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수목관리를 생각한다.
[조경칼럼] 수목관리를 생각한다.
  • 백운해 LH토지주택대학교 교수
  • 승인 2017.07.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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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해 LH토지주택대학교 교수

▲ 백운해 (LH토지주택대학교 교수)
오래 전부터 점심식사 후 산책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날씨가 더운 요즘은 주로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밑으로 걷는다. 그런데 직업 탓인지 아름답지 못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잎이 둘둘 말리거나 갈색 점들로 덮여 수세가 약해진 나무, 햇빛의 피해나 동해를 입어 줄기가 상한 나무,  굵은 가지의 잘못된 절단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는 나무들... 무언가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걸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조경에 있어서의 유지관리는 시설물 관리와 식재관리로 구분되는데 수목에 대한 관리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기 때문에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관리라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조경 수목의 유지관리 분야는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므로 앞으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수목관리는 다음 3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고 시행된다.

먼저 식재된 수목이 계획한 장소에서 목적에 맞게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두 번째는 수목에 의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며, 마지막으로는 식재된  수목의 아름다움을 유지함으로써 경관을 향상시켜 인간에게 편안함과 휴식을 주기 위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관리를 원한다면 목적물을 계획하는 초기단계부터 관리를 염두에 두고 계획 및 설계를 진행하고 또한 시공해야 할 것이다.
 
즉, 수목의 유지관리는 공원이 조성돼지는 과정을 예로 들 경우, 먼저 공원계획 및 설계단계에서 식재 목적, 부지 환경 및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종을 선정해 적절한 장소에 배치해야 하며, 식재공사 중에는 관리를 최소화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토양의 조건, 배수처리, 뿌리분의 크기 및 제작, 수세회복을 위한 가지치기 및 약제 살포, 그리고 지주목 설치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공사 후 유지관리 시에는 관수를 비롯한 지속적인 가지치기와 병충해 방제, 그리고 인위적 훼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조경업무를 수행하면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아파트 단지나 공원의 수목 관리를 위한 주요 항목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역시 정지, 전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정에 관해서는 이런 말이 있다. ‘전정은 예술이자 과학이다. 종종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오인되고 있다.’ 라는 것이다.

부적절한 전정으로 수목으로서의 가치를 잃거나 부패로 인한 수세약화로 병충해에 의한 피해로 고생을 하는 수목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지치기 방법의 이해와 더불어 수목의 생리적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식재할 때부터 장기적 전정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는 국가표준(ANSI A300 standards)이 있어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관련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는 병충해 입은 수목에 대한 관리를 들 수 있는데 병충해의 피해를 입을 경우 수세뿐 만 아니라 미관에도 큰 영향을 주므로 구체적인 연간 계획서를 작성해 방제계획을 시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위 내용보다 더 심각한 것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심지어 ‘나무는 사람이 죽인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절치 않은 수종을 선정하거나 불량한 환경 하에 식재를 하고 부적절한 전정을 시행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도 모두 이런 사례들이다.

이 밖에도 자연재해를 입은 수목들을 비롯해 늙은 수목 등도 적절한 관리를 통해 위험성을 제거해 건강하게 오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서는 적절하게 시야를 개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수목관리에 전반에 관한 전문적 연구가 뒷받침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조경수목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조경설계시 꼭 고려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식재설계를 할 때 어린 수목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5월에 있었던 공공기관 세미나에서 서울대 식물병원 이규화 박사의 연구 발표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즉 어린 나무를 식재한 것이 큰 나무보다 5년 후 생장상태가 훨씬 좋다는 결과였다. 물론 모든 수종이 그렇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요즘 많이 발생하는 하자문제와 사후 관리문제를 고려해 볼 때 무척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조경분야에 종사하면서 아파트나 공원의 조경 뿐 아니라 3건의 국가사업을 수행했던 것은 나에겐 큰 영광이었다. 그러나 개발 개념에 밀려 뜻하지 않게 많은 나무들을 훼손하거나 소홀히 대했다는 생각과 반성으로, 앞으로는 그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일에 나의 시간을 최대한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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