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정밀안전점검’ 안전사고예방 먼 얘기,
‘성능평가점검’으로 실효적 점검되어야…
형식적 ‘정밀안전점검’ 안전사고예방 먼 얘기,
‘성능평가점검’으로 실효적 점검되어야…
  • 백광섭 한국시설안전공단 부장
  • 승인 2017.12.11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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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정밀안전점검’ 내실화 위한 제언
▲ 백광섭 부장
한국시설안전공단 시설안전평가실

국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경주지진(규모 5.8)에 이어 1년여 만에 인근지역인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항지진 피해의 특징 중 하나가 내진설계가 미흡한 학교시설뿐만 아니라, 내진설계가 적용된 대표적인 주거시설인 필로티 구조의 다가구(다세대)주택,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적지 않은 지진피해가 발생해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사람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질병에 걸리면 병원을 찾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전문의에게 적절한 처방을 받아 질병을 치료한다. 마찬가지로 공동주택 또한 생애주기동안 주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는다.
예컨대 16층이상의 공동주택은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에 따라 정기안전점검(반기에 1회 이상)과 정밀안전점검(이하 ‘정밀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정밀점검은 안전등급(A~E등급)에 따라 2~4년 주기로 전문교육을 이수한 기술자로부터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정밀점검 결과, 구조안전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정밀안전진단’ 등을 통해 보수・보강 등 적절한 처방을 받아 주택의 장수명화를 꽤하도록 시설물에 대한 점검・진단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렇듯 효율적 안전관리를 위해 점검・진단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안전점검 실시목적과 달리 공동주택 ‘정밀점검’이 일부에서 형식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fact)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부실 정밀점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16년부터 발주된 공동주택의 정밀점검보고서에 대해 한국시설안전공단(이하 ‘공단’)에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가 정밀점검 실시결과 평가업무를 수행하면서 보고서 내용 및 대가기준 등을 분석해 본 결과, 공동주택 정밀점검보고서의 품질향상을 위해 몇 가지 개선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공동주택 정밀점검 용역발주 시 최저가낙찰제의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재 공동주택 정밀점검 계약금액을 들여다 보면, 대가기준 대비 평균 계약금액이 5~10%선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정밀점검 기준대가의 5~10% 비용을 받고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지침 및 세부지침’ 상의 기본과업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점검이 불가하다.
점검기관의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점검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리주체(주택관리사 또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정밀점검 비용지출을 불필요한 경비로 보는 시각이 크다. 정밀점검 비용지출은 최소화하면서 제대로 된 보고서를 받고 싶어 하지만, 점검기관 입장에서 저가낙찰 용역에 적정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겠는가?
현재와 같이 정밀점검 용역을 최저가로 발주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밀점검보고서의 품질향상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이다.

▲ 아파트 지진 피해.

두 번째로, 점검용역 발주자의 기술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관리주체와 면담을 해보면 법령상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세부지침’ 등의 점검항목, 점검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관리주체가 많지 않다. 발주자의 기술수준이 이러한데 정확한 정밀점검 용역발주와 과업지시는 불가능하고, 용역감독 또한 원활히 수행할 수 없다.
현재 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점검・진단 실시결과 평가사례’ 순회교육 대상을 점검기술자 이외에 공동주택 관리주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점검기관의 공동주택 정밀점검 수주시 저가수주 관행을 근절해야만 한다. 점검기관 간 출혈경쟁으로 자칫 공동주택 정밀점검이 법적 요식행위나 형식적인 점검으로 변질돼 정밀점검보고서의 품질을 떨어 뜨린다.
저가수주 관행이 정상적인 정밀점검 과업수행을 가로 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공동주택의 정밀점검 수행기간(평균 5~10일)이 일반 건축물 정밀점검 수행기간(평균 25~30일)에 비해 유독 짧은 이유가 있다.
경제논리상 저가수주 용역에 투입인력 및 점검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만 손실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수주는 부실 정밀점검으로 이어지고 곧 점검기술자의 양심을 저버리는 불법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 필로티 기둥 지진 피해.

네 번째, 공동주택 ‘정밀점검’의 실효적 점검을 위해서는 구조안전점검 중심에서 ‘성능평가점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점검범위를 구조안전 뿐만 아니라 기계설비, 전기설비의 노후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성능평가점검’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공동주택은 구조특성상 사용승인 이후 대체로 구조변경 또는 하중변화가 거의 없는 시설물이다. 초기 구조안전성이 확인됐다면 천재지변 등 특별한 외력작용이 없다면 구조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거의 없다.
오히려 시간경과에 따라 설비노후로 인한 기능저하로 입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공동주택 정밀점검 시 구조안전 확인과 함께 기계, 전기설비 노후도 평가를 통해 성능보강을 위한 적절한 보수시기, 보수비용 등을 제시해 준다면 입주민 입장에서 ‘정밀점검’ 비용지출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건축물 점검・진단 업무절차는 사람의 건강검진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의사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때 꼭 확인해야 할 필수 검진항목을 제대로 확인하지 하거나, 타인의 검진결과를 인용해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다라고 진단한다면 누가 그 의사를 신뢰하겠는가?
안전점검을 수행하는 점검기술자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와 같다.
점검기술자는 시설물의 점검・진단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기술자의 양심과 책임감에 입각하여 성실히 점검업무를 수행할 때, 공동주택의 효율적인 안전관리도 내실화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리=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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