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융합의 시대, 확장되는 조경”
<조경칼럼> “융합의 시대, 확장되는 조경”
  • 김현선 홍익대 교수
  • 승인 2017.11.0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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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홍익대 교수
▲ 김현선 홍익대 교수

 융합의 시대이다. 4차 혁명의 시대라고도 하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때론 사람의 경계를, 때로는 사용의 경계를, 그리고 때로는 업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성장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한창이다.

우리의 조경은 어때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조경은 경계를 넘나든지 한참이다. 계획, 설계,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지금의 많은 조경인은 두루두루 자질을 갖춘 인재도 많다. 그럼에도 필자는 공공디자인이란 분야에서 디자인전문가들과 일을 하다 보니 누구보다 한국 조경이, 조경인이 시야를 열어 좀 더 디자인분야에 뛰어들길 바란다.

필자가 바라는 조경의 첫 번째 확장은 대상의 확장이다. 현재 공공디자인은 공공디자인진흥법과 더불어 확대되고 있다.

범죄예방디자인, 안전디자인. 색채 등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큰 흐름이다. 여기에 조경의 역할이 필요하다. 꽃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의 물리적 환경개선을 통한 범죄예방디자인에 있어서 관리의 문제로 항상 배제되는 것이 식물이고, 조경이다. 작은 플랜트박스 하나로도 사각지대를 줄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데 디자인 심의를 거치며 항상 조경인에 의해 제외된다.

유지관리를 문제삼는다. 이에 대한 해법을 내야 한다. 주민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는 혹은 관리할 필요 없는 조경시설물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고가도로 역시 그렇다. 고가도로 하부공간은 버려진 공간으로 주차장이나 창고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음과 구조물 유지관리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가도로 하부공간의 슬럼화는 물론이고 범죄발생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고가도로의 특성상 항상 어둡고 음침하며 때로는 악취로 때로는 노숙으로 도시를 단절하는 요소로 전락했다. 최근에 이곳의 단절을 극복하는 방법들이 주목 받고 있다. 고정적인 조경시설 뿐 아니라 그린마켓장소로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움직이는 조경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제안이다.

 

▲ W/X Freeway, California, America 고가하부공간 그린마켓

 

두 번째 확장은 설계기법의 확장이다. 설계 전 진행하는 조사분석과정의 확장이다. 정량조사가 주는 신뢰성에 한계를 보여주는 다수의 사례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정량적인 데이터는 가장 유효하다. 최근 디자인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정성조사의 접목이다.

서비스디자인에서 쓰는 조사기법인 쉐도잉기법은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마치 그들의 그림자가 된 듯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페인포인트를 발견하여 디자인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실례로 필자는 2015년 불산누출로 폭발사건이 발생한 산업단지의 기업을 찾아 사고저감을 위한 안전디자인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진의 사용자 쉐도잉으로 위험천만한 사고가 한국어와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가 눈금을 제대로 읽지 못해 일어났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 연구진은 해결방법으로 적정온도를 표시해주는 선 하나를 추가하였고, 이것은 많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생명과 연관된 숫자의 경계를 알려주는 생명줄이 되었다. 이는 그간의 정량조사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인사이트이다.

현재 진행중인 고령친화 도시디자인가이드라인 연구과제는 초고령화에 대비해 우리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법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의 하나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에이지 수트를 직접 입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체험하였다. 전체 평면상의 아름다운 선이 장애인의 혹은 고령인구의 동선을 방해하고 턱을 만들어 도시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고령인구는 예상과 달리 초고령인구가 되더라도 도시를 벗어나 교외에 안착하여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들의 젊음을 보낸 도시의 병원을 다니고 문화생활을 이어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친구를 만나고 출가한 자식들과 어렵지 않게 왕래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전원을 꿈꾸는 이중적인 니즈를 가진 사용자이다.

여기에 조경의 확장을 엿볼 수 있다. 고령화인구에 대한 좀 더 밀착된 조사방법으로 그들에게 녹지를, 텃밭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분야에 앞으로 조경 사활을 걸어도 될 만큼의 수요가 있다고 믿는다.

 

▲ 사고저감을 위한 산업단지 안전디자인사례(시화단지)

 

세 번째 확장은 인력의 확장이다. 벌써부터 도시,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조경회사라고 해서 조경전공자 일색으로 꾸려질 필요가 없다.
이미 디자인 분야에 경영전문가가 마케팅전문가가 리서치전문가가 함께하는 인력 융합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런데 유독 조경분야는 다소 폐쇄적인 것이 사실이다. 학제를 기반으로 기업의 구성원이 이뤄지는 시대는 이제 가고 있다.

대학에서도 학제간 융합이 이뤄지는 시기이다. 디자인과 조경은 인간의 감성에 작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한 학문으로 서로의 협업을 통해 서로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분야의 실적관리 등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동반한다. 융합과 확장이 지금 변화의 키워드이다. 대상의 확장, 기법의 확장, 인력의 확장으로 우리 조경이, 조경인이 융합의 미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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