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35> 금융위기는 거주의 본성과 주택의 존재이유를 해체시킨다
<건설인문학35> 금융위기는 거주의 본성과 주택의 존재이유를 해체시킨다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9.20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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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3) 도시 인클로저와 거주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금융위기는 거주의 본성과 주택의 존재이유를 해체시킨다

▲ 주요 금융위기 연쇄효과와 영향 국가수(출처: Haganet al., 2010).

<글로벌 금융위기 → 주택시장 붕괴 → 주거의 상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본 것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시장의 붕괴와 주거의 상실을 유발하면서 ‘인간의 실존성과 생활세계’를 일거에 무너뜨린다”


3. 도시재생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인클로저

▲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지난호에 이어> 이상과 같이 미국에서 공익개념 해석의 가장 큰 특징은 좁은 의미 공익개념에서 사적이익을 위한 개발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공익개념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국가로서 국가성격에서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통상주의 국가, 기업가주의 국가로의 국가성격 변화를 법원 판결에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정헌법 5조 수용조항의 목적은 공익 없는 수용을 금지하는 것이지만 공익개념의 확장적 해석은 사실상 모든 것을 공익으로 인정하면서 사문화된 논거나 허구적 원칙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공용수용을 규정한 100개의 개별 법률 중 민간에게 수용권을 허용한 법률은 49개에 달하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 2013). 한국의 사적자본을 위한 수용판례로는 아산시 탕정면 삼성전자 산업단지 판례(2009. 9. 24. 2007헌바114 전원재판부)를 들 수 있다.
이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결한 바 있다.
“산업입지가 원활히 공급된다면 산업단지의 건설이 용이해 질 수 있고, 따라서 산업단지의 건설을 통하여 효과적인 경제적 발전 내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산업단지의 개발로 인한 경제적 발전은, 그간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 발전에서도 큰 초석이 되어왔다. 그와 같은 경제의 발전이 해당 국가공동체에서 영위되는 삶의 문명사적 수준을 신장시킨 주요한 동력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산업단지 개발의 사회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산업입지법상 규정들은 산업단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민간기업이 자신의 이윤추구에 치우친 나머지 애초 산업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달성, 견지하고자 한 공익목적을 해태하지 않도록 규율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한다면, 이 사건 수용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2) 글로벌 금융위기와 인클로저
도시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금조달을 금융의 증권화 방식에 더욱 더 의존하면서 도시공간과 생활은 글로벌 금융자본의 논리에 그만큼 포섭되고, 특히 위험을 분산시키고자 만들었던 파생금융 상품이 역설적이게도 위험과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자본에 도시공간이 얽히면서 자국 또는 도시자체의 경제논리가 아닌 외부의 충격에 취약해졌고, 위기의 글로벌 동조현상, 즉 위기의 전염효과 또한 심화되었다. 그 결과 금융위기를 매개로 하여 도시에서 생활터전과 주거의 상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가까운 예로 2007년 미국 주택금융 부문에서 초래된 금융위기가 보여주듯이 21세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결부된 주택시장 변동이 글로벌 경제와 국가경제 및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세계화와 금융화의 심화가 낳은 지구경제의 체계적 위기(systemic crises)와 장기적 침체에 개별 국가경제와 가계가 연루되는 현상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은행위기, 신용경색, 주택시장 및 주식시장 붕괴가 동반된 대형 위기였다. 이런 금융위기와 결부된 침체는 여타의 경제위기보다 길고 심각하기 때문에 민간수요, 신용, 자산가격, 가계생활기반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심각하다.
IMF가 최근 21개 선진국 경제를 대상으로 지난 50년간의 경기변동과 관련하여 122개 경기침체를 분석한 것을 보면, 글로벌 경기침체는 선진국, 신흥성장국, 개발도상국 등을 가리지 않고 서로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가들 사이 동조현상도 커지고 있다.
지난 30여 년 간의 위기를 금융스트레스(financial stress)의 급증 측면에서 보면, 십년 단위로 평균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금융스트레스는 지구화된 금융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동일 사태로 번지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자본의 지배력 강화는 국가부도(1998년 러시아), 통화 페그제 공격(1992년 유럽환율조정체계(ERM) 위기), 자산버블의 붕괴(1987년 주식시장 붕괴, 2008년 주택금융위기), 경제대국의 금리인상과 통화가치 하락, 채권단의 자금회수, 금융연계기구의 붕괴(러시아 국가부도 이후 롱텀캐피탈, 2008년 금융위기에서 Bear Stearns, Lehman, AIG 등의 사례) 등 다양한 원인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그만큼 거주의 실존을 위협하는 금융위기가 지구환경 전체 차원에서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공간의 이름도 모르는 어느 한 동네의 개별 거주 장소와 가족의 삶이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은 원인으로 위협받고 있는 시대이다.
금융위기는 주택의 존재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평생 부채를 짊어지는 삶의 방식을 토대로 주택금융의 증권화가 발달하였지만 이러한 주택금융 방식을 더욱 확장한 파생금융상품의 발달과 약탈적 대출방식은 주택금융위기를 통해 거꾸로 주택 거주자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

▲ 실존으로서 거주의 위기_(좌)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경기침체로 텐트촌에 거주하는 하층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모여 있는 노숙자들의 텐트. (우)집값이 비싼 영국 런던에서 중하층 주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형보트. 이들을 ‘하우스보트(houseboat)족(族)’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붕괴와 주거의 상실을 유발하면서 인간의 실존성과 생활세계를 일거에 무너뜨린다. 자기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불어 닥친 인위적 또는 경제적 재난이 만드는 생활공간의 박탈과 봉쇄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규모 주택압류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준 것은 물론, 깡통주택(negative equity)의 양산, 대규모 주택압류 위기를 낳았고, 수많은 주택들이 미점유 방기(vacancy and abandonment) 상태로 버려졌다. 거처를 상실한 가구들이 심각한 생활불안정 상태에 빠졌고, 대규모 아동빈곤 상황을 낳았다.
이러한 주택의 만연은 경기 침체, 인접 부동산가치하락, 지방세수 감소 문제와 더불어, - ‘깨진 창(Broken Windows)’ 이론이 말하듯이 - 범죄, 방화, 빈곤 등의 증가로 지역사회의 공공안전성과 사회적 유대감을 해친다. 또 지역사회의 퇴락을 가져온다. 한마디로 생활세계의 불안정과 삶의 질 하락, 하이데거의 말대로 거주의 본성을 급격하게 해체시킨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글로벌 전염성이 빠르고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의 주택금융위기 때 2008년 한 해 동안 120만호의 주택압류가 발생했고, 2009년 초에는 이미 방기 주택의 수가 1천400만호에 이르렀다.

 
특히 이러한 거처상실의 문제는 저소득층이나 소수인종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인 면 못지않게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겨우 해결할 수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2007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연방주택저당공사(Fannie Mae)와 연방주택금융저당공사(Freddie Mac)의 긴급구제를 위해 총 1천875억 달러(약 210조원)를 투입하였고, 이어서 7천억 달러(약 780조 5천억원) 규모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을 마련해야 했다.
아울러 깡통주택(underwater)과 주택압류 문제 완화를 위해 500억 달러(약 55조 7천500억원)를 지원하여 모기지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려고 하였다.
또한 주택방기와 근린지역 안정화를 위해 ‘근린지역안정화 프로그램(NSP)’으로만 2008년부터 총 3차례에 걸쳐서 70억 달러(약 7조3천억원)의 연방 자금을 투입하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연방의회는 ▷2008년 ‘주택경기 및 경제회복법’(the Housing and Economic Recovery Act of 2008, HERA), ▷2009년 ‘미국경제회복 및 재투자법’(the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ARRA), ▷2010년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Dodd-Frank Act)을 잇달아 제정하는 강수를 두었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이 글의 참고문헌과 각주는 생략되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은 <희망의 도시> (2017, 한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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