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내수진작 위한 재정확대방안 조속히 마련해야
논단-내수진작 위한 재정확대방안 조속히 마련해야
  • 승인 200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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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신기덕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후퇴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는 9월의 미국테러사건의 여파로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경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국내경제도 수출부진과 함께 생산■투자■소비 모두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및 연구기관들은 금년도 우리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당초 3%대에서 2%대로 낮추어 잡고 있으며 본격적인 경기회복도 내년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경제가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원인이 구조조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와 경쟁력 저하, 내수 및 수출경기의 부진에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위한 처방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혹자는 현재 경제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정책을 지속하여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고, 혹자는 구조조정정책을 잠시 미루고 경기진작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처방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의 어려움의 원인으로 공급측면의 애로가 우선 인가 아니면 수요측면에서의 애로가 우선 인가에 대한 판단의 차이로 보인다. 공급측면에서의 애로를 중시하는 측에서는 구조조정의 지속을 처방전으로 내놓고 수요측면에서의 애로를 중시하는 측에서는 경기부양을 처방전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경제는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이 지연되어 경제의 체질이 허약해진 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세계경기의 동반침체로 수출부진이 지속되며,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부진까지 겹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양자택일적인 입장에서 볼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여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와 상시구조개혁체제의 정착이라는 일련의 구조조정정책과 투자 및 수출활성화와 경제활력 회복이라는 경기부양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하여 금리 및 세율을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는 거시정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를 통하여 자금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영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하여 시장중심의 기업구조개혁을 가속화 시키는 정책을 구조조정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목표간의 우선 순위 설정과 이를 위한 정책수단간의 '믹스 앤드 매치'와 정책의 타이밍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에서 보았을 때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소형주택 의무건설비율'을 부활하고 재건축 용적률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목표간의 우선순위 설정에 실패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하여 정책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많은 리드 앤드 래그타임이 필요한 세제감면을 정책수단으로 동원하거나 투자 및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당장의 경기진작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믹스 앤드 매치'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기초체력을 보강하는 것보다는 응급수혈이 필요한 때라면 정책의 우선순위도 구조조정 보다는 경기부양에 중점을 두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가 빠른 경기부양책으로는 재정지출 확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제2차 추가경정예산의 편성과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서 사업성 재정지출을 늘리는 문제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정책타이밍에서도 실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의 발표에 의하면 올 해 1월부터 8월까지의 통합재정수지가 16조 3,000억원의 흑자(GDP대비 2.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초부터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여 경기를 부추기겠다는 경제팀의 거시경제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에 더하여 금융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하여 뽑아든 금리인하 카드도 기업의 신용등급별 금리격차 확대와 투자심리 부진으로 약효를 크게 보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지금은 통합재정수지 흑자분을 경기부양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미래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는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5조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 및 주택투자를 17조원대로 확대하는 재정확대 정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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