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조경칼럼]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 조동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 승인 2018.03.12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동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우리 조경계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기술적인 측면, 교육적인 측면, 제도ㆍ법률적 측면, 홍보의 측면 등 다양하겠지만, 가장 선행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연대’라는 생각을 했다.
현대 조경의 나이도 대략 40년이 넘었다. 조경학회가 1972년에 설립되었고, 조경학의 첫 학번이 73학번이다. 참고로 필자는 74년생이다. 나이 불혹의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조경이나 필자나 여러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할 때이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나름 굳은 철학과 방향이 확고해야 하리라. 공자께서도 15세는 지우학(志于學)으로 학문에 뜻을 둔 시기다고 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 살 때는 이립(而立)으로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고 마음을 확고히 하여 뜻을 세우는 나이라 하였다(三十而立). 우리 조경이나 필자의 나이도 40을 넘은 상태인데, 지학과 이립은 잘 된 것인지 필자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에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유시민 작가의《어떻게 살 것인가》(생각의길, 2013)이다. 유시민 작가가 제시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핵심은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로 압축된다. 그는 연대를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도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핵심은 ‘연대’이다.
유 작가처럼 ‘공동선’이라는 거창한 정의는 아니더라도 조경이라는 한 분야 내에서의 연대를 꿈꾼다. 특정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담합이 아니라 범조경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한 연대였으면 한다.
범조경 분야 내부에서의 연대, 외부 유관단체나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예를 들어, 철학 등)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동안 여러 노력으로 어느 정도 체계는 갖추어져 있지만 보완할 것도 있고 더 긴밀한 유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대를 위한 총연합회 성격의 단체가 있지만 삐끗거리는 소리도 들려오고, 개별 단체들마다 제 목소리를 내기에 바쁘기도 한 듯하다.
또, 외부 유관 단체와의 연대, 새로운 분야와의 연대, 미개척 분야로의 영역도 확장해 나가야 한다. 토목이 생태학을 만난지 오래고, 인문학과 자연학의 통섭을 강조한 지도 오래되었다. 건축과 예술과는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 조경은 다른 분야들과 어떻게 연대해 나갈 것인가?
공자는 50세를 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라 하였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였으니, 우리 조경이 어떤 사명으로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경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 나무를 비롯한 자연 생명 소재를 많이 이용하고, 타 분야에서는 할 수 없는 다채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본다. 더 친환경적인 공간, 인간의 편의와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내는 것, 조경이라는 학문에 대한 하늘의 뜻은 아닐지 새삼 되새겨보았다.
미래학자 브렌다 쿠퍼(Brenda Cooper)는 2100년이 되면 인간은 자연환경의 관리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를 야생의 공간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인류는 글로벌 가든으로서 자연을 관리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의미이다. 시간이 갈수록 환경조경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이슈가 된 지 오래고, 최근 우리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 중에 조경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나무ㆍ식물을 활용한 방법들은 이미 검증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실내공간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실내 공간의 경우에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실내 정원 식물이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흡수하여 제거한다고 보도된 바도 있다.
조경이라는 학문이 지천명을 알기까지 우리 분야 내부와 외연의 확장을 위한 진정한 연대나 협업은 어떤 길들이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분야의 리더들이 큰 그릇의 성격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