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한천구 청주대학교 교수
[특별인터뷰] 한천구 청주대학교 교수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8.07.1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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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대가 ‘한천구 교수’를 만나다 40년간 ‘한 우물’ 연구
 

- 한국건설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 본지에 대한 평가와 향후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해본다면.

우선 <한국건설신문>의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콘크리트 재료분야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한국건설신문>은 건설 전반은 물론 콘크리트 관련 분야에 있어 어떤 미디어 매체보다도 정보 및 지식전달 면에서 훌륭하게 역할을 담당해온 것으로 높게 평가하고자 합니다.
향후 걸어가야 할 길과 관련해서도 당연히 현재의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신문으로서의 단편적인 정보전달보다는 조금 더 심도 있는 전문지식 전달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고, 개발되는 신기술 및 신공법에 대해서도 충실히 소개될 수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나아가야 할 방향 및 정책에 대해서도 제안되고 논의되는 언론으로의 역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학계에서 40여간 콘크리트 한 분야에서 한길을 걸어오면서 많은 업적과 공로를 보였다. 그 소회를 말씀해보신다면.

많은 사람들이 ‘세월은 유수와 같다’ 혹은 ‘쏜살같다’라고 하던데, 내 경우도 콘크리트 학문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년이란 세월이 지나 올해 8월 말이면 정년을 맞이하게 되니 정말로 세월이 쏜살보다도 더 빠른 것 같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건축 교육의 경우 일제강점기 36년간의 암흑기를 지나, 해방 후 책도 없이 강의노트를 판서하던 것을 교육 1세대라고 하면, 나의 경우는 2세대쯤 되는 것 같습니다.
즉, 겨우 교과서는 있었지만 우리의 연구 및 기술이 없던 시절이었음에, 이를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과는 미미했지만 대략적으로 박사 100여명, 석사 180여명이 학위를 취득하도록 도와줬고, 연구실 전체적으로 신기술 8건, 특허 50여 건, 연구논문 3천여 편을 달성하도록 연구실 구성원들과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우리 연구실의 노력이 우리나라 건설기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기를 기대하며, 이후에도 내 연구실 후학들이 계속 노력해 국가발전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멘트 콘크리트 가격 상승시켜 ‘과소비・낭비’ 막아야
불량골재 심각 ‘혼합골재’ 도입 ‘품질대책’ 마련해야


- 한국의 1년 콘크리트 소비량이 유럽 전지역의 1년 소비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국 콘크리트산업의 특징을 설명해주신다면.

우리나라의 콘크리트 산업은 경제성장과 맞물려 짧은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즉, 1950년 6.25 동란 이후 파괴됐던 전후복구사업과 아울러 박정희 대통령 집권초기인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 사업의 일환으로 충청북도의 제천, 단양 등지에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게 됐습니다.
물론 새마을 운동, 경부 고속도로 건설 등과 아울러 중화학공업에 역점을 뒀음에 시멘트·콘크리트 수요는 많이 있었으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 됐습니다.
그렇게 되다보니 당연히 시멘트 공장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단일 종류로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건설됐습니다.
또한 시멘트는 건설의 중요한 기초소재로서 국가에서는 가격을 통제하면서 저렴화를 유도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폐기물 자원 활용, 생산효율화 등을 노력하며 가장 저렴한 시멘트 및 콘크리트를 성취시키고 있는 것 입니다.
따라서 다양성보다는 양적으로만 증대되는 경향으로, 국민 1인당 시멘트 1톤이면 건설선진국으로 분류되는데, 무려 1.5톤 이상으로 세계에서 최고의 선진국으로, 한해 우리나라 시멘트 콘크리트 생산량은 전 유럽의 소비량과 비슷하고, 우리나라의 인구보다 2배 이상 많은 일본보다도 소비량이 많은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입니다.

- 국내 시멘트산업이 한국의 건설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많은 부문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담배값보다 못하다는 평가다. 포장시멘트 1포대(40kg) 팔아봐야 커피 한잔 못 마신다고 한다. 시멘트 가격이 20년전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시멘트 가격은 초창기는 국가의 통제로 저렴화가 유도되다가 최근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되다 보니 인상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렴하게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원료 및 연료로서 폐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 및 대규모 설비의 품목단일화 및 공장효율화 등으로 저렴화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렴화에 따른 과소비 및 낭비입니다.
즉, 중·저층 건축물은 기둥마다 독립기초를 설계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우리나라는 2~3층 주택도 온통기초를 하고 있고, 5층만 돼도 매스콘크리트로 설계되고 있으니 안전한 면으로는 좋을 수 있으나 엄청난 과소비로 낭비하고 있고, 터파기한 면의 경우 거푸집을 대고 콘크리트 타설한 후 되메우기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저 콘크리트로 전부 타설함으로서 엄청나게 낭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주택의 90% 정도는 목조나 기타구조를 이용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모두 철근 콘크리트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저렴화에 따른 경제성 성취는 좋을 수 있지만, 낭비가 문제인 것입니다.
따라서 저렴화에 따른 낭비는 CO2배출을 저감해야 하는 환경대책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등 시멘트 콘크리트의 가격을 상승시켜 과소비 및 낭비를 막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시멘트 콘크리트의 가격을 저렴화해 국가경제를 발전시켜왔던 종래의 접근과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레미콘 품질이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건설업계 기술자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 레미콘 품질이 문제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 정부는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가.

이전에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하면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양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니 당연히 양질의 골재 자원은 고갈되고, 부족한 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저품질 골재를 쓸 수밖에 없으니 품질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빨리빨리, 적당히 등 품질관리에까지도 좋지 못한 면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총체적인 부실이 문제가 돼 얽힌 실타래와 같은 형국입니다.
따라서 이와같은 문제는 어느 하나를 당긴다고 해서, 풀어지는 듯하다가 오히려 더 옥죄어져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얽힌 실타래를 푸는 자세로 먼저, 국가적인 제도개선 문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일예로 일본과 같은 공동판매제도를 도입해 품질을 우선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시방서 등의 설계 과정에서도 성능설계가 가능하도록 품질향상을 유도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탄소세 등을 도입해 시멘트·콘크리트의 가격조정으로 낭비를 막을 수 있게 하고, 석산 개발에 따른 골재원 확보 및 혼합골재 대책마련 등 종합적으로 콘크리트를 고부가가치 재료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건설업계, 레미콘 업계의 경우도 자정노력으로 품질향상에 함께 노력하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 골재가 부족하니 시중에 저품질의 골재 유통이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바닷모래가 부족한 상황이다. 먼 바닷쪽 EEZ 모래가 뻘과 같은 수준인데 그것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EEZ 모래채취도 거의 종료될 상황이다. 이 부문을 이야기 해본다면.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단군 이래 최대 건설호황이라고 할 만큼 콘크리트가 1년에 1억7천만 혹은 2억m3에 달할 만큼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질의 강골재는 고갈된 지 오래이고, 석산은 산림청의 산림파괴방지 정책에 따라 허가에 어려움이 있고, EEZ해사는 어족자원 보존문제로 해양수산부로부터 허가가 어려워져 골재채취가 중단될 위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공사현장 주변의 발파석 골재, 마사토 골재 등 저품질골재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상황으로, 물량확보라는 토끼와 품질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해답은 가능한 모든 대책을 동원해야만 합니다.
즉, 물량확보 차원에서는 산림골재 및 EEZ해사의 채취 가능한 허가량을 늘리도록 해야 하고, 수입골재, 버려지는 것, 저품질의 것도 모두 이용토록 하는데, 품질문제로서 저품질 골재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또한, 레미콘 공장에서는 세척 혹은 입도조정 처리가 곤란한 경우가 있으므로, 서로 반대성격의 골재를 2종 이상 공장생산 형태로 혼합, 세척 등 제조해 최적화된 품질로 만든 다음 KS규격품으로 레미콘에 공급하는 것을 제안해 봅니다.

 

- 레미콘 공장이 무려 1천개가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에 반면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경쟁보다는 관급에 의존하는 업체도 많다. 레미콘은 대기업에서 시작됐는데 오히려 관급시장에서 대기업 레미콘이 쫓겨났다. 어떻게 평가하고 싶은가.

현재는 그래도 건설이 호황이라 비교적 문제가 적게 되지만, 주택보급률이 포화된 상태로 점차 아파트 미분양률이 상승함으로써 아파트 건설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당연히 레미콘의 가동률도 하락해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엄청난 위기 및 갈등에 놓이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에는 서로를 배척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서로 상생토록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언급한 공동판매 제도와 같은 제도 도입으로 슬기롭게 문제를 풀지 않으면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큰 위기 및 피해를 보게 되고, 국가 또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레미콘 공동판매 제도의 경우는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레미콘 판매시 영업 및 로비에 필요한 비용이 생략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저렴화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단위로 레미콘 공장의 증설도 억제하고, 부도 및 경제성이 없는 공장은 스스로 폐쇄 및 설비 철거 등으로 수요공급을 원활히 조절해 가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교수님께서 국내 콘크리트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도부문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최근 혼합골재에 대한 기준 정립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이 부문에 대해 논란이 되는 부문과 함께 제시될 부문이 있다면.

골재 대책에 대한 앞선 언급에서, 품질확보차원에서 혼합골재 대책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즉, 현행 기준에서는 동종 혹은 이종간 서로 다른 품질의 골재를 각각 일정한 비율로 계량해 믹서에 투입한 다음 혼합하는 형태로 일명 S1, S2 등으로 혼합 하는 것은 현행규정에서 허용됩니다.
그러나 S1, S2 등 2종 이상을 혼합장비인 공장형태에서 혼합한 후 레미콘 공장으로 반입하는 것은 현행 규정에서 허용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결과는 동일할 수 있지만 혼합골재 제도를 도입하면 어떠한 장단점이 있을지? 먼저 장점으로는 레미콘공장에서의 2종 혼합만으로는 만족한 품질을 내지 못할 경우도 있는데, 혼합골재 공장에서는 2종~5종 까지 다양한 입도의 골재 혹은 단일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리젝트 애시 등의 골재원까지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골재원 추가 확보효과 및 완벽한 품질의 골재가 레미콘에 공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운반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전의 방법도 허용하고 혼합골재 제도도 허용한다면 필요에 따라 취사 선택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 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기술개발에 많은 성과도 보였다고 들었다. 대표적인 것을 이야기 해주신다면.

앞부분에서 간단히 소개했지만 40년간의 연구는 주로 레미콘 품질관리와 연관한 사항이었습니다.
즉, 원자재 측면에서는 시멘트의 분쇄과정에서 미립자 및 굵은 입자를 분류해 조강 및 저발열 시멘트를 제조해 활용토록 개발했고, 골재의 경우는 10개의 KS표준으로 관리되던 것을 KS F 2527 콘크리트용 골재 하나로 통합작업 및 혼합골재로 활용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보통 콘크리트와 관련해서는 일명 뽁뽁이라고 하는 에어캡을 이용해 콘크리트 양생용 버블시트를 개발했고, 매스콘크리트인 경우는 수화열 균열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설탕을 이용한 응결시간차 공법을 개발했으며, 상하부 콘크리트 배합을 조정하는 수화발열량차 공법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 이력
1952.8.22. 충북 청주시 출생
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공학사
단국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공학석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공학박사
일본 북해도 대학 Post Doctoral Fellowship
ROTC #13 육군 공병 중위 전역
포항제철 토건부 주택건설반 공사 감독
인천전문대, 인천대학교 전임 강사
청주대학교 기획처장, 대학원장
대한건축학회 충북지회장, 감사
한국콘크리트 학회 이사, 감사, 부회장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 부회장, 회장
한국건축시공학회 부회장, 회장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부회장, 회장
충청북도,청주시 및 기타 시군 건축심의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중앙건축위원회 위원
중앙건설위원회 위원
건축기술사 시험출제, 채점, 면접위원
한국레미콘협회 기술지도위원
충북레미콘조합 기술지도위원
아세아시멘트 기술지도위원
건축학회, 콘크리트학회, 시공학회의
논문 상 , 학술상 및 과총우수 논문상
교육부, 국토부, 환경부, 장관상
과학기술부 장관상 및 국무총리상(2회)
현 청주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고강도 콘크리트인 경우는 섬유를 조합 사용하는 폴리론 섬유로서 화재시 폭렬을 방지하는 공법을 개발했고, 유화처리 정제 식용유를 활용해 자기수축을 저감할 수 있는 공법도 개발했습니다.
기타로도 분리저감형 유동화제 개발, 잔디가 자랄 수 있는 식생콘크리트 블록개발, 폭탄투하에도 부서지지 않는 방폭콘크리트 개발, 시멘트 없이도 강도를 내는 무시멘트 벽돌 개발, 균열지우개, 얼지 않는 내한제, 분말형 구체 방수제 등 50여 종 이상의 콘크리트 관련 특허를 등록한 바 있습니다.

- 기타 마무리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국건설신문> 창간 30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본인의 인터뷰를 진행해주신 김덕수 부장 기자님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본인의 경우 올해 8월 말로 정년 퇴임하게 되는데, 무사히 정년까지 이르게끔 도와준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콘크리트 관련 연구의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겠지만, 그래도 미력이나마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건설 발전에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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