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33> 현대의 도시재생, 탈취와 축적의 인클로저 이데올로기
<건설인문학33> 현대의 도시재생, 탈취와 축적의 인클로저 이데올로기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7.27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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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3) 도시 인클로저와 거주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 사진_ⓒ픽사베이

현대의 도시재생 정책…
사유재산 옹호하는 인클로저 이데올로기

 
└ 토지 관련법 제ㆍ개정 및 해석변경으로 사유재산 정당화
└ 노동자의 노동력 외 생활수단
(토지) 소유를 적극적으로 방지
└ 공유경제 옹호자ㆍ공유지 점유자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

▲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지난호에 이어> 시초축적과 자본축적, 인클로저의 관계에 대한 해석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전통적인 해석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전제조건을 탄생시킨 한번뿐인 빅뱅이라는 역사적 과정으로 해석하며, 레닌이 대표적이다.

다른 해석은 로자 룩셈부르크 관점의 해석으로서 과거에 일시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성숙자본주의에서도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지속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

마르크스의 시초축적 개념은 자본주의에서 일종의 선험성을 갖는 것이며, 시공간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부를 축적하는 지속적 과정으로 본다.

이처럼 시초축적과 인클로저에 대한 전통적 해석과 단절하고 새로운 해석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아나키스트 집단인 ‘한밤의 쪽지연대’(Midnight Notes Collective)이다.

이들은 인클로저는 고전적인 토지수탈에서부터 인간정서, 비물질적 속성의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인클로저를 촉발하고 있으며, 단지 새로운 자본축적 출구를 찾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축적과정 자체의 광범위한 재조직화를 이루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현재 이러한 관점들은 인클로저의 재출현을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려는 관점과 자본주의에 본래적인 항구적 특징으로 해석하려는 관점으로 다시 나뉘고 있다.

전통적 해석을 벗어나면 인클로저의 구체적 대상 영역은 지역의 비경제적 기구와 제도들이 시장의 작동과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다.

작동의 공간단위도 식민지 토지강탈(usurpation)과 글로벌 공유자원 잠식, 자본주의 변경지역에서 나타나는 탈취에서부터 도시계획과 건축과정의 인클로저, 신체적 공간소외 활동까지 다양한 스케일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개과정 상의 특징을 인클로저의 다양한 역사적 체제(Historical regimes of Enclosure)로도 일컫는다.
오늘날에도 인클로저는 자본주의 팽창 과정으로서 공간 및 비공간 영역 모두에서 늘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시 인클로저는 민간주도의 도시 공간 배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개발금융의 증권화 및 초국적화, 민간부동산주도 도시재생 전략처럼 자본축적을 위한 장소, 공간기반 가치증식의 걸림돌들을 제거하려는 일련의 정부정책과 개입방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효율성 촉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장소전쟁’이라는 미명아래 민주적 의사결정을 우회하는 지배엘리트 중심의 도시 거버넌스와 대규모 개발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 인클로저는 과거 공적으로 소유 또는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이 접근 가능하던 공간과 서비스를 사유화하고, 특정 공간의 기존 사용가치와 공공성을 제거하며, 도시하층계급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축출ㆍ배제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윤을 낳을 수 있는 공간을 생산하려는 다양한 스케일과 방식의 도시 공간 내 울타리치기로 규정할 수 있다.

공간적 차원에서 인클로저는 자본주의적 관계가 위협당하고 있거나 완전한 자본주의적 관계가 구현되지 않는 공간을 자본축적에 적합하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신자유주의 도시성(Neoliberal Urbanism)의 창출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기존 재산과 자원에 대한 권리관계의 재구성을 의미하는 사유화(Privatisation), 접근성과 자원배분변동을 의미하는 탈취(Dispossession) 및 영토탈환식의 장악과 개발(Revanchist), 신자유주의적 합리성과 자본주의적으로 길들여진 주체를 형성하는 자본주의적 주체화과정(Capitalist Subjectification)이라는 구체적 활동을 통해서 실행된다.

현대 도시에서 탈취에 의한 축적과 인클로저의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이 발전된 자본주의 단계에 걸맞게 전통적인 토지인클로저를 넘어 다양한 공간 스케일과 영역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의 연구 사례들로는 ▷중상층으로의 거주민 교체(Gentrification)와 공공임대주택의 사유화, ▷민간투자금융(PFI)을 통한 공공시설 및 서비스 공급, ▷주거단지의 브랜드 재구성(Rebranding)을 통한 기존 장소정체성의 제거, ▷금융위기를 통한 주택압류와 같은 광범위한 탈취와 축출, ▷과거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지역에 대한 민간개발자본의 재인식과 새로운 공간의 생산, ▷인종적ㆍ성적 분화 및 배제주의에 토대를 두는 탈취기반 축적, ▷다양하고 이질적 도심부 공간을 동질적인 사적소유 상업공간으로 전환시키는 도시재개발, ▷저개발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점차 선진국으로도 확산되는 수탈적 토지투자(Land Grab) 등이 있다.

그리고 지리학적 관점에서 넓게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강화에 따라 사유재산권 이데올로기가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과 사회 간 관계설정의 변화 즉, ‘자연의 사유재산화’와 ‘자연의 탈자연화’에 대한 논의도 인클로저와 탈취기반 축적으로 연결된다.

이때의 인클로저는 과거 시장교환에서 방패가 쳐져 있거나 다양한 이유로 가격을 매기지 않던 대상이 시장의 계산대상이 되고, 양도성과 교환성을 부여받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3. 도시재생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인클로저

1) 도시재생과 인클로저

다양한 영역과 공간 스케일에서 기존 자원의 이해관계 및 공유자원(Common Wealth)을 재구성하는 인클로저는 시초축적기와 현대 도시 인클로저 모두 합법성을 가장한 법제 기반의 토지재산의 재편성과 행위통제 규범 확립이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취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경로를 따른다.

마르크스는 공유지를 몰수하여 사유화하는 ‘토지 인클로저법’(Land Enclosure Acts)과 같은 입법과정, 거지와 방랑자를 통제하고 임노동자의 행동문화를 강화하는 규범 확립과정으로 시초축적을 분석하였다.

현대 도시 인클로저 역시 마찬가지여서 토지 관련법들의 제ㆍ개정이나 해석변경, 반사회적 행위를 통제하는 규정이나 담론형성, 경제적 공익개념의 확산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시초축적기인 18세기 영국에서 인클로저에 반대하고 공유경제(Common-Right Economy)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광범위한 이데올로기적 공세가 있었다.

 
자본-임노동관계의 지속적 재생산을 위해 노동자들이 노동력 이외에 생활수단을 소유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에서 인클로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였고, 이러한 행위를 국익이라고 평가하였다.
반대로 공유경제 옹호자들에 대해서는 많은 저술가들이 극단적인 혐오와 본능적 불신을 전파하였으며, 국가경제성장과 진보를 가로막는다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하였다.

그리고 공유지 점유자들(commoners)에 대해서는 후진성의 본보기, 추악한 집단, 게으르고 야만적이며 위험한 존재, 미개인, 사악하고 비열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이러한 인클로저 이데올로기는 사적공용수용에 기초한 현대의 도시 재생정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본래 인클로저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사유재산에 대한 정당화 기능을 수행하였다. 토지에서 사유재산의 신성불가침(Sanctity and Inviolability)과 자본주의 사회의 궁극적인 문화 가치라는 것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구현했던 것이다.

탈취와 축출(Displacement)은 단지 인클로저의 결과가 아니라 인클로저의 본질이었고, 노동력의 상품화와 사적이윤을 위해 상업적으로 개발하는 고도의 가치 있는 자산으로 공간의 상품화를 이끌었다.

이 때문에 인클로저는 생산양식에서 ‘중대한 변화’였고, 반면에 기계일반의 채택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내에서 이루어진 혁신일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이 글의 참고문헌과 각주는 생략되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은 <희망의 도시> (2017, 한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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