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 - '상태안좋은' 경영상태 평가
낙지골에서 - '상태안좋은' 경영상태 평가
  • 승인 200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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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에 입찰하기 위해서는 입찰참가자격사전(PQ)심사를 거친다. PQ심사는 입찰전에 미리 공사수행능력등을 심사하여 일정수준이상의 능력을 갖춘 자에게만 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부여한는 제도로 1백억 이상 공사중 교량, 댐 등 22개 공종에 대해 적용되는 제도다.
공공공사의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할 예선전인 셈이다. 결국 이 예선전을 통과한 업체들에게만 본선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이 관문의 통과가 중요하다.

PQ심사는 기술능력(35점), 경영상태(35점), 시공경험(30점) 등 모두 100점 만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나누어 3가지로 된 PQ심사 항목중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한 항목으로 꼽히는 것이 경영상태다.
본란에서 이미 경영상태 평가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다. 당시 경영상태 평가점수가 34.8점으로 이부문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충일건설이 부도를 맞는 황당한 사건을 접한 직후였다.
건설업계는 경영상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해왔다. 기업분할을 통한 대규모 부실털어내기, 회사 이름바꾸기 등을 동원해 실제 기업실태와는 다른 수치조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때문에 정작 건실한 기업이 점수가 낮아 경쟁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건설업계의 관행으로 받아들여왔다. 건설산업 전반에 이같은 도덕적해이 현상이 만연된 것이다.

경영상태 평가결과가 누구도 쉬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런 결과를 토대로 공공공사의 수주여부가 판가름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정부는 건설산업을 경쟁력있는 건설회사가 더 많은 수주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경쟁력없는 회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게 함으로써 건설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뤄내겠다는 것.
하지만 정부가 밝힌 방침은 아직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부적격업체가 공공공사를 수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수주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공공공사의 수주여부는 입찰제도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가 밝힌 건설산업 구조조정 역시 입찰제도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경영상태 평가방식을 이대로 둔 상태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시장에서 적용되기는 어렵다. 경영상태 평가결과를 들여다보면 어떤 잣대로 업체들을 평가했길레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정부는 이미 평가결과의 신뢰성이 없어진 현행 경영상태 평가방식을 서둘러 수술해야 한다. 배점기준 몇가지를 손질하는 땜질차원에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어야 할 것이다.

윤경용 취재1팀장 consrab@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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