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건축정책 10년의 성과, 지속가능한 ‘건축정책 2.0’을 향하여
[연구리포트] 건축정책 10년의 성과, 지속가능한 ‘건축정책 2.0’을 향하여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8.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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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연구리포트> 대한민국 건축정책의 시작
건축정책 10년의 성과, 지속가능한 ‘건축정책 2.0’을 향하여

▲ 유럽과 우리나라 건축정책 흐름 비교도.

< 건축정책 도입 10년 >
└ 지난 10년… 건축정책 도입 기틀과 뼈대 만든 성과의 시간
└ 앞으로 10년… 우리나라 이슈에 맞춘 정책발굴 위해 노력해야
└ 다양한 정책 지속성 위해 ‘부처간 협업’과 ‘국건위 역할’ 중요

▲ 김영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 연구조정팀장

올해로 우리나라에 건축정책이 도입된 지 10년을 맞았다. ‘건축정책’이라는 개념은 1977년 프랑스에서 <건축에 관한 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프랑스 건축법은 세계 최초로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고, 도시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공공자산”임을 천명하였다.
이후 지난 40여년 동안 ▷프랑스 ▷영국 ▷스코틀랜드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건축정책을 꾸준히 발전ㆍ지속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유럽연합(EU) 의장직을 맡고 있던 1997년에 만들어진 유럽건축정책포럼(EFAP)에서 발행한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건축정책의 추진방식’은 ▷법률을 제정하여 추진하는 경우(프랑스, 스웨덴), ▷국가차원에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스코틀랜드,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비영리 전담기구를 중심으로 연구ㆍ지원하는 경우(영국)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진 유럽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건축정책의 현 주소를 어디일까?
대한민국에 ‘건축정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7년 12월 <건축기본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지난 10년 동안 건축기본법을 근거로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출범했고, 2010년 국가차원의 ‘제1차 건축정책기본계획’ 수립, 2016년‘제2차 건축정책기본계획’ 수립 등 꾸준히 건축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설명한 3가지 건축정책 방식을 모두 채택하여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와 같이 법률의 위계로써 ‘건축기본법’을 제정하고, 많은 유럽국가와 같이 국가차원에서 중장기 계획으로써 5개년 건축정책기본계획도 2차례에 걸쳐 수립하였다. 심지어 유럽보다 더 나아가 광역시ㆍ도별로 지역단위의 건축기본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또한 건축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로써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를 설립했으며, 세부 분야별 전문화된 법정 전담기구로 ▷국가한옥센터, ▷공공건축지원센터, ▷녹색건축센터 등도 마련하였다.
10년의 성과라 하기에는 괄목할 만하다. 늘 그러하듯 한국인의 추진력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고, 건축정책의 외연적 확대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 건축기본법의 얼개와 성과

건축정책을 선행한 유럽국가에 비해 시작은 뒤늦었으나 그 동안 건축정책에 대해 목말라 온 현실에서 건축기본법과 건축기본계획이 지난 5년간 우리 건축계에 영향을 준 것은 실상 놀라운 것들이 많이 있다.
우선 건축을 ‘민간자산의 건축’ 보다는 ‘국가자산으로서의 건축’으로 건축기본법의 근본 취지인 건축의 공공성 구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자는 합일된 건축계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은 건축정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건축기본법의 구성 틀= 우리나라 건축정책의 근간인 건축기본법의 구성 틀이자 정책 실행을 위한 수단으로 크게 ▷①계획수립(제10조~12조), ▷②추진주체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구성(제13조), ▷③재정지원(제20조), ▷④건축디자인 기준 설정(제21조), ▷⑤건축디자인 시범사업(제22조) 등 5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계획 수립= 첫 번째 정책 실행수단인 ‘계획 수립’에 있어서는 지난 10년간 가장 두드러진 성과 중 하나로 국가차원에서 2차례의 건축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되었으며, 17개 광역시ㆍ도 모든 지역에서도 국가 정책방향에 부합하고,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정책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1차 건축정책기본계획을 토대로 지난 10년간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건축관련 법령 제정의 근거가 되었으며, ▷녹색건축조성지원법,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세분화된 법령이 새로 만들어졌다.

◇추진주체= 두 번째, ‘추진주체’에 있어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10년 전 국토교통부 내에 건축문화경관팀에서 시작되었던 건축정책이 지금은 건축정책관으로 확대되어 건축정책과, 녹색건축과, 건축문화경관과 등 3개 과가 생겼으며, 업무도 보다 세분화되었다.
또한, 건축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건축정책 심의 및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구성되어 건축정책 사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범부처적인 대규모 건축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실제로 ▷신한옥 활성화 전략, ▷보금자리주택, 친수공간 조성, ▷공공건축 품격향상 등 건축분야의 중요 안건에 대해 대통령 단독 안건으로 보고도 할 수 있었다.

◇재정지원= 세 번째, ‘재정지원’ 측면에서는 건축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등 건축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로써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었다. 아직 실현되진 않았으나 ‘건축진흥원’을 별도로 설립할 수 있으며, 유럽 국가와 같이 건축기금 조성도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건축디자인기준= 네 번째, 좋은 디자인의 건축이 조성되기 위한 건축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한 ‘건축디자인기준’이 마련되었다.
건축물의 형태나 재료를 정하는 기준이 아닌 건축기획단계부터 설계-시공-유지관리 단계별 지켜야 하는 업무 프로세스와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기 위한 발주ㆍ계약방식, 설계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에 대해 정리된 이 기준은, 현재 공공건축지원센터에서 공공건축 기획업무 및 사전검토 제도 운영의 기본 지침으로써 작용되고 있다.
또한, 국토환경디자인 시범사업을 비롯한 도시재생 활력사업 등 관련 시범사업 운영의 업무절차이자 사업모델로써 작동되고 있다. 건축디자인기준을 준용한 사업운영으로 건축발주제도 등 건축프로세스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으며, 사업추진 과정에 건축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대폭 향상되었다.

◇건축디자인 시범사업= 마지막으로 ‘건축디자인 시범사업’으로 ▷국토환경디자인 시범사업, ▷신진건축가 육성 지원사업,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어린이 건축창의교실 등 다양한 사업이 기획ㆍ추진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지역건축 및 도시환경의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 지속가능한 건축정책 2.0을 준비하는 자세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건축정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을 당시, “민간영역인 건축울 정책이라는 틀로 규제하는 것은 아닌가?”, “건축정책기본계획에 담긴 수많은 정책과제들이 정말 실행될 수 있는가?” 등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건축ㆍ도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건축계가 기울인 노력은 다양한 성과를 내었으며, 우리는 더 이상 건축정책 신생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다만, 유럽은 40여년간 건축정책을 갈고 닦아 오면서 ▷건축지원기구, ▷공공건축가 제도, ▷디자인공모제도 등의 정책이 정착할 수 있었고, 이제는 많은 우수사례를 홍보하고 있다면, 우리는 대부분의 정책이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 외에는 유럽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정책이 국내에 상당부분 도입되어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건축정책을 발굴ㆍ개발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시도한 다양한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정책 관련부처의 확대 및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앞선 시기에 건축정책을 도입한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국가는 다수의 부처가 건축정책에 참여하고 있으며, 부처간 협업을 가장 중요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1차 건축정책기본계획에 국토부, 문체부, 농림부, 환경부, 미래부 등 다수의 부처가 참여하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86% 이상(113개 과제 중 16개 과제만 타부처와 협력)이 국토부에 한정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당연직 위원도 당초 모든 중앙부처 장관이 편성되어 있었으나 건축기본법 개정(2011.1.26.)으로 10개부처 장관으로 축소되었다.
우리나라 건축정책에서는 제외되어 있는 여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외교부 등은 유럽국가에서는 ▷임산부 및 노약자의 안전, ▷보육·육아시설 및 건강 측면에서의 건축·도시환경, 학교시설을 거점으로 한 커뮤니티 증진, ▷외교공관의 디자인 강화, ▷국방시설의 경관 고려 등을 명목으로 건축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은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건축정책이 지속되기 위해 범부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 건축정책 전담지원기구로서 만들어진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정책에 대한 총괄 심의ㆍ조정하는 대통령직속기구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점차 조직과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부분은 확실히 건축정책의 지속성 측면에서 걱정꺼리가 아닐 수 없다.
다수 부처가 연관된 건축정책 사안에 대한 중재ㆍ조정, 국가차원의 대규모 건축ㆍ도시 사업의 컨설팅, 국가 및 지역의 건축정책 전반의 성과관리 등 위원회의 명확한 역할 정립과 위상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 룩셈부르크에서 ‘건축정책 2.0(Architectural Policies 2.0: Rethinking built environment policy making in Europe)’ 이라는 주제로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적 이슈에 대비하는 새로운 건축분야 정책 발굴을 통해 ‘건축정책 2.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10년간 유럽을 벤치마킹하여 다양한 건축정책 기반을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와 이슈에 맞추어진 대한민국 고유한 ‘건축정책 2.0’을 발굴해야 한다.
유럽 건축정책의 모방을 넘어서 우리 건축문화를 재정립하고, 세계적인 건축정책의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건축계 모든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건축정책이 그간 육상 단거리 선수와 같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외연을 확장해 나갔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마라톤 선수와 같은 지구력과 지속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정리= 이오주은 기자  yo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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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현 |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연구조정팀장). 2008년 <제1차 건축정책기본계획 수립연구> 연구진으로 시작하여, 2010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기획단에 전문위원으로 파견근무를 하였으며, 2011년 경기도, 2013년 충청남도, 2015년 세종특별자치시, 2016년 전라남도 등 다수의 지역건축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2015년 <지역건축정책기본계획의 성과와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연구> 연구책임과 함께, 2016년 제2차 건축정책기본계획 TF 총괄위원으로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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