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개헌 반영…‘서울형 주민자치회’ 시행
자치분권 개헌 반영…‘서울형 주민자치회’ 시행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8.03.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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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협의기능에서 생활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1999년부터 시행돼 그동안 단순 참여ㆍ자문기구에 머물렀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이 직접 우리동네 정책과 예산에 관련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로 전환된다.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안의 취지를 담아 생활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20년 만에 진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지방분권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주민이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권리를 가짐을 명확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주민참여예산안 수립ㆍ신청, 총회 개최 등 주민권한 확장
└ 서울시 2021년 전 동 시행 목표, 올해 17개 구 91개 동
└ 주소지 달라도 직장인, 학생 등 생활주민 누구나 참여가능

▲ ‘서울형 주민자치회’ 지원체계.

‘주민자치위원회’는 각 동(洞)에 있는 자치회관 운영을 위한 기구로 1999년부터 자치구별 조례에 따라 동마다 구성돼 있다. 실질적인 결정 권한 없이 회의에 단순히 참여하거나 자치회관 프로그램 선정 등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자치회관 운영에 있어서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자문 역할에 그쳤다면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동으로부터 행정권한을 위탁받아서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행정권한). 주민참여예산도 기존처럼 동지역회의를 별도로 구성할 필요 없이 주민자치회가 직접 예산안을 마련하고 신청할 수 있다(예산권한). 또, 우리 동네의 생활문제 해결을 위한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최고의결기구인 주민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계획수립권).

아울러, 내가 낸 주민세가 지역문제 해결에 사용될 수 있도록 주민세 균등분 상당의 재원을 주민자치회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정부가 2013년부터 시범실시 중인 ‘주민자치회’(전국 49개 읍ㆍ면ㆍ동)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내용으로, 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내 삶과 관련된 생활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 동 단위 주민자치 대표기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해 온 ‘주민자치회’(전국 49개 읍ㆍ면ㆍ동)는 자치회관 운영 위ㆍ수탁 근거 마련 정도에서 그쳤다면.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의원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기 위해 의무교육시간(6시간) 규정, 위원정수 확대(25명→50명), “거주 주민” 뿐만아니라 “생활 주민”의 참여보장, 민주적 절차인 추첨에 의한 위원 선정, 전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총회 개최, 한 동네의 생활문제 해결방안을 담은 자치계획 수립 등을 기본요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4개 자치구(성동ㆍ성북ㆍ도봉ㆍ금천) 26개 동에서 시범 시행한 것을 바탕으로 올해는 총 17개 자치구 91개 동으로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2021년 424개 전 동 확대를 목표로 추진된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로 전환 운영된다.

올해 새롭게 시행되는 지역은 13개 자치구(종로ㆍ동대문ㆍ노원ㆍ은평ㆍ서대문ㆍ마포ㆍ양천ㆍ강서ㆍ구로ㆍ영등포ㆍ동작ㆍ관악ㆍ강동) 65개 동으로, 각 구별로 5개 동씩 선정됐다. 상반기 중으로 시가 마련한 표준조례안(「주민자치회 설치ㆍ운영 조례」)을 토대로 각 구별로 조례를 제정하고 하반기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각 동에서 준비한 주민자치학교 의무교육(6시간)을 이수한 주민들 중 공개추첨(위원선정위원회 주관)을 거쳐 동별로 50명 내외로 구성된다. 주민자치회가 구성되면 각 자치구별 조례(「주민자치회 설치ㆍ운영 조례」)에 따라 의사결정 절차를 담은 시행세칙을 스스로 정한 뒤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추첨에서 탈락하더라도 주민자치회 하위 분과에서 분과원으로 참여하거나 주민자치회의 최고의결기구인 주민총회에 참석해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

시범시행 26개 동의 주민자치학교 의무교육 이수자는 1,330명(신청자 1,512명, 이수율 87.9%)이었으며, 이중 1,181명이 추첨을 통해 위촉됐다. 현재 26개 동에서는 시행세칙을 정하고 자치회관 위탁운영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등록상 주민만 참여할 수 있었다면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소지가 다른 곳이더라도 지역 내에서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생 같이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치위원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 대표기구로서 지역사회에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자치구와 동에 민간 전문인력을 지원한다.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 2명, 동 자치지원관 1명씩 배치할 수 있도록 시가 인건비를 전액 지원하고, 주민자치회의 행정을 담당하는 간사 1인(주민자치위원 중 선정)의 활동비를 50%까지 보전한다.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은 각 구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민간조직으로, 사업설계, 민관협력 지원, 교육, 사례관리 등 역할을 맡는다. ‘동 자치지원관’은 주민자치회가 일정에 따른 기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지난해 시범시행 26개 동의 주민자치회 구성을 보면 지역의 대표기구로서 어느정도 기반을 갖춘 것으로 시는 평가했다. 평균인원 45.4명(기존 주민자치위원회 22.5명)이며 5명 중 1명이 40대 이했다. 단체보다 개인이 많았고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참여자들도 66%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 주민 자치활동과 관련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성동구의 경우 자치회관 위탁 운영을 위한 자치구-주민자치회 간 세부협약을 맺고 시행에 들어갔다. 금천구는 기존에 참정권이 없었던 15세 이상 청소년들에게도 주민총회 투표 권한을 부여하도록 정했다.

주민자치학교 참여를 신청한 주민(4개 자치구 947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70%가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통해 실질적인 동 단위 주민자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응답, 대부분 기대감을 나타냈다.

도봉구 창5동 자치위원 이○○ 씨는 “지역문제 당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인의식이 고취되고, 더 행복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꿈꾸게 됐다”며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통해 주민들의 자치능력이 향상되고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하는 기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천구 가산동 동 자치지원관 변○○ 씨는 “마을공동체센터 마을지기 등 지역활동가, 지역아동센터장, 복지관 사회복지사, 직장인 문화 동아리 청년들, 지역 자영업자(부동산, 음식점, 태권도장, 슈퍼 운영), 은퇴 공직자 같이 다양한 주민들이 자치위원으로 구성됐다”며 “다문화주민과 청년층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산동 주민자치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활동과 권한 등 역할을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활동 예시와 사례 등을 만화책으로 제작, 4월 중 배포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시범시행 26개 동별 브랜드 이미지(BI)를 비롯해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물, 동영상, 포스터 제작 등을 지원한 바 있다.

황인식 서울시 행정국장은 “1999년부터 시행된 주민자치위원회는 실질적인 권한 없이 단순히 참여하고 자문하는 정도의 역할에 머물러있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 대표조직이라는 대표성과 책임을 강화한 만큼 적극적인 권한 이양과 인력,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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