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건설 생산의 융・복합 저해하는 규제부터 혁신해야
[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건설 생산의 융・복합 저해하는 규제부터 혁신해야
  • 최민수 박사
  • 승인 2018.07.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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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수 박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5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을 유발하고 있는 다양한 지능정보기술이 집약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또, 도로나 철도, 항공 등 교통서비스의 고도화와 더불어 지능형 주택이나 스마트 도시, 노후시설물의 유지관리, 국토공간정보 활용 등과 같이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기술이 다양하게 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 정보통신기술의 경연장이 된 건설현장

4차 산업혁명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가장 먼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건설생산프로세스의 혁신을 들 수 있다.
우선 설계 분야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반의 설계가 보편화되면서, 3차원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통해 설계의 정합성이나 시공의 효율성 검토를 가능케 하고 있다. 최근에는 3D 설계에서 더 나아가 스케쥴 관리가 가능한 4D를 거쳐, 유지관리까지 연계된 5D 개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설계도면의 경제성 검토도 과거에는 경험 많은 건축사나 기술자가 필요했으나, 앞으로는 각종 법규와 그동안 축적된 지식이 데이터베이스화돼 활용된다.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각종 개발행위 제한이나 법적 규제, 행정절차 등을 손쉽게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설계가 완료되면 소요 물량이 자동으로 산출되고, 이를 자재가격 DB에 연동시키면 곧바로 시공비가 산출된다.
건설현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발되는 모든 정보통신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그동안 힘든 작업이었던 작업일보와 출역일보, 노임대장 등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관리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착용해 현장인력과 자재, 장비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드론(drone)을 활용한 측량이나 현장관리도 일반화될 전망이다.
자재관리는 전자태그(RFID)에서 더 나아가 QR(quick response)코드를 물류공급망관리(SCM)에 접목시켜 관리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시공기술을 구현하거나, 예상되는 안전사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이용해 이미 시공된 부위에서 자재의 위치나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도 현실화되고 있다.


경직된 업역체계 혁신과 창의적인 정책입안 필요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서 지혜를 모아야


◼ 공업화와 자동화, 건설생산성의 혁신

4차 산업혁명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생산성의 혁신이다. 그동안 건설산업은 옥외 작업이나 단품(單品) 생산으로 생산성 향상이 매우 어려운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건설산업에서 생산성 혁신이 매우 현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대량의 맞춤형 생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중국에서는 모듈러(modular) 공법을 활용해 30층 호텔을 12일 만에 건축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또, 모르타르나 콘크리트를 원료로 한 3D 프린팅 기술이 건설공사에 접목되고 있으며, 건축물이나 교량의 공사기간을 최대 1/10로 단축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인(無人)굴삭기나 콘크리트타설로봇, 미장마감로봇 등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건설생산의 로봇화나 자동화 등은 건설생산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선도할 전망이다.
건설기계의 스마트화도 진전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세계적인 건설장비제조업체인 코마쓰(小松)는 각 건설장비에 내장된 센서와 GPS를 활용해 애프터서비스가 아닌 비포서비스(Before Service)를 선언하고 있다.

◼ 경직적인 생산체계나 입찰제도의 혁신 필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산업간 융합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산업에서 이러한 조류에 대응하려면, 기존의 경직된 생산 체계를 벗어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정책이 입안돼야 한다.
우선, 경직적인 업역(業域)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현행「건설산업기본법」이나「건설기술진흥법」,「건축법」등에서 정하고 있는 업종이나 업역, 생산체제 등은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설계・엔지니어링과 구조계산, 적산, 견적, 시공도면 작성 등이 현재는 전문적인 개별 업종으로 기능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모듈러건축 사례를 보면, 공장에서 기본골조와 전기배선, 욕실 등 전체 공정의 80% 가량을 완성하고, 이를 현장으로 운반해 내・외장 마감을 통해 완공된다. 즉, 건설업과 제조업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또, 미래에는 건설산업의 영역이 시공이나 용역업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이나 유통, 유지관리, 정보관리, 네트워크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4차산업혁명에 부합할 수 있도록 건설업역이나 생산체계와 관련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
기획과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통합적 관리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려면, 건설사가 시공 이전 단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행할 수 있는 프리콘(pre-con) 방식이나 통합프로젝트수행(integrated project delivery) 방식을 활성화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이 건설사가 시설물의 운영이나 관리(operation & maintenance) 업무에도 적극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설계와 시공 업역이 단절돼 건설사가 직접 설계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시공사가 설계 단계에 관여할 수 있는 시공책임형 CM(CM at Risk) 방식도 현행법상 발주가 불가능하다.
‘공사용자재의 발주자 구매’ 제도로 인해 시공사가 직접 자재나 설비를 구매할 수도 없다. 기술변화가 급격한 시대에 이러한 규제들은 전근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이다.
기술개발을 선도하려면, 공공입찰 제도도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하려면 기술경쟁이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입찰제도를 보면 아직까지 예산절감에만 치우쳐 있는 한계가 있다. 또, 턴키나 기술제안입찰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경쟁이 중요하나, 설계나 기술제안서의 평가 항목을 보면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만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민간에서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해야

건설자재나 기계장비, 설비 측면에서는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해야 한다. 과거 1990년대에 IT혁명을 이끌었던 벤처기업이 또다시 새로운 조류로 등장할 수 있다.
정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이 자유롭게 창업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대책으로서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건설산업의 현실을 보면, 각종 규제로 둘러싸여 창의적인 기업이나 개인이 성장하는 데 제약이 많다. 예를 들어 건설자재나 장비 분야에서 신제품을 개발했더라도 시장 진입이 어렵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공사비만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수요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 분야에서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시장 확대를 촉진하려면, 발주기관부터 ‘가격이 좀 높더라도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라는 인식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또, 시공자에게 자재나 시공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건설기능공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이 중요하다.
국내 건설기능인력의 연령 구조를 보면, 40대 이상이 77%, 50대 이상이 46%로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젊은 층의 신규 입직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이나 로봇화, 또는 시공의 자동화 등과 같이 건설생산체계의 혁신적인 변혁이 더 중요하다.

◼ ‘노가다’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으로 변신 필요

최근 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기술개발이나 교육, 창업 지원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4차 산업혁명에서 추구하는 기업의 창의성이나 효율성이 오히려 억압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왜곡된 시장 체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 정부는 산업계를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능동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 건설산업에 집약된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과거의 속칭 ‘노가다’라는 이미지를 벗고 ‘첨단산업’으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건설생산이 급격히 현실화될 수 있으므로 기술자나 기능인력에 대한 교육・훈련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갖춘 정보통신기술의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의 확대에도 노력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산업혁명이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현재 건설산업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이 기존의 생산체계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즉, 새로운 산업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다양한 기술혁신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래의 건설생산시스템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종합건설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예견되는 건설생산프로세스의 융·복합을 선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시공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사업계획으로부터 파이낸싱,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 기회로서 활용하려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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