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공건설사업 공사비 현실화 논의에 대한 숙고 필요
[특별기고] 공공건설사업 공사비 현실화 논의에 대한 숙고 필요
  • 고상진 공공건설산업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7.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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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진 공공건설산업연구소 소장.

대한건설협회 등 22개 건설관련 단체는 지난 5월 16일 ‘공사비 정상화 탄원 및 전국 건설인 대국민 호소대회 선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5월 31일에는 전국 건설인 7천여명이 참여한 ‘전국 건설인 대국민호소대회’에서 적격심사제ㆍ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10%포인트 상향, SOC 예산 확대, 중소규모(추정가격 100억~300억원)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등 정부ㆍ국회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10년간 건설업 영업이익률은 10분의 1(2005년 5.9%→ 2015년 0.6%) 수준으로 줄었으며, 공공공사의 적자 공사비율은 37.2%에 달하고 있고, 지난 15년간 공공공사 예정가격은 최대 14% 이상 하향 조정된 반면 낙찰률은 17년간 고정돼 왔으며, 그 결과 중 하나로 최근 10년간 공공공사를 주로 수행한 토목 종합건설사 1천500개사가 폐업한 점 등을 언급했다.
실로 부족한 공사비는 열악한 작업환경 하에 무리한 공사수행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건설근로자 재해 증가, 부실공사 등의 결과는 건설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해치고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계약제도에 있어 다방면으로 앞서가고 있는 영국의 경우 원가계산체계와 입찰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건설회사 A사는 2년간 공공 건설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다가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 OO공사에서 적격심사낙찰제를 적용해 발주한 추정가격 200억원대의 아파트공사를 수주(낙찰률 80%)했다.
계약초기부터 아파트 건설공사 수행 경력이 많은 현장대리인, 품질, 안전, 시공 기술자를 투입(건설산업기본법령 등 관련 법령에 정한 기준 상위)하도록 하는 발주기관의 지침에 따라 A사가 보유하는 기술자보다 2배에 가까운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신규채용을 했다.
하도급계약도 OO공사에서 우수시공업체로 지정된 전문건설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조건에 따르다 보니 하도급업체 선정도 쉽지 않을뿐더러 A사가 수주한 금액에 가까운 금액으로 하도급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고, A사가 직접 구매해 투입하는 철근 등의 자재도 공사원가계산 시 거래실례가격보다 낮은 발주기관의 견적자료 등이 적용돼 동 금액으로 구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준공예상금액이 수주한 계약금액의 113%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관리비, 이윤은 고사하고 실제 투입되는 공사비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공사를 수주한 A사의 임원은 사직을 했으며, A사와 공동수급체인 J사와 H사는 원가분담을 거부하고 대표사인 A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며 공사수행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위 사례는 현재 공사원가계산 체계에 조화되지 않는 입・낙찰제도의 경직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A사가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도의를 버리고 공사를 진행한다면 열악한 작업환경 하에 무리한 공사수행이 뻔하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건설근로자 재해 증가, 부실공사 등의 결과는 이미 결정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그 위험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일반국민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발주기관은 추정가격이 100억 이상 공사이기 때문에「국가계약법령」의 하위 규정인 계약예규 ‘예정가격 작성기준’에 따라 실적공사비(또는 표준시장단가) 개념의 단가를 상당부분 적용하고, 시공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경험 있는 현장대리인, 품질, 안전, 시공 기술자를 투입하도록 하는 한편, 우수시공업체로 지정된 전문건설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사항들이다.

그러나 이건 공사와 같이 예정가격 작성 시 실적공사비 적용부분이 많고, 현장대리인 등 관리자 비용인 간접노무비는 비현실적으로 반영돼 있으며, 하도급계약에 따른 차액도 발생되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예정가격의 100%에 근접해 입찰해야만 소정의 일반관리비,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이건 공사에 적용된 낙찰제도인 적격심사낙찰제 경우 입찰에 참가하는 시공사는 입찰금액 하한선(예정가격의 79.995%) 이상에서 예정가격의 100%까지의 범위내에서 입찰할 수 있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하한선에 근접한 가격으로 입찰해야만 낙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주를 위해 불가피하게 80%로 입찰을 하게 된다.
결과는 예정가격작성기준에 따른 공사의 일반관리비(5%), 이윤(15%)은 고사하고 실제 투입되는 공사비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공사를 수주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건설회사 B사도 역시 장기간 공공 건설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다가 조달청(수요기관 지방자치단체 OO시)에서 발주한 시설물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건 공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달청에 계약체결을 위탁해 조달청에서 발주됐다.
토목공종과 건축공종이 포함된 이건 공사의 경우 당초 입찰공고 시 추정가격은 약 89억원(토목 54억원, 건축 35억원, 부가가치세 포함 합계 98억원) 정도 됐으나, 입찰공고기간 중 조달청이 추정가격 산정 기준이 된 설계금액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기초금액(부가가치세 포함) 84억원으로 확정됐다.
조달청 검토를 거쳐 14억원 정도의 금액이 삭감조정된 결과이다.

이건 사업의 경우 추정가격이 100억원 미만인 공사로 예정가격 산정 시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되지 않았으며, 낙찰자 결정방법으로는 적격심사낙찰제가 적용됐는데, 추정가격이 5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미만인 공사에 해당하는 관계로 낙찰하한율은 85.495%가 적용됐다.
이건 사업의 경우 관급자재가 25억원 정도로 전체 자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현장대리인 등 관리 기술자 배치와 하도급계약과 관련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령 등 관련 법령에 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돼 있고, 낙찰하한율이 A사의 수주공사보다 5% 가량 높으며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되지 않았음으로 상기 A사의 수주조건보다 월등하게 좋다.
그러나 조달청이 기초금액 작성 시 14억정도의 금액을 삭감 조정함으로써, B사는 준공예상금액이 수주한 계약금액의 100%에 가깝다고 한다.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계열사인 전문건설회사가 하도급을 수행함으로써 수주량이 부족해 쉬고 있던 직원들의 업무지속성을 높이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다.

B사는 몇 년 전 열악한 공공공사에 회의를 느껴 민간공사 시행사업에 공사참여를 했다가 미분양이 지속돼 공사금액 미회수, 금융기관 및 입주자와 지루한 소송 등 큰 피해를 감당했지만,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버텨오고 있는 중이다.
이후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고 소규모 민간공사, 계열사인 전문건설회사의 하도급을 통해 근근히 유지해 오고 있는데, 어렵게 수주한 공공공사는 B사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를 일이다.

 

눈을 돌려 대형공사를 살펴보면 2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종합심사낙찰제(추정가격 300억원 이상 공사)는 초기에 83%대 평균 낙찰률을 보이다가 현재는 70%대 후반까지 낙찰률이 하락된 상황이다.
대부분 종합건설업체 중 상위 100대 건설회사가 참여하는 부분이지만 지역에 중소건설회사도 공동도급을 통해 참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의 중소건설회사는 공사수행 후 돌아오고 있는 것은 초과한 공사금액을 추가로 부담하라는 공동수급체 대표사의 요구뿐이라고 한탄한다.

계약제도에 있어 다방면으로 앞서가고 있는 영국의 경우 원가계산체계와 입찰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공공건설시장에서 건설업체들은 적정한 공사비를 확보하고 있는가 궁금하다.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넉넉한 원가를 확보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정가격 작성, 입찰체계는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영국은 전문적인 적산사인 Quantity Surveyor(이하 QS)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QS는 사업 초기 시점부터 개입해 각 사업 단계별로 발주자에 대한 전문적인 사업비 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단순한 물량 산출이나 예정가격 산출 업무 범위를 넘어, 기획 단계에서의 사업 타당성 및 예산 산정 기능, 계약 단계의 입찰자 평가, 시공 단계에서의 전반적인 설계변경, 기성관리 등이 수행되고, 준공단계에서는 최종 공사비 정산 업무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업무 영역을 갖는다.
영국의 QS는 공사 완료 후의 최종 준공 단가를 포함하는 프로젝트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모든 비용 정보를 관리하게 된다.
따라서 사업 제반 비용 관련 모든 계획 및 실적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영국에서의 예정가격(pre-tender estimates) 산정의 근본 목적은 예산 내에 설계 목적물의 공사비를 유지(Design to Cost)하기 위한 검토 및 참조 용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정가격과 실제 입찰가의 차이는 대략 ±15% 이내이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을 100%로 계상하고 예정가격 이하에서 낙찰자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고, QS가 건설업체 입장에 서서 발주당시의 실제 공사수행을 위한 적정한 공사비를 산출하게 되고, 건설업체는 예정가격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이 산정한 적정공사비를 입찰하는 구조인 것이다.
예가초과가 문제되지 않는다. 100%에 상하로 근접해 낙찰가가 형성되면 QS는 우수한 적산업무를 수행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적격심사낙찰제의 제도적인 하한선(80%~87.745%), 실질적으로 고정화돼 가는 종합심사낙찰제의 70% 후반대 낙찰률과는 크게 비교되는 점이다.

 

적격심사제ㆍ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10%포인트 상향, SOC 예산 확대, 중소규모(추정가격 100억~300억원)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등 ‘전국 건설인 대국민 호소’의 내용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건설업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공공공사의 원가구조, 입찰제도 등을 잘 알지 못할뿐더러, 최근 민간 주택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새롭게 떠오르는 몇몇 건설회사의 성장, 언론 보도에 비친 공공건설 현장의 예산낭비와 비리, 저가하도급 등 여전히 건설업은 손해 없이 영위할 만한 사업이라는 인식이 유지되고 있어 건설업계의 암울한 현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은 대형건설업체들의 놀이터라 SOC예산, 민간투자사업 등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도 있다고 본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된 종합건설업체는 약 1만2천개이며, 그 중 200개의 종합건설업체 정도를 제외한 1만1천800개 건설업체는 지역의 중소건설업체이고, 그 중 1만1천개 업체는 활동무대가 지역에 한정된다.
어떻게 보면 800개 정도의 업체가 지역과 전국 입찰에 참여하며 중간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시고용 직원 수는 20~50명 수준이다.
예를 들은 A사와 B사가 전형적으로 이 유형에 속하는 회사들이며, 20~30년간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는 경우인데 최근 몇 년간 적자가 누적돼 잘못되면 업을 정리해야 할 판이라 한다.
사람도, 축구도, 건설산업도 허리가 부실하면 절대 버틸 수가 없다.
중소건설업체의 도산은 하도급자,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 등 서민 취약계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지역경제는 침체되고, 지역경제의 침체는 국가경제의 침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건설 관계인이 모두 합심해 신속한 대응을 통한 상처 치유와 이에 덧붙여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실천함으로써 우리나라 건설업이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할 적기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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