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32> 신자유주의의 위대함… 시장경제 메커니즘, 탈취와 인클로저의 합법화
<건설인문학32> 신자유주의의 위대함… 시장경제 메커니즘, 탈취와 인클로저의 합법화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7.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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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3) 도시 인클로저와 거주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 사진_ⓒ픽사베이

신자유주의의 위대함… 시장경제 메커니즘, 탈취와 인클로저의 합법화


< new urban enclosures : 사회적ㆍ공간적 통제 >
└ 공적ㆍ사적 공간에 ‘현대 인클로저 현상’의 심화
└ micro-technologies…일상생활 통제하는 정교한 기법
└ 국가
적절하게 후퇴하고 개입하면서 정책 담론화


2. 신자유주의 도시 인클로저


1) 현대 인클로저의 의미

▲ 김용창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
전통적인 의미의 인클로저는 영국에서 15세기 이후 19세기에 걸쳐 공유지, 미개간지, 황무지, 개방경지, 교회 토지 등에 울타리를 치고 경계표시를 하여 사유지로 전환시킴으로써 경작농민들을 내쫓은 과정을 말한다.

인클로저에서 일차적으로 이득을 본 집단은 젠트리(gentry, 향신(鄕紳); 고을에서 교양과 덕망이 높은 사람을 이르는 말)라 불리는 지주계층이었으며, 이들은 후에 의회 등으로 진출하고 상업ㆍ금융업과 관계를 강화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성장하였다.

인클로저는 크게 두 번에 걸쳐 일어났는데, 제1차 인클로저 운동은 15세기 말에서 17세기 중반까지의 시기로서 곡물 가격보다 양모 가격이 급등하자 봉건영주들이 경작지를 목장지로 전환시키면서 일어났고, 비합법적 과정을 통해 사유화되었다.

두 번째는 인구증가에 따라 식량수요가 급증하자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18~19세기에 걸쳐 입법과정(parliamentary enclosure)을 통해 이루어졌다. 1차를 ‘민간 주도적 인클로저’라고 한다면 2차는 ‘국가의 정책개입을 통한 인클로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클로저, 특히 2차 인클로저를 통해 ▷개방지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과 토지의 사유재산 제도 확립, ▷토지병합과 대토지소유, ▷자본가적 농업경영,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근대적 임금노동자 창출, ▷산업도시 형성을 촉진하였다. 이른바 자본주의 시초 축적의 기초를 이루었다.

자본주의 발전에서 인클로저가 중요한 이유는 자본주의 탄생과 발전, 자본주의 사회관계의 형성과 지속에서 비경제적 관계의 핵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즉 임노동관계의 형성과 지속에 기초한 자본주의 가치 및 잉여가치법칙 전개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생산수단으로부터 사람의 분리, 즉 노동력 이외에는 달리 생존수단이 없는 인구를 만드는 야수적 과정으로서 시초축적이 자본주의 발전의 전제조건이자 기반을 제공하였다는 것이 전통적인 해석이다.

사회나 개인에게 가장 냉혹한 변혁으로 표현하는 이 과정의 가장 두드러진 대상은 무엇보다도 토지 인클로저였다. 토지 인클로저는 다양한 시초축적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였지만 사유재산권의 법제적 정착과 공간편성에서 핵심이었다.

특히 2차 인클로저 전개과정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탈취 형식을 취한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공유지에 대해 전통적인 권리를 갖고 있던 농민들이 접근권을 상실함으로써 임노동 관계의 발전과 산업도시 형성을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인클로저를 자연을 비롯한 새로운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적 상품화와 도시공간의 재편성에 적용하는 과정들이 지나치게 용어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있지만 크게 다음과 같이 의미를 다시 정립할 수 있다.

현대의 인클로저가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기본적으로 사회경제 전 영역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발달하고 사유재산 제도가 확립된 이후에 합법적 장치를 가장하여 새로운 사유화와 상품화, 재산권의 재편성을 꾀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도시재생과정에서 잘 드러나는 것처럼 ▷사적편익이나 사적자본을 위해 국가기구를 이용하여 기존의 공간이용 이해관계를 새롭게 사유화하거나 재편성 하는 과정, ▷공유재산이나 사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에서 자본주의적 사유재산제도를 도입하여 배타적 사용권을 확립하는 과정, ▷공간이용의 공공성이나 공공영역을 사적 이해관계로 전환하는 과정 등이 그것이다.

하비(Harvey)가 탈취를 통한 축적체제라고 부르면서 구체적인 작동방식으로 제시한 4가지 방식은 현대 인클로저의 구체적인 작동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①새로운 이윤창출영역을 만들기 위한 민영화와 상품화, ②인수합병, 파생금융상품, 주식상장 등 자산가치의 재배분과 잠식을 위한 금융화, ③경제적 부를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이전하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위기관리와 조작, ④복지국가 시스템을 개혁하고 상위계급에서 하위계급으로의 부의 흐름을 역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재분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인클로저 메커니즘은 대자본의 저개발국 토지수탈이나 낙후 도시지역의 강제수용과 같은 고전적인 ‘토지’ 영역은 물론, 수자원(물)ㆍ자연경관ㆍ에너지ㆍ공적연금ㆍ교육ㆍ의료ㆍ주택ㆍ가사영역ㆍ교통ㆍ공개광장ㆍ공원 등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작동하고 있으며, 이들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율도시운동이나 협동조합운동처럼 그에 대응하기 위한 공유화 운동도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도시화가 블록/스트리트, 골목/마을, 도심부, 도시, 국가, 세계 등 공간의 규모와 단위를 유연하게 재구성하고 다시짜기(re-scaling)를 통해서 이루어지듯이, 인클로저 역시 다양한 공간단위와 규모에서 울타리치기(new urban enclosures)로 나타나고 있다.

2) 도시 인클로저

신자유주의는 상투적인 자유경쟁시장 논리라는 만병통치 주문 말고도 국가의 적절한 후퇴와 개입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과 담론을 만들면서 일상영역과 도시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소자(Edward Soja)는 공적ㆍ사적 공간에서 인클로저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거대 쇼핑공간의 생산에서 레이저와이어 쓰레기통에 이르기까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통제와 공간적 통제를 위한 세세한 기법들(micro-technologies)이 일상생활에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클로저의 기법들이 더욱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의 위대한 점은 탈취와 인클로저를 합법적이며, 자연스런 시장경제 메커니즘의 결과로 나타나게 한다는 것이다.

 
도시공간이 이렇게 자본의 공략대상이자 인클로저의 주 무대가 된 것은 도시공간 자체가 이미 자본집약적이고 활동 밀도가 높아, 어느 누구의 개별적인 노력이나 투자가 아니라 집단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재화, 즉 공유자원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도시재화(urban goods)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를 공유자원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도시화는 공유자원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특정 이해집단이나 자본분파들이 이들 공유자원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갈등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시 인클로저는 산업자본주의의 토대를 제공한 공유지의 역사적 인클로저 모델에 기초하여 현대의 도시 공간재구조화에 확대 적용한 개념이다.

마르크스와 전통적 해석에서 인클로저는 자본주의적 포섭(subsumption)의 구체적 형태이자 작동기제로써, 자본주의 관계가 확립되지 않은 영역들을 자본주의적 이해관계 영역으로 흡수ㆍ통합하고, 지속적 자본축적을 위한 사회 제도들을 형성하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클로저의 현대적 쟁점은 도시 인클로저가 자본주의의 어떠한 영역을 새로이 포섭해 축적양식을 어떻게 재구조화 또는 지속시키는지, 그 효과는 무엇인지와 연관되어 있다.

인클로저와 저항전략으로써 공유화는 배제와 소외, 폭력, 타자 만들기의 현대적 과정을 공간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개념이며, 동시에 대안적 실천전략을 구상ㆍ실행하기 위한 정책 도구이기도 하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yoje@


(이 글의 참고문헌과 각주는 생략되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은 <희망의 도시> (2017, 한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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