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한토목학회 박영석 회장
[특별기고] 대한토목학회 박영석 회장
  • 박영석 대한토목학회 회장
  • 승인 2017.07.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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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 위기이자 도약의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사고의 혁명이 필요


▲ 박영석 대한토목학회 회장.

2016년에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현존하는 최고의 바둑고수 중 하나인 이세돌 9단을 일방적으로 이긴 사건이 일어났다.
바둑만큼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믿어왔던 필자는 이로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바둑판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를 이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와 인간이 달리기 경주를 하면 과연 인간이 이길 수 있겠는가?
한 가지의 목적만으로 만들어진 컴퓨터가 그 일에서 만큼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발명된 지 70년밖에 안된 컴퓨터과학의 수준이 이 정도까지 왔다는 것을 인류에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미 2011년에는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퀴즈대회에서 인간을 물리치면서 지적 판단의 영역까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바가 있다.
컴퓨터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다.
이제까지의 컴퓨터는 인간이 작성한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라서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시된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방법까지 알게 된 것이다.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학습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대한민국을 뒤덮으며 각종 단체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언론 매체들도 이를 주제로 수많은 특집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기술발달에 의한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증대와 연관된 것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 및 초지능성에 의해 경제, 사회 그리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사회변혁의 성격을 갖는 혁명적 변화이다.
우리는 증기기관의 발명과 기계화로 정의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으로 정의되는 2차 산업혁명 및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으로 정의되는 3차 산업혁명을 경험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섰다고 모두들 이야기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드론, 빅데이터 등의 기술로 인간과 사물, 가상과 실재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기술 간, 산업 간에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사회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산업혁명인 동시에 인간의 의식까지 바꾸는 사회혁명이라 할 수 있다.
그 변화의 핵심 동력이 정보기술과 디지털화이면서 그 파괴적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앞에서 말한 알파고는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우리 건설산업에도 이러한 혁명적 물결이 밀려오고 있음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우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종합플랫폼 역할을 건설산업이 할 수 있다고 본다.
1970년 전후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활용이 많았던 분야가 토목공학이었다.
국세청이나 기상대 등의 국가기관을 제외하고는 건설산업의 한 분야인 구조설계(교량, 건물 등의 구조해석 등)와 환경공학(상하수도 관망 설계 등) 연구자들의 컴퓨터 사용이 제일 활발했다. 토목공학이 컴퓨터 도입 초창기에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태동하는 지금이 그 당시와 비슷한 환경이라 생각된다. 스마트시티, 단지설계, 구조물 설계 및 시공, 안전진단과 유지관리 등 건설산업 각 분야에 4차산업의 주요 요소기술들이 바로 적용 될 수 있고, 이로 인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분야가 건설산업이다.
우리는 건설기술과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들을 융합해 건설 신기술을 창출해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기술들은 4차 산업혁명의 수단에 불과하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핵심 요소기술 개발은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된다.
예를 들어 건설기술자가 드론이나 로봇까지 개발하는데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교량 안전진단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드론에 추가로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드론 전문가에게 요구해서 개발시키면 된다.
그러나 교량의 안전진단을 드론 전문가가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건설산업에서의 4차 산업혁명 주체는 건설인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초는 데이타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건설산업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의 국토교통 인프라에 대한 종합 DB 구축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도로, 철도, 댐, 해안항만 시설, 상하수도를 비롯한 국토교통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인 DB가 구축돼 있질 않다.
오래된 인프라 시설들은 데이터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디지털화가 돼 있지 있다.
발주처, 설계사, 시공사 등 DB 관리 주체별로도 그 형식이 서로 다르고, 서로간의 데이터 공유 시스템이 없어 이용에 한계가 있다.
또한,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생애주기에 걸친 종합 DB 구축도 미흡한 실정이다. 만약 ‘국토교통 인프라 종합정보센터’가 설립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국토교통 인프라에 대한 통합 DB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데이터의 수집과 효과적인 저장 방법을 채택하여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게 된다면 설계/시공의 생산성과 품질 또한 높일 수 있다.
‘국토교통 인프라 종합정보센터’는 인프라시설 DB를 구축하고 이 정보에 건설기술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기술 및 BIM 등과 융합하여 새로운 건설 신기술 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토목학회(ASCE)에서는 주기적으로 인프라시설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고 국가에서는 이 자료를 건설정책의 기초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도 인프라시설에 대한 선진화된 안전성 평가 및 유지관리 계획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DB로부터 시작하며 ‘국토교통 인프라 종합정보센터’는 인프라시설 성능 평가의 주요 정보 제공처로서의 역할과 객관적인 평가기관의 역할도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건설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해야 한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건설기술인들이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건설기술 발전을 이루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해 간다면 우리 건설산업의 성장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앞서가는 자를 빠르게 쫓아갈 수가 있었으나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지식사회에서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회를 놓치면 낙오자가 되어 다시 올라설 수 없는 세상이 아주 가까이 와있다.
이제는 새로운 지식으로 승부해야 한다. 건설산업 전반에 퍼져있는 낡은 산업사회의 교육제도와 법률적 규제 등을 타파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사고의 혁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에 위기이자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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