 만든 세계 우수학술논문 인용지수)’ 등재를 추진하는 데 전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학회는 오래 전부터 SCI급 논문을 지원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SCOPUS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건축공학뿐 아니라 ‘건축이론’과 ‘디자인(설계)’ 논문의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건축설계 역량이 성장하지 않으면 건축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건축학 5년제 교육과정의 도입으로 학부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면서 전공분야별 학문연구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논문 투고량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로 공고화되고 있습니다.
건축학계의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회는 젊은 학자들이 능동적으로 학회의 학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진학술상’을 제정하고 ‘논문경진대회’와 ‘공모전’을 확대할 것입니다. 지회주관 학술활동과 연구과제의 공동수행을 지원하고, 건축분야의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과제를 발굴해 정부 R&D 전략수립에 반영하도록 요청할 것입니다.


학회 본연의 기능에 집중, SCOPUS 논문 등재 추진
건축지식정보센터 신설… 남북 건축교류협력 지원


- 학술단체 본연의 기능 회복이란 의미는?

건축학회는 국가경제의 중추산업인 건설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미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학술단체입니다. 학회 본연의 역할이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건설환경을 위한 지식집단으로서 학술 및 연구활동, 교육제도 개선, 전문인력 육성, 회원 간 친목도모 같은 기능을 수행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ㆍ기후변화, 고령화ㆍ인구감소의 사회문제들이 속속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건설산업은 포디즘 생산체계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건설투자가 축소되고 지구환경 보전과 유지관리로 선회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회는 건설산업 침체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활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학술단체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 한국 건축의 미래 비전은?

‘BIM을 활용해 설계하고 3D프린팅으로 자재를 생산해 친환경 특수재료를 무인장비로 운반하고 로봇이 조립하는 건설현장’의 모습. 선진국에서는 이미 BIM설계와 로봇 시공을 도입하여 건축생산성의 극적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 기술환경 변화는 결과적으로 ‘디지털혁명’이란 이름으로 시대를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혁명 기술의 최고 정점은 ‘스마트시티’입니다. 도시의 모든 시설과 교통망을 연결해 거주자들에게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도시.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보통신기술에 의존한 스마트시티 개발은 건축의 역할이 축소된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디지털기술이 범람해도 건축가의 창의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고 건축물은 지속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 건축전문가의 역할 및 건축행위의 모습은 달라져야 합니다.
제38대 건축학회는 “경계를 넘어서는 지혜”로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하고, 그 대안으로 ‘플랫폼의 구축’을 선행할 과제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선거 중 원근 각지의 회원들을 만나 애정 어린 충고를 들으며 많은 분들이 건축산업의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고무적인 현상은 바로 ‘건축과 의료’, ‘건축과 패션’, ‘건축과 웰빙’, ‘건축과 해양’ 등 다른 학문분야와의 컨버전스(convergence)였습니다.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하고 건축의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야말로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의 미래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첨단 스마트기술이 네트워킹하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가 도래했습니다.
건축산업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건축프로젝트 생애주기(기획 및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의 단계별, 유형별 정보를 구축해야 합니다. 분야별로 산재한 기술과 사례, 인적ㆍ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해 새로운 지식정보로 창출하는 노력, 이른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식공유 플랫폼’을 개발하여야 합니다.

- 건축교육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지난 선거에서 건축교육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건축교육과 건축실무 간 괴리, 특히 건축사 자격시험에 대한 문제의식이 팽배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현행 건축교육제도를 대표하는 건축학 5년제 과정은 학생들의 설계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관계, 건축공학과 건축학 전공의 연계, 졸업생의 진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는 5년제 건축학과와 4년제 건축공학을 통합하는 교과 과정을 개발했습니다. 이 새로운 과정은 건축학과 건축공학 인증을 각각 만족시키는 통합과정이 가능함을 입증하는 사례가 됐고 신입생을 받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회는 이와 같은 교육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를 담아 건축교육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보장하는 교육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한편, 건축학회는 디지털 산업시대에 적합한 건축교육제도를 제안하고 글로벌 건축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첨단 ICT와 건축의 융복합 교육과정을 제안할 것입니다. 건축이 매력적인 전공으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도전의식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대학 진학 전 청소년 건축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교육과정(AEL)을 운영할 것입니다. 차세대 건축영재를 발굴하려는 것입니다. 어린이와 함께 학부모도 참여하는 건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소년들에게 건축의 중요성을 알리고 직업의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건축학도 창업지도 및 진로선택 멘토링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건축전문직 창출을 위한 경력개발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 우리사회의 요즘 큰 관심사는 남북경협…학회의 역할은?

통일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여전히 북한건축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건축학회는 남북건축교류협력의 기반을 학회 차원에서 마련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인프라 구축의 투자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북한의 인프라 건설과 주택공급에 관한 현황과 지표 등 공신력 있는 지식정보가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누차 강조한 새로운 건축지식 생태계의 구축은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학회는 남북경협을 위해서라도 건축분야의 지식공유 플랫폼과 지식생태계 구현을 담당할 ‘건축지식정보센터’ 신설에 박차를 가하고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 격변하는 시대에 건축계를 위한 제언 한 말씀.

예로부터 “건축은 우리시대의 거울이며 사회를 담는 그릇”이라고 했습니다. 건축학회는 대한민국 건국과 73년을 함께해 오면서 국가의 발전을 견인한 건축산업의 싱크탱크로써 명실공이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경험은 우리 학회 고유의 정체성이자 전통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 38대 건축학회는 학술단체 본연의 연구기능을 회복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지혜를 발휘하여 미래 건축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건축계는 격변하는 시대에 조응하기 위하여 지역간, 산업간, 계층간, 세대간, 대중소기업간 수많은 경계를 지혜롭게 넘어서면서 국민과 공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복원(Resilience)’과 ‘치유(Healing)’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건축계가 이처럼 성숙한 태도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보전과 재생을 실현하는 문화산업이자 지식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건축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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